‘더샵마리나베이’ 84㎡는 6.5억에 매매...분양가보다 낮아
청약시장도 싸늘...매물 감소에도 매수세 실종 여전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역대급 부동산 한파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를 잘하는 대장주 아파트마저 하락 추세를 버티지 못하고 수년 전 가격으로 돌아가면서 시장 전체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파크' 15블록 전용면적 59.89㎡ 38층 매물은 이달 들어 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10억원(36층)까지 팔려 ‘10억 클럽’까지 가입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고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 지상 44층, 15개 동, 총 2,597가구 규모로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다. 송도국제도시 중심에 위치해 지역 부동산 흐름을 선도하는 대장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거래는 공인중개사를 거치치 않은 매도·매수자 간 직거래로 증여 등 특수거래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를 잘하는 대장주마저 시세에 못미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일대의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년 전 입주를 시작해 신축급 매물로 평가받는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916㎡는 실거래가가 6억원 대까지 내려왔다.
이 매물은 올 4월 11억4,000만원(14층)으로 신고가를 썼으나 이달 들어 6억5,000만원(7층)에 손바뀜해 고점 대비 5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해당 평형대(조합원 자격상실 물량)가 7억1,400만원~7억8,400만원에 분양이 이뤄졌던 것을 고려하면 일반 분양가 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거래 유형이 직거래가 아닌 공인중개사를 거친 정상 거래로 기록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에 미칠 후폭풍까지 우려되고 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 전용 84.9999㎡ 역시 이달 6억원(6층)에 직거래돼 지난해 5월 최고가인 9억5,000만원(49층) 대비 3억5,000만원 하락했다.
인근에 있는 ‘롯데캐슬캠퍼스타운’ 전용 101.3056㎡는 지난해 8월 신고가(11억7,000만원·26층)에서 2억원 하락한 9억7,000만원(34층)에 이달 실거래됐다.
송도국제도시는 그동안 인천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끈 지역이다. 지난해 송도가 있는 연수구 누적 상승률은 33.11%로 경기 의왕에 이어 전국 시군구 중 두 번째로 많이 올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호재와 저평가 인식 속에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나 올 초부터 시작된 하락도 먼저 맞이했다.
집값이 단기간에 급속히 오르면서 실수요층의 구매 수요가 떨어진 데다 상승 피로감,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꺾인 것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주(지난 8일 기준)까지 연수구는 누적 -2.40% 하락해 인천 8개 구 가운데서도 하락률이 가장 컸다.
세종(-5.40%)과 대구(-3.76%)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에서도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수치다.
매매가 얼어붙으면서 분양시장에서도 무순위 청약(줍줍)이 이어지고 있다.
송도랜드마크시티 6·8공구 A17블록에 있는 ‘송도럭스오션SK뷰’는 전날 4가구를 대상으로 6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올 2월 청약을 시작한 이 단지는 4월 전체 공급 가구인 1,114가구 가운데 129가구가 미달돼 지난달까지 5차례 줍줍이 이뤄졌으나 아직도 잔여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송도센트럴파크리버리치’는 지난해 12월부터 총 8차례의 무순위 청약을 받기도 했다.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4차’, ‘송도자이더스타’ 등도 올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바 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움직임으로 매물은 줄어들고 있으나 매물 감소분보다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수구 매매 매물은 4,747건으로 지난달 21일(4,939건)보다 3.9% 줄었다.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많은 송도동은 같은 기간 3,012건에서 2,887건으로 4.2%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의 중과 세율을 폐지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매물이 회수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거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해 줄어든 매물보다 매수 심리는 더욱 위축된 분위기다.
송도국제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 가격보다 크게 저렴한 매물은 보통 자금이 급한 집주인이 초급매로 처분한 것”이라며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데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좋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