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함께 문화도시를 만들어야"
상태바
"지역(민)과 함께 문화도시를 만들어야"
  • 이혜정
  • 승인 2011.08.16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이에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예술·문화단체는 '스페이스빔'이다.

취재 : 이혜정 기자

흔히 문화·예술이라 함은 제도화·장르화한 공연이나 전시만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천재' 관념에 기반을 둔 창작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독특성을 나타내고자 할 뿐 실천적이거나 일상적 맥락에서 분리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제도화한 영역 속에서 제한된 형식과 활동 방식을 토대로 등급을 매기면서 단순화·고착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예술 분야 방향을 틀어 도시·지역·지역민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통해 문화도시·문화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태동한 '대안미술활동공간'이 있다. '스페이스 빔'이 바로 그런 곳이다.

스페이스 빔은 'Public Studio'라는 이름으로 지난 5년간 작가와 작가, 작가와 시민 또는 주민, 작가와 지역사회(동네와의 관계) 등 적절한 개입과 해석, 반영 및 공유 등에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동시대 예술(가)와 '창작 담론'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배다리 Pro-ject+pro-posal'이란 주제로 오는 8월15일~10월14일까지 두 달간 동구 배다리 일대에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지난 7월 레지던스 참가자 국제 공모와 추천으로 선정된 최종 5명의 예술가들이 '배다리 마을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활성화 방향성 모색 및 제안'이라는 수행과제를 통해 예술·문화의 사회적·지역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다.

이번에 거주하는 작가들은 마을공간과 장소, 커뮤니티를 전제로 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배다리 개발 현안·기반시설 관련 지역 내외 현황분석 및 계획제안,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리모델링 방안제안, 배다리 마을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경관조성, 주민참여에 근거한 공공디자인 제안 등을 다룬다.

참여 예술가는 북유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Lithuania) 예술가 Emilija Skarnulyte, 이태리(Itay) 예술가 Sabina Grasso, 미국 예술가 Pavlina Mladenova 등 국외 예술가와 이욱, 박혜련 등이다.


문화·예술은 지역을 거점으로

스페이스 빔은 지난 1995년 '지역미술연구모임'으로 출발해 미술전문지 발간, 전시·기획 등의 활동으로 시작했다. 활동 중 상시적인 논리와 실천 공간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2002년 남동구 구월동 인근에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중앙 집중적 문화·예술 구조 속에 지역문화의 독자적 정체성을 마련하고자 공공성·지역성·자율성을 모토로 하는 대안미술활동 공간으로서 지역미술과 문화, 예술 담론 등의 활동을 다양하게 펼쳤다.

그러다가 2007년 동구 배다리에 둥지를 튼 스페이스 빔은 지역을 통한 문화도시·문화지역 활동에 온 힘을 쏟았다.

"2007년 공공미술프로젝트 일환으로 인천도시문화탐사대를 조직해 인천 곳곳을 돌아보는 도중 배다리에 5일동안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멀쩡한 주택가가 파헤쳐져 시뻘건 땅이 드러나고 동네가 갈라지는 처참한 모습을 보았지요. 그 당시 황량해지는 배다리 모습은 충격과 황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변화했을까? 속도와 효율, 이익을 위해 마을 하나 절단내는 게 우스운 정책담당자나 사업 시행자들의 사고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그동안 우리 예술계는 무엇을 했는지 고민한 끝에 배다리에 자리를 잡고 도시공동체를 위한 사업을 펼쳤습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의 말이다.

민운기 대표는 '명품도시만들기'라는 주제로 재개발 논리를 펼친 지난 민선4기 시 정부의 반문화적·반민주적 도시개발정책에 제동을 걸고 배다리 마을의 가치와 매력을 알리는 문화활동을 하고 나섰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문화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는 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구 배다리 산업도로 건설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했지요. 배다리 주민과 인천지역 시민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배다리문화축전, 역사문화마을조성 계획, 스터디모임, 작가활동지원 등 지역과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배다리 역사문화만들기 위원회(이하 배다리 위원회)'를 출범시켜 배다리 관련 산업도로·도시개발로 시작된 지역 현안에 대해 상황에 맞춰 도시공동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민 대표는 2006년부터 매년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창작스튜디오와 다른 개념을 배다리지역에서 선보였다. 기존 '작가-이주-스튜디오, 입주-창작-스튜디오'라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넘어 예술 창작과 활동의 역할을 다각도로 모색하고자 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기존 창작스튜디오는 단지 작가들을 중앙으로, 세계로 진출시키는 프로모션의 역할이지요. 그들의 창작물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이른 바 '문화향유' 수준을 넘어 거주자 입장에서 해당 지역과 도시의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만나고 어울리는 삶 속에서 예술적 관심과 접근, 상상과 제안을 시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퍼블릭 스튜디오를 마련했습니다." 민 대표는 강조한다.

2006년부터 '작가들 간 관계'라는 주제로 예술·문화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2007년 배다리에 머물르며 '작가들 간 관계+지역적 맥락+예술적 해석'을 함께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개별작가의 단순한 작품에 머무르는 수준이어서 아쉬웠다고 한다. 이듬해 예술 생산과 유통소비, 노동의 사회적 의미 등을 함께 고려한 동네 미술공간 존재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지역민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민 대표는 한 동네, 지역, 더 나아가 도시 현안을 국제교류를 통해 바라보기 위해 2009년부터 국제교류를 시작했다.

"그간 배다리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 건 '이주(Move)'를 통한 거주, 레지던스를 위해선 '정주(Settlement)를 우선해야 한다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도시, 나라 등 구체적인 삶과 공간의 맥락 속에서 다양한 실천방법론을 찾아낼 수 있다면, 어떠한 지역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행하는 데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더군다나 외국 예술가들의 교류를 통해 배다리 등 인천지역 큰 현안에 대한 문화·예술적 관점에서의 수행으로 우리가 모르는 우리 동네, 도시, 지역 등을 더욱 냉철하게 바라보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펼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랑방 손님과 배다리'라는 주제로 열린 첫 국제레지던스는 배다리 여인숙에서 이뤄졌다. 배다리라는 명칭답게 옛날에 이곳은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댈 수 있는 다리가 있어 배와 배를 이어 건너다녔다는 의미를 지닌다. 당시 배를 타는 사람들, 상인 등이 잠시 쉬어갔던 공간이 여인숙이었다. 지금도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여인숙을 통해 배다리 지역의 역사, 문화적 가치와 마을현안을 살펴보는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배 다리-넷, Boat&Bridge-Net'을 주제로 배다리 지역을 넘어 인천 전체의 현안 등을 시민단체들과의 소통을 통해 예술·문화적 접근을 시도했다.

"개인주의적 창작과 활동, 자본주의 이익논리와 영합으로 인한 예술의 상품화 등이 아닌, 지역을 통해서 삶을 드러내는 실질적 예술·문화활동으로 지역과 지역민이 함께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도시 공간에 대한 직적접인 체험과 분석을 근거로 도시와 문화·예술 전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바람직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중심지향주의적, 천재관념적'인 문화·예술계의 단절된 상황 속에서 누가 더 잘하나 하는 경쟁적 관념을 벗어나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도시·문화사회·열린 도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민 대표는 강조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