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 지역사회 진중함 속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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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지역사회 진중함 속 ‘환영’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3.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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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정치권 ·시민단체 '자축'... 유정복 시장 "헌재 결정 겸허히 받아들여"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발표가 방송되는 인천터미널 내 한 TV를 시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 윤성문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를 결정해 발표한 직후 인천지역 시민들 사이에 자축파티를 열거나 SNS를 통해 환영의 뜻을 서로 주고받는 등 대부분 축제날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촛불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은 감격스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안보와 경제가 불안한 현 상황에서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갈등을 치유하며 화합을 위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들의 마음까지도 보듬어 안아 흩어졌던 모든 국민들을 헤아리고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일부 특정단체가 ‘반대집회’의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이날 오전 11시 인천터미널 인근과 로데오 거리, 부평역 일대 등 주요 거리에서 인천시민들의 반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시외 혹은 고속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눈은 헌재의 파면 선고 전까지 모두들 TV를 향해 있었다.?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김수민(33)씨는 “국민이 이뤄낸 탄핵이 아니냐”면서 “국민들의 바람보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순리대로 간 것”이라 말했다. 터미널과 붙어 있는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한 고객은 “물건을 살 게 있어 백화점을 나왔다가 뉴스만큼은 챙겨봐야겠다 싶어 잠시 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으로 헌재 중계를 봤다”면서 “바랐던 바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구 주민 이승희(40)씨는 “그간 정권에 아첨한 부역자들에게도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하고 친일파들을 몰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서도 환영의 입장을 쏟아냈다. 남구 시민 김성환씨(44)는 헌재 재판관의 만장일치 탄핵인용 결과에 “영국 명예혁명에 준하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의 대기록으로 불러도 될 것”이라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또 권모씨(37)는 “완벽한 봄이 왔다”면서 역시 탄핵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또 배모씨(43)는 “오늘 헌재 점심메뉴가 잔치국수라고 하던데 이게 잔치였구나”라는 글로 역시 환영의 뜻을 표했으며, 다른 시민 정미현씨를 비롯한 몇몇 시민들 역시 “만장일치 탄핵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는 등의 메시지를 SNS에 올리며 지인들, SNS 인맥 등과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소식이 실시간으로 보도되자 시민들이 작지만 기쁜 박수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영상 촬영 = 윤성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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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권에서도 발빠르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박남춘 시당위원장(남동갑 국회의원)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라는 놀라운 결과로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결정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 헌법의 명령과 가치를 지켜 낸 결과”라고 논평하고 “적폐청산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출발하라는 역사적 요구의 출발선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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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수갑 초선인 박찬대 국회의원은 “국민을 이길 수 있는 권력은 없다는 걸 국민들께서 확인시켜주신 셈”이라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결정의 길이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담대히 걸어나갈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바른정당 인천시당 역시 홍일표 시당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헌재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의결한 것은 오직 법의 판단에 따라 그들의 소명을 다한 것이며, 이는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대통령이라도 잘못하면 책임져야 한다는 것으로 국민들께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성숙함을 보여줬다”면서 “우리 당은 정당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통해 균형과 상생의 정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인천시당도 이수봉 시당위원장을 통해 “헌재의 결정은 지난 4개월간 온 나라를 밝힌 1,500만 촛불의 힘이자 위대한 국민의 승리로, 우리 국민은 정권의 무능함을 목격하며 참담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국가개혁의 동력은 국민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전하고 “그럼에도 자유한국당과 기득권 세력은 반성하지 않고 있는데 인천의 친박 세력들은 시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정의당 인천시당도 공식 논평을 내고 “오늘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국민주권의 원칙을 확인한 역사적 판결이지만,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탄핵시킨 날이기도 한 만큼 시민들께서 오늘을 잊지 말고 다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국민을 기만하고 조롱하는 위정자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가 교훈과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이한구 인천시의원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비폭력,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국정농단과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탄핵해 파면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통렬히 반성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전했다.

자유한국당 인천시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인용'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명백히 인정하고 통렬히 반성한다"며 "일과 성과로 인천시민들의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퇴진 인천비상시국회의’는 논평을 내고 “5개월여 광장을 뜨겁게 했던 촛불 민심은 박근혜 탄핵을 넘어 부역자 처벌, 적폐청산 그리고 새로운 국가를 위한 사회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오늘 헌재의 파면 결정은 탄핵 정국의 마무리인 동시에 박근혜 정권 시기 쌓였던 적폐 청산의 시작이어야 하며, 이제 자연인이 된 박근혜를 강력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헌재의 8명 전원 탄핵 인용은 국민들의 뜻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인 동시에, 박근혜가 재벌과 공범자들이 벌인 비리공작정치에 대해 국민들께서 심판한 것”이라면서 “헌법 개정을 비롯해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선거법 개정 개혁의 과제는 아직 많고 특히 인천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도 있는 만큼 이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은 김송원 사무처장은 “엄존한 국민주권을 보여준 역사적 판결인 동시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제정의를 실현하자는 심판인 것”이라면서 “정치권과 정부는 갈라진 국민여론을 통합하고 아우르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의 박재성 공동대표는 “청년들, 후세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기쁘다”면서 “헬조선을 희망의 국가로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11일 오후 5시 남동구 구월동 주점 '갈매기의 꿈'에서 탄핵인용 자축 파티를 연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직후 박근혜씨를 ‘전 대통령’으로 수정 표기(빨간색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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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라는 단체는 연수구 선학체육관에서 강연회 형식으로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행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내 행사이기 때문에 경찰이 직접 대응은 하지 않지만 돌발 상황에는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도 탄핵인용의 환영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인천의 헤비메탈 밴드 ‘알포나인틴’의 드러머 최재학씨는 자신의 SNS에 “기쁘게 낮술 한 잔 한다”는 글로 탄핵 인용의 심경을 표현했다. 서은미 사진작가는 자신의 SNS에 “세월호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향후 진상규명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적었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비상령 ‘을호’를 발령하고 전 경찰직원들이 대비 태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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