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쓸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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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쓸 권리가 있다
  • 채이현
  • 승인 2023.03.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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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독후감, 책울림을 나누다]
(4) 쓰기의 쓸모 / 양지영 지음
- 채이현 / 자유기고가

 

“내가 해 봐서 좋으니까 혼자만 알기에 너무 아까웠다. 누구나 쓰며 살 수 있고, 꿈을 꾸고 매일 쓰기만 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쓰는 대로 살아지는 마법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서점에 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출간한 것을 알 수 있다. 꽤 오래전부터 그랬다. 문단 혹은 학계의 ‘인증’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필이고 글의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아 쉽게 읽히는 책들이다. 자신이 살면서 느낀 것들을 적은 글이라 대중의 반응도 좋다. 재미있는 책, 통쾌한 책, 위로가 되는 책이라고 주위에서 추천받은 많은 책이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작가들의 것이다.

한동안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나오는 책들의 글 소재는 비슷한데, 수준은 들쑥날쑥 이어서 금방 사라지는 것들이 다수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작가라는데, 모두가 철저한 준비를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 문학이 쇠퇴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견해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것에 영향을 준 수많은 책들 중 하나가 바로 <쓰기의 쓸모>다.

작가 양지영은 제주도에 살며 ‘10분 글쓰기 강의’를 하는 ‘쓰는 사람’이다.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이기도 하다. 작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일상을 기록하는데 게으름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흘러가버리는 일들이 많은데, 항상 메모지와 필기구를 들고 다니며 사소한 것이라도 계속 써서 남기려고 하는 점이 특징이다. 단순히 일기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감정을 기록하고, 한 해를 돌아보는 글과 아이들이 건넨 예쁜 말 모음집을 쓸 정도로 시간과 자기 삶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와 친했던 것 같다. 한글을 깨친 다섯 살부터 일기를 썼다. 앞집 친구와 놀고 다투었던 일, 엄마 혹은 아빠에게 칭찬받거나 혼났던 일 등 내용은 평범했다. 어린아이라서 떠올릴 수 있는 생각들이 삐뚤어진 글씨로 적혀있어 지금 보면 귀엽고 재미있는 추억 상자가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친구들과 교환 일기를 썼다. 매일 보는 친구들인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나의 깊은 속내부터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까지 다른 높낮이의 편지들을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적어놓기는 했지만, 정작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글쓰기에는 영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글쓰기는 ‘일’의 영역에 머무르게 됐다.

잘 쓰지 못하면 차라리 쓰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시기에 나는 철저하게 글쓰기를 멀리했다. 그런 내게 ‘쓸 용기’를 준 것은 주변 사람들과 출판계의 변화였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너는 충분히 잘 쓰고 있고, 더 잘 쓸 수 있다.”고 응원해 줬다. 소소한 일상을 책으로 엮어내는 소위 ‘등단하지 않은 작가들’은 내게 더 넓은 길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내가 겪은 아픔을 가사로 엮은 짧은 수필집을 자비로 출판하여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이벤트를 성사하기도 했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 진심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글 쓰는 기쁨을 느꼈던 경험이었다.

당신도 망설이고 있다면 우선 펜을 들고 오늘 기억하고 싶었던 감정이나 사건을 적는 것부터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쓰기의 쓸모>에서 강조하듯 쌓인 기록만 잘 정리하고 보관해도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는 무궁무진하게 모을 수 있다. 꼭 당장 책으로 내야 한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된다. 글로 자신을 기록하는 것은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모레같이 흘러가는 무기력한 시간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쓰기의 쓸모는 다양하다. 내 안의 ‘해우소’를 넘어 타인과의 ‘교감’으로까지 글을 확장하고 싶은 순간이 아마 당신이 책 쓰기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때일 것이다. 그때까지는 나를 위한 쓰기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 있게 쓸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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