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의 역사성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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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의 역사성을 살려야 한다
  • 김도연
  • 승인 2009.12.2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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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배다리 일대 개발 논란

 
 지역 특색 단절 반대 움직임

 헌책방 거리로 유명한 인천 동구 배다리 골목의 산업도로 관통문제가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또 다른 암초에 부딪히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현 배다리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는 개발을 요구하며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배다리 일대는 1960~70년대부터 조성된 헌책방 골목과 창영초등학교 등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이 위치한 곳이다.
 
 헌책방 골목이라는 특색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은 이곳에 지난 2007년 인천시가 중·동구를 관통하는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국제강간 산업도로를 놓기로 하며 주민들과의 마찰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상권 붕괴는 물론, 배다리만이 갖고 있는 역사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우회도로 개설을 요구했다.
 
 그해 6월부터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등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된 단체들이 생기면서 산업도로 개설을 놓고 주민과 인천시 간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시민모임 등은 생활 및 역사 문화권의 단절을 지적하며 우회도로 건설을 줄기차게 주장했고, 이에 대해 인천시는 시공 상의 어려움 및 효율성 등을 들어 관통도로 개설을 원안대로 추진하려 했다.
 
 여기에 맞서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집회와 시위, 관계자와의 면담 등 다양한 노력들을 시도했다. 올 들어서는 지하화를 전제로 배다리 역사문화지구 지정을 통한 에코뮤지엄(역사문화마을)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민모임 등 지역 주민들은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 3년여라는 오랜 마찰을 빚어온 산업도로 개설 계획에는 위반 사항이 지적돼 최근 들어 지하화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이 인천시의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에 포함되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저항이 일고 있다.

 지역 문화 버리는 공원화 반발

도시재생사업안에 포함된 배다리 일대 조성계획(안) 그림

 인천시는 이 지역에 주상복합 건물을 설치하고 오래된 서점들을 철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자리에 '정보도서관'을 만들고, 주변을 '옛 고서적 거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며, '독서의 분수', '야외 카페테리아', '야외 데크'를 설치해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줄기차게 배다리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보존해 줄 것을 요구해 왔던 지역 주민들이 다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전 모임을 '배다리를 가꾸는 시민모임'으로 재결성하고 시의 계획에 반대하며 지난 9월 배다리 책방거리 보존 및 에코뮤지엄(역사문화마을) 조성을 위한 '배다리 역사·문화지구' 지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또 10월에는 주민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른 강제 수용 방식을 반대하는 다른 지역 주민들과 적극적인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는 산업도로 개설 때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범위에서의 개발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에코뮤지엄 그림

 인천시 여론 조사 실시후 검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 같은 여론이 일자 인천시는 지난 11월 3일 공식적으로 배다리 일대를 포함해 전면 수용방식의 공영개발로 추진되는 4개 도시재생사업지구를 대상으로 11월 16일부터 30일까지 주민 전수조사를 벌여 개발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을 경우 사업을 전면 재수정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주민들을 포함한 16개 사업지구 단체로 꾸려진 인천시도시재생사업지구주민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600여 명은 11월 18일 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전수설문조사의 중단을 민관협의체 구성과 사업 방식 결정에 주민의 결정권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시의 여론 조사는 개발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역사성을 갖고 있는 배다리 지역을 최대한 보존하는 범위에서 개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지켜달라는 점"이라며 "도시재생사업에 주민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배다리 지역의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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