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덕분에 인생을 통찰하고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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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덕분에 인생을 통찰하고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 이임순
  • 승인 2023.09.1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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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임순 / 전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

고령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이미 접어든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필자는 오빠만 셋이고 막내 딸로 태어나 부모님과 오빠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났다. 그런데 요즈음 둘째 오빠가 많이 편찮으신데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작아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러한 와중에 오늘 인하대학교 박영신 명예교수님의 메일을 받았다. 평소 교수님께서 90세가 넘으신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고 생활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 받았지만, 오늘 보내주신 메일을 보면서 부모 공경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마음이 뭉클했다.

‘나는 어머니 때문에 내 인생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머니 덕분에 인생을 통찰하고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감동을 준다.

필자는 박영신 교수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제자이다. 항상 교수님을 뵐 때마다 느끼는 삶의 자세이지만, 오늘따라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메일 내용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의 생활 속에서 우러나는 부모 공경에 대해 절절이 와닿는 편지 속 문장들을 우리 시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아래와 같이 보내드린다.

 

[출처: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 중에서] 

 

오늘 아침에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면서, 하늘을 보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늘을 보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이고 행복이고 감사인가라는 사실에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하나님께서 정해준 대로 따라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 운명의 흐름을 바꿀 수도 없고 순종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가, 또한 대자연의 법칙이 증명하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는 동안 얼마나 건강하고 보람되게 잘 사는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확신합니다.

​최선을 다해 관리를 해서, 주어진 상황 내에서 최대한 건강하게, 멋지게 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놓치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관광버스로 한 차씩 꽉 차던 어머니 친구들이 거의 다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께서 언제까지 사실 수 있을지는, 하나님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사는 동안 최대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영육간에 건강하고 만족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잘 보살펴 드리는 것은,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고,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합리적인 이유들을 대며, 너무 쉽게 가능한 생명도 마음으로 포기해 버리거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하도록 방치하는데, 사실 생명보다 더 존귀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내가 박사학위까지 하고 교수까지 했는데, 내가 평생동안 공부한 지식들이, 삶 속에서 조금이라도 제대로 구현되고 응용되고 실천되지 않는다면, 그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요.

​조금이라도 실천을 통해 산 지식이 될 때, 그 지식은 힘을 갖는 것이고, 진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내가 그동안 인간의 자기효능감과 성취와 행복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는데, 그 연구를 통해 깨달은 바를, 내 삶의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실천해야 하며, 그것이 세상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자기효능감을 잃지 않고 성취감을 느끼며 만족하는 행복한 삶이 될 수있을지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가지 시도들을 삶의 상황 속에서 도전해 보고 수정보완해 보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헬스장에 매일 1시간씩 모시고 가서, 각 기구 당 시간들을 계속 체크하면서,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운동들을 매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나는 어머니 때문에 내 인생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머니 덕분에 인생을 통찰하고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교과서나 어떤 논문을 통해서도 배울 수 없었던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 것이지요.

​60대를 살면서 90대를 함께 살아보게 되었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소중한지를, 후회로 점철된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알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습니다.​

​보통은 헬스장을 조금 일찍 가는데, 어제는 장을 보고 가느라 늦게 갔어요.

​장을 보러 갈 때도 나 혼자 가면 시간을 1/2 이상은 절약할 수 있지만, 어머니를 꼭 모시고 갑니다.

​내가 가치를 두는 시간 절약보다 더 우위에 있는 가치가 나의 행동을 그렇게 결정하게 하는군요.​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판단하며,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한 인간의 삶을 구성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 스스로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삶의 현장에 던져져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 과정에서는 자발적으로 어떤 선택을 끊임없이 하며 스스로 삶의 내용들을 구성해 나가면서,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마르틴 부버가 말한 바처럼, 나는 “나”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너”와의 만남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나의 삶의 과정에 너로서 소중하게 존재해 있는 ㅇㅇㅇ에게 감사하며,

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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