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도는 애관극장, 인천시·영상위는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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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 도는 애관극장, 인천시·영상위는 '답답'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1.15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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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주와 통화도 못해"... 시 개입 ‘한계’

애관극장 모습.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들

 

최근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애관극장과 관련해 시민사회 일각에서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다. 그러나 정작 인천시와 시 영상위원회 측은 문화자산 보전을 위한 극장주와의 접촉에 애를 먹고 있다.
 
15일 인천시와 시 영상위원회,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최근 인천 관내 시민단체 관계자 및 인천지역의 영화 애호가들은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애관극장이 최근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데 이는 문화적 자산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첫 공식성명을 내고, 14일에 두 번째 성명을 냈다. 두 성명의 내용은 “애관극장을 지켜야 한다”는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시 당국이 애관극장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식적인 대화 창구 개설 및 애관극장주(탁경란씨)와의 면담을 추진하면서 해당 공간이 공공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지난 4일 첫 성명이 나오자 시도 곧바로 “극장주의 의지가 있다면 보존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은 밝혀둔 상태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시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의미 있어
 
이처럼 시민단체 진영에서 애관극장의 존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애관극장이 한국의 영화 역사에서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 기인한다. 다만, 온라인 포털사이트 및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있는 애관극장의 역사와 인천의 역사 연구자들이 말하는 애관극장의 역사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 및 언론들은 “애관극장은 근대 개항역사에서 국내 최초의 사설극장으로 기록된 협률사(協律舍)를 그 전신으로 하고, 이후 이름이 몇 차례 바뀌다 일제시대인 1915년 지금의 이름인 애관극장으로 오픈됐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연극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당시 인천지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화 거점이 됐고, 한국전쟁 중 소실됐다가 전쟁 후 다시 지금의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인하대에 출강 중인 윤진현 박사는 “일제시대 언론사들 중에서는 현재 이름인 애관극장을 사용했던 경우가 있었고, 다른 경우로는 축항사(築港舍-온라인상에서는 협률사가 몇 차례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개명됐던 이름 중 하나였다고 안내돼 있었음)라는 이름으로 이를 표기하기도 했던 만큼 축항사와 애관극장의 연관성은 인정되나, 전국적으로 협률사라는 이름을 가진 극장 장소들이 있었던 만큼 애관극장이 협률사의 후신이라는 정보는 명확한 고증이 없어 인정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일각에서 사실로 굳어져 알려지는 감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관극장이 인천의 중요한 문화예술적 의미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용사이기도 했던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애관극장의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는 기록도 전해지는 등 인천의 문화예술역사에서 애관극장이 갖는 위치는 특별한 것이 사실.
 
또 인천에서 성장기를 보낸 영화 애호가들 중에는 영화관이 지금의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 시대 당시 인천에서는 거의 유일했던 70mm의 넓은 대화면을 기억하는 경우도 많다.
 
남구 주민 이환복씨(42)는 “당시 인천의 극장들은 지정좌석제가 아니었고 때문에 표를 끊으면 좌석이 없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영화를 보던 기억도 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다이 하드’를 보던 당시 극장안이 사람들로 빽빽해 앞쪽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영화를 봤는데 화면이 너무 커서 고개를 최대한 쳐들고 보느라 목이 뻐근했던 기억도 난다”고 회상했다.



‘1950년대 애관극장의 모습’이라고 알려진 사진.

 

◆ 존치 여부도 시민들 생각마다 ‘분명한 차이’
 
그러나 애관극장의 존치가 모든 시민들에게 공감이 되는 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쟁으로 소실된 이후 복원된 옛 외관은 상당 부분 지켜지고 있지만 내부의 경우 원형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

중구 주민 강영규씨(45)는 “단관시대에 성장한 세대 중 영화를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이면 애관극장은 물론 지금은 없어진 인형, 오성, 현대, 자유극장, 그리고 지금은 실버영화관으로 바뀐 미림극장까지 수많은 추억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면 애관극장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중구 주민 이성민씨(40)의 경우 “단관이었던 애관극장이 2000년대 들어 5관 편성의 멀티플렉스로 구성을 바꾸고 생존을 위해 포인트 적용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면서 “영화 관람을 하는 동안 애관극장의 예전 추억을 떠올리기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면서 존치의 필요성엔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
 
반대 입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극장 혹은 건물주로서 수익이 되지 않고 적자라거나 할 때는 높은 가격을 쳐주는 주체에 매각하는 것이 당연한 거고 그게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라며 “그 전까지 시나 시민들 모두가 애관극장이 어떻게 영업을 했는지 관심도 없다가 뉴스가 나오니까 들썩이는 것 같은데,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시민단체나 지자체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시를 믿고만 갈 수 없어 행동으로”
 
애관극장의 보존을 강력히 요구하는 시민단체 및 영화 애호가들의 입장은 “현재로선 시를 믿고만 가기엔 불안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가 보여준 행정을 감안하면 시가 애관극장에 대한 ‘사수 의지’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그간 지역사회 차원에서 존치가 필요하다는 건물이 철거되는 상황을 그간 시가 관망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측 관계자는 “지난해 중구가 애경사에 이어 인천가톨릭회관까지 일방적인 철거를 단행하는 동안 시의 역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애관극장 문제까지 시를 믿고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위중하고 시간도 촉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상식적인 선에서 시가 매입을 성사시키고 시민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며, 직접적인 연락이 힘든 만큼 성명을 통해 시와 극장주의 입장 표명 등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멀티플렉스 공간으로 바뀐 뒤의 애관극장 내부. (사진 출처 =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 시, “개인재산 지나치게 개입할 수는 없다. 설득이 우선”
 
최근 애관극장의 매각설에 대해 인천시와 시 영상위원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단체의 메시지는 충분히 듣고 있는데, 막상 극장주와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다보니 존치 여부는 고사하고 극장주의 입장 조차도 정확히 들을 수가 없어 “노력해 보겠다”는 말 외엔 이렇다 할 입장을 내세우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시 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도 그 매각설을 신문을 보고 알게 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면서 “이에 진위 파악을 위해 극장주와 연락을 하려 했으나 극장 측은 연락처 공개를 안 해주고 있고, 이에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아봤지만 달리 극장주와 접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이 돼 오매불망 연락을 기다리면서 물색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정부나 시 등이 극장건물에 문화재지정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공공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 내부에서도 검토 중에 있다”며 “그렇게 되면 문화재까지는 아니더라도 개발논리를 배제한 공공의 목적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인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극장주를 만나 매각 여부 및 입장을 정확히 들어봐야 하는 게 1차적인 작업이나 연락이 닿지 않아 명확한 입장을 시도 꺼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 밝혔다.
 
인천시 역시 대강의 입장은 비슷했다. 시 관계자는 “만약 민간에 매각을 하고자 하면 속상하긴 하겠지만 개인재산인 만큼 그걸 물리적으로 막는다는 건 어렵고 잘못하면 위법 소지도 생긴다”면서 “다만 소명의식이 극장주에게 있다면 우리 시로서는 그 소명의식을 발휘하셔서 시가 공공재로 매입하던지 하는 방법으로 계속적으로 설득을 할 것이고, 그게 개인재산권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시의 입장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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