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환경운동 30년]
(10) 저어새 보호활동과 송도갯벌 매립대응 활동
(10) 저어새 보호활동과 송도갯벌 매립대응 활동
인천녹색연합이 지난 11월 25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30년사 발간사와 함께 시민들과 함께한 15대 환경 활동을 발표했습니다. 인천in은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지난 30년간 전개해온 인천의 주요 환경 이슈였던 15대 환경 활동을 요약 연재하며, 지난 인천지역 환경운동의 활동을 되돌아 보며 나아갈 길을 모색합니다.
1. 계양산, 시민의 힘으로 지키다 _ 계양산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2. 20여년 만에 끝난 주한미군의 토양오염 사건 _ 문학산 미군기지터 유류오염 정화 활동
3. 한 세기의 그림자를 헤적이며 _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대응 활동
4. 그날, 바다는 울부짖었다 _ 인천앞바다 바다모래 채취 반대 운동
5. 지금은 토양오염을 우려할 때 _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처리와 토양오염 대응 활동
6. 억새밭의 바람길을 더 이상 막지 마라 _ 굴업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7. 탈석탄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다 _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및 조기 폐쇄 운동
8. 갯벌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_ 강화갯벌 매립 대응 활동과 강화·조력발전 저지 운동
9. 계속되는 알락꼬리마도요의 비행 _ 영종갯벌 매립대응 활동
10. 저어새와 함께한 그 여름의 동행 _ 저어새 보전활동과 송도갯벌 매립대응 활동
11. 백두대간의 끝에서 생명의 권리를 외치다 _ 한남정맥 보전활동
12. 쓰레기 제로! 한낮의 꿈일 수는 없으니 _ 수도권매립지 대응 활동
13. 배가 다니지 못하는 운하, 이제는 친수공간으로 _ 경인운하 건설 저지 운동
14. 독도를 지킨 강치, 백령도를 지키는 점박이물범 _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
15. 생태하천을 향한 끝없는 구애 _ 굴포천 조사와 하천복원 운동
2. 20여년 만에 끝난 주한미군의 토양오염 사건 _ 문학산 미군기지터 유류오염 정화 활동
3. 한 세기의 그림자를 헤적이며 _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대응 활동
4. 그날, 바다는 울부짖었다 _ 인천앞바다 바다모래 채취 반대 운동
5. 지금은 토양오염을 우려할 때 _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처리와 토양오염 대응 활동
6. 억새밭의 바람길을 더 이상 막지 마라 _ 굴업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
7. 탈석탄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다 _ 영흥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및 조기 폐쇄 운동
8. 갯벌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_ 강화갯벌 매립 대응 활동과 강화·조력발전 저지 운동
9. 계속되는 알락꼬리마도요의 비행 _ 영종갯벌 매립대응 활동
10. 저어새와 함께한 그 여름의 동행 _ 저어새 보전활동과 송도갯벌 매립대응 활동
11. 백두대간의 끝에서 생명의 권리를 외치다 _ 한남정맥 보전활동
12. 쓰레기 제로! 한낮의 꿈일 수는 없으니 _ 수도권매립지 대응 활동
13. 배가 다니지 못하는 운하, 이제는 친수공간으로 _ 경인운하 건설 저지 운동
14. 독도를 지킨 강치, 백령도를 지키는 점박이물범 _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
15. 생태하천을 향한 끝없는 구애 _ 굴포천 조사와 하천복원 운동
소모임 ‘둥지’와 저어새 모니터링
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 번식하는 걸 처음 확인한 건 인천녹색연합 회원이자 소모임 ‘둥지’에서 활동하던 김보경이었다. 2009년 3월 21일에 송도갯벌에서 처음 저어새가 관찰된 후 탐조활동을 이어가던 김보경은 4월 22일, 두 마리의 저어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과 둥지 재료를 모아놓은 광경을 망원경으로 확인했다. 2023년 기준 6천여마리인 저어새는 2009년 당시 전세계 개체수가 2천여 마리에 불과했다.
인천녹색연합은 같은 날, 남동유수지 안 인공섬에서 저어새 두 쌍이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다음날인 4월 23일부터 곧바로 저어새 번식지 보호 활동에 들어갔다. 해안도로 쪽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언론을 통해 남동유수지의 저어새번식 사실을 알리고 남동유수지 수질개선과 송도갯벌 보전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날부터 시민들과 100일에 걸친 시민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한편, 인천녹색연합은 보호 활동을 시작하는 동시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음의 사항을 촉구했다.
1. 환경부, 인천시와 남동구청은 즉각 남동유수지와 송도갯벌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저어새에 대한 보호대책을 수립하라.2. 인천시는 송도갯벌매립계획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조사단을 구성하여 남동유수지를 비롯한 송도갯벌에 대한 조류정밀조사를 실시하라.3.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저어새의 번식이 누락된 채 검토된 송도11공구 매립계획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를 다시 실시하라.
인천녹색연합과 시민들은 남동유수지를 찾은 저어새를 송도갯벌의 마지막 희망으로 봤다. 송도갯벌에는 숭어, 망둥어, 백합, 동죽, 칠게,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명들이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살던 공간이었다. 송도신도시가 개발되고, 갯벌이 매립되면서 이들 생명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그러한 때 저어새가 찾아와 번식을 시작한 것이다.
저어새는 희귀조류다. 지구상에 6,000여 마리 정도만 생존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EN)으로 등록했고, 우리나라도 멸종위기1급,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했다. 인천녹색연합 역시 2021년 4월의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저어새’를 선정했다.
마지막 남은 송도갯벌
송도갯벌은 송도11공구란 이름으로 2009년 3월,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에서 매립이 결정된 상태였다. 저어새의 번식은 송도11공구에 대한 매립계획을 전면 수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에서는 송도11공구공유수면매립사업에 대해 송도갯벌 715만6천㎡를 매립하고 약 300만㎡의 대체서식지 조성을 결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2009년 2월 제출한 ‘야생조류 서식환경보전을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방안 수립연구 최종보고서’에는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만 검토됐을 뿐, 저어새에 대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2009년 5월 11일에는 인천습지위원회가 출범했다.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해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송도갯벌을지키는시민모임,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야생조류협회인천지회, 환경과생명을지키는인천교사들의모임 등이 모여 만든 단체였다. 인천습지위원회는 출범 후 곧바로 저어새 보호대책 마련과 송도갯벌 매립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남동유수지 옆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여기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속죄하는 심정으로, 인간의 욕심을 반성하며 그들의 삶터를 무너뜨린 많은 인간들의 모습을 대신해서 이들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어새와 송도갯벌로 상징되는 인천의 생태계를 더 이상 훼손하는 것을 침묵으로 무관심으로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오로지 두 가지입니다. 저어새의 안정된 번식을 위해 편안한 번식지를 만들어 주는 것과 또 하나는 그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송도갯벌을 더 이상 매립하지 않는 것입니다.”-인천습지위원회의 ‘멸종위기의 천연기념물 저어새와 마지막 송도갯벌보전을 위한 농성에 돌입하며’ 중에서
환경단체들은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모니터 기록을 수록하고 정보를 교환했다. 한일습지포럼 참석자를 비롯하여 외국의 저어새 전문가들도 송도갯벌과 남동유수지 저어새번식지를 방문하고 저어새보호와 송도갯벌보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2009년 가을, 저어새들이 남동유수지 인공섬을 떠날 때까지 모두 24쌍의 저어새가 번식을 시도했으나 7개의 둥지만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새끼를 부화시켰고, 그 중 4개 둥지에서 6마리의 새끼들만이 무사히 자라 둥지를 떠났다. 2023년 지금까지 인천녹색연합 회원과 시민들은 모니터링과 교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인천시는 남동유수지 옆에 저어새생태학습관을 세웠고 동막역은 2021년부터 저어새생태학습관역으로 함께 불리기 시작했다.
송도갯벌 매립 반대 운동
인천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인정받고 있지만 시민들의 접근은 어려웠다. 인천녹색연합은 무엇보다 시민과 갯벌을 가로막는 인천 해안의 철조망의 철거가 갯벌을 살리는 과제 중의 하나라고 봤다. 그래서 1999년 12월 4일,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동춘동에서 송도신도시 건설 현장까지 ‘바다 되찾기 시민걷기대회’을 열어 해안선 철책의 철거를 촉구했다. 송도갯벌은 인천 내륙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갯벌이다. 송도신도시 건설에 따라 대규모 매립공사가 진행되면서 송도갯벌은 위험에 빠지기 시작했다.
인천녹색연합은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경제자유구역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한편,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대책을 마련해 갔다. 그리고 2003년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송도유원지와 아암도에서 ‘송도갯벌 추가 매립 백지화를 위한 송도갯벌축제’를 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은 끝내 2003년 11월 4일과 17일 송도 7공구 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참여가 적었고, 환경단체들이 설명회 현장을 찾아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단 무산되었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먼저, 송도 7공구 공유수면 매립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법의 근본 입법취지를 무시하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1공구에서 6공구까지 매립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 해양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째, 제출된 송도 7공구 환경영향평가(초안)에는 갯벌생태계의 지표인 조류에 대한 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으니 부실하고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어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 2005년 4월 8일에 송도 5, 7공구 기공식이 열렸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갯벌 매립을 중단할 것과 친환경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갯벌의 매립을 막을 수는 없었다.
2009년 3월 18일, 중앙연안관리심의회는 송도갯벌(송도11공구) 217만 평을 매립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4월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가 번식한 이후 인천시는 2009년 12월 31일, 송도갯벌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송도6·8공구 및 송도11공구의 일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습지보호법에 근거해 지정한 것인데, 인천지역에서는 2003년 장봉도 갯벌에 이어 두 번째 사례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한 것은 송도갯벌이 전국 최초였다. 이미 매립을 끝내고 남은 자투리 땅이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았지만 송도11공구 매립면적이 100만평 가까이 줄어든 것은 남동유수지 저어새 번식과 시민운동의 적지 않은 성과였다.
송도갯벌 보호 운동
송도갯벌은 2009년 12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후 2014년 7월에는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의한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2019년에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사이트(EAAF)로 지정됐으며, 홍콩 마이포 습지와 자매결연을 맺은 습지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서 2000년 9월 30일,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갯벌보전 인천시민헌장’을 제정했다. 갯벌 보전 및 복원, 조사, 관리 등을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도갯벌은 매립 이외에 갯벌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송도갯벌 관통 문제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를 순환하는 도로이다. 김포-파주-남양주-이천-화성-안산-인천-김포 260.34㎞를 연결한다. 그중 인천-안산 간 19.8㎞는 2000년대 초반에 육지부로 노선을 계획한 구간이다. 그런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노선을 해상으로 밀어냈다. 국토교통부는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해상노선 계획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했다. 이 초안에 대해서 2020년 7월, 협의기관인 환경부,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국책연구기관인 KEI(한국
환경연구원),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까지 입지 부적절, 전면 재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2014년에는 배곧대교 건설 계획이 등장했다. 민간사업자가 시흥시에 제안한 사업이었다. 이미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후 나온 계획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2020년 12월 29일, 한강유역청이 ‘배곧대교 민자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해 ‘입지 부적절’ 의견을 냈고, 2021년 12월 14일에는 ‘본안’에 대해 ‘전면재검토(부동의)’ 협의 의견을 시흥시에 전달했다. 한강유역청의 입장은 배곧대교는 람사르습지를 통과하는 노선이니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대체습지보호지역 추진은 새로운 서식지 창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시흥시는 이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는데, 2022년 11월 22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배곧대교 민자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재검토 통보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기각한 상태다. 2020년 6월, 23개의 시민사회단체는 위험에 빠진 송도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016년 10월에는 송도갯벌의 배후습지인 고잔습지(고잔갯벌)의 불법매립을 회원인 이장수가 처음 확인하고 사법기관에 고발했다. 지속적인 원상복구 요구로 4년만인 2020년 인천시와 남동구청에서 행정대집행으로 원상복구했다. 송도갯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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