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총장 선출은 "한진 일가 반성의 리트머스 시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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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총장 선출은 "한진 일가 반성의 리트머스 시험지"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12.24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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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총장 중도사퇴, 인하대 총장의 '흑역사' (3)

2014년 착공한 인하대 60주년기념관 

1972년 인하대가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이후, 초대 성좌경 총장부터 중도사퇴한 13대 박춘배 총장까지 모두 10명이 총장이 거쳐갔다. 그 가운데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총장은 이재철 3대 총장, 박태원 6대 총장, 홍승용 11대 총장, 그리고 박춘배 총장이다. 중도 사퇴한 전임 총장의 잔여임기만 채우고 퇴임한 김희철(4대), 이본수(12대) 총장까지 포함한다면 10명의 인하대 총장 중 6명이 명예롭지 못한 퇴임을 한 것이다. 

문제는 1988년 일어난 한진그룹 임직원 자녀 특혜입학 파동으로 박태원 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20년이나 지난 시점, 즉 2008년에 와서 홍승용 총장의 갑작스런 중도사퇴가 발생했고 이후 이본수, 박춘배 총장이 연이어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조양호 이사장이 재단 이사회에 큰딸 조현아와 아들 조원태를 끌어들인 이후 발생했다.   

지난 12월 8일 교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사퇴결심을 알린 박춘배 전 총장의 사퇴는 인하대 내부구성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같은 날 터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파문과 맞물려 대외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조양호 이사장의 경복고 후배로 재단의 입장을 대변해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박 총장이 돌연 사퇴한 것은 99.9% 재단의 결정이 작용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인하대의 A교수는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교수회 등에서 사퇴요구를 해왔지만, 막상 박 총장이 돌연 사퇴한다는 메일을 보니, 재단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토사구팽 당하는구나 생각했다. 대학의 상징인 대학총장을 부속품처럼 마음대로 갈아치우는 재단의 전횡에 대해 우려가 매우 깊다."고  교수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더해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전횡과 슈퍼갑질의 사회적 지탄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A교수는, "박총장의 사퇴와 조현아 파문을 계기로 인하대 교수사회에서 나날이 추락하는 인하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인하대에 대한 한진그룹의 기업논리와 지나친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22일 발표된 인하대 교수회의 성명서도 그러한 목소리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교수추천위원회의 잘못된 구성이다. 
 

교수회는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반복되는 총장 인사의 난맥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와 이사장에게 있다."며 "대학의 수장이자 얼굴인 총장의 임기조차 정하지 않은 채 이사장의 하수인으로 만들고자 한 시도가 급기야 현재의 사태까지 초래한 것"이라고 이사장과 이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지적했다.

교수회는 이어 대학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위한 전당이라는 것, 대학의 미래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데서 인하대의 새출발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우리 대학이 대학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 당면 과제는 임박한 새 총장 선임과정을 투명하고도 합리적으로 진행하여 인하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수장을 선임하는 것"이라며 제14대 총장 선임과 관련해 다섯가지를 재단에 요구했다.

새총장 선임과 관련해 교수회가 요구한 사항은 첫째, 인하대의 사정을 잘 아는 덕망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둘째, 각종 비리나 부정에 연루된 부도덕한 인사, 이사장과 특정 학연으로 연관된 인사가 돼서는 안 된다, 셋째, 총장 인선 과정은 이사장의 독단이 아닌, 우리 학교 구성원인 교수, 학생, 교직원, 동문들의 의사가 대폭 반영되고 이를 이사장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새로운 총장에게 학교 운영에 대한 자율적인 경영권을 부여해야 한다, 다섯째, 이사장의 직계자녀는 이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하며, 이사회는 사회와 학계에서 존경받는 인사들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등 5개항이다. 

문제는 조만간 구성될 총장후보추천위원회다. 위원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재단이 5명을 추천하고 4명은 대학교수로 구성하며 총동창회에서 1명을 추천하고, 저명인사 중 1명을 이사장이 지명하도록 돼 있으며, 재단 부이사장이 위원장을 맡도록 정관에 명시돼 있다. 

대학교수 4명이 모두 재단의 입김과 거리를 두더라고 재단이 11명 중 6명이 넘는 과반수로 총장을 추천하게 돼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재단이 대학 총장으로 한진그룹 오너가 원하는 사람을 선출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상태다. 


인하대의 또 다른 B교수는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마찬가지지만, 인하대의 학교정관이 심각한 독소조항이 많다. 총장추천위원회 구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총장추천위원회의 구성부터 불공정하게 이뤄져 항상 재단의 뜻대로 총장을 낙하산식으로 내려보냈고 그렇게 해서 임명된 총장은 인하대가 처한 현실은 외면한 채 이사장 일가의 얼굴만 보고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춘배 전 총장은 바로 이런 구조에서 선출돼 재단의 이해만을 충실히 대변해온 대표적 인물로 평가돼왔다. 

최근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 본부에 공문을 보내 총장 선임을 위해 4명의 교수 추천위원 명단을 보내 달라고 통보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하대는 이르면 22일 4명의 교수를 위원으로 재단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22일 교수회 성명이 나오면서 통보가 미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재단은 12월 중으로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1월 중 총장 모집공고를 낸 후 2월에 새 총장을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하대 새총장, 한진오너 일가 반성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인하대 총장의 선출과정은 공교롭게도 '땅콩 회항'를 일으켜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국민들 앞에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할 시기와 겹쳐 있다. 조현아 땅콩회항 사태 못지 않게 박춘배 총장의 중도사퇴는 인하대 구성원들에게 거듭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룹과 대학에 커다란 위기를 가져온 현 상황을 겪으면서도 조양호 이사장과 정석인하학원이 인하대 총장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선출해서 낙하산 총장을 선임한다면, 그때야말로 인하대에는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이라고 인하대의 A교수는 말한다. 

A교수는 "1954년 공업입국을 위해 창학한 인하대가 개교 60주년을 맞아 이런 위기를 겪는다는 것이 한편으론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인천지역의 거점대학이자 세계 500대 대학에도 들어갔던 인하대가 이제는 위상에 걸맞는 시스템과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단이 기업을 운영하듯이 인하대를 운영해왔던 과정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이번에도 눈가리고 아웅해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새 인하대 총장을 어떤 과정을 거쳐 누가 선임되는냐는 '땅콩회항' 사태에 대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진정으로 반성을 얻었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국민과 대학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상식과 원칙을 가지고 한진그룹이 인하대를 운영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하대 교수회도 성명에서 지적한 사항이지만, 무엇보다 먼저 한진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의 재단 이사회부터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직위 성명 출생년도 임기 현직 및 주요경력
이사장 조양호 1949 2011.01.17. ~ 2015.01.16. 한진그룹 회장
이사 최희선 1940 2012.10.14. ~ 2016.10.13. 전> 교육부 차관
지창훈 1953 2013.08.16. ~ 2017.08.15. ㈜대한항공 총괄사장
박도순 1942 2012.10.14. ~ 2016.10.13. 전> 고려대학교 교수
강희중 1947 2013.04.24. ~ 2017.04.23. 정은학원(호원대학교) 이사장
김재구 1949 2012.08.20. ~ 2016.08.19.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박춘배 1951 2012.08.20. ~ 2016.08.19. 인하대학교 총장
진인주 1953 2013.04.24. ~ 2017.04.23.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
서용원 1949 2013.09.01. ~ 2017.08.31. ㈜한진 대표이사
원종승 1952 2013.10.21. ~ 2017.10.20. 정석기업㈜ 대표이사
조현아 1974 2012.10.14. ~ 2016.10.13.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1976 2012.10.14. ~ 2016.10.13. ㈜대한항공 부사장
이강웅 1957 2014.05.14. ~ 2018.05.13.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강영식 1949 2014.05.14. ~ 2018.05.13. ㈜대한항공 부사장
신현오 1955 2014.05.14. ~ 2018.05.13. 정석인하학원 상임이사
감사 이용국 1965 2013.04.24. ~ 2016.04.23. 한진정보통신㈜ 총괄담당임원
최경수 1964 2014.08.20. ~ 2017.08.19. 삼경회계법인 부대표
인하대 재단 이사회 명단(2014년 5월 현재)

홍승용 전 총장과 박춘배 전 총장이 모두 조양호 재단 이사장의 경복고 동문이었다. 인하대 재단 이사회 내에도 최희선 부이사장, 강희중, 박도순, 신현오 이사 등 모두 5명이 경복고 동문인 것으로 확인된다.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과 경복고 동문이 이사회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사회의 인적쇄신과 함께 덕망 있는 총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하대 정관을 개편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교수회가 내건 5가지 요구사항은 재단에 요구만 해서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관의 개정과 이사회의 인적쇄신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 인하대 내부 구성원들의 결집과 지역사회의 후원이 필요하다.

 

결국 최종적인 문제는, 그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이다. 한진 오너 일가의 성찰과 반성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인가? 젼혀 그렇지 않다는데 인하대가 처한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현재 인하대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는 박춘배 총장 2년여 기간동안 대학 구조조정 문제로 홍역을 치르며 결집된 내부의 고민과 역량이 있다고 B교수는 말한다. 다만 B교수는 "교수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친재단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교수들와 개혁적 교수들 사이의 반목이 가로놓여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도 마찬가지. 이전 2014년도 총학 집행부는 단과대 연합 학생회의 갈등에 더해 새로 선출된 총학 집행부와도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대립과 반목을 극복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지만, 현재의 구조에 안주하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무관심이 더 큰 문제라고 B교수는 말한다. 

인하대가 처한 문제는 비단 인하대 만의 문제가 아닌 인천지역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천지역사회가 인하대가 거듭나도록 하는데 적극 함께하고 인하대 구성원들을 후원하는 일 또한 시급하다. 

인하대가 과연, 
잇따른 총장의 불명예 중도사퇴의 후유증을 딛고 대기업 한진 일가의 갑의 횡포를 이겨내면서 인천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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