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빚 갚는 '세금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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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 빚 갚는 '세금 먹는 하마'
  • 김도연
  • 승인 2010.01.01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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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개발공사, 이대로라면 '파산'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설립 취지에 맞는 사업을 옳게 하고 있는가?"

 많은 시민들은 이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니, 휘휘 내젓는 시민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왜 그럴까? 그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무분별하게 추진한 사업들에 대한 언론사들의 부정적인 보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업만 잔뜩 벌여놓았지 정작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인천시가 100% 출자해 만든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잘못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니 시민들이 인천도시개발공사에 대해 우려 섞인 눈길을 보내는 일은 당연하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사업을 추진 중인 도화구역 개발 조감도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인터넷 홈페이지(www.iudc.co.kr) 공지사항 난의 2003년 9월 13일 자 '인천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를 오픈합니다'란 제목의 첫 게시 글에는 '각종 도시개발사업을 통한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 및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인천도시개발공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글대로라면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설립 목적은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 및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에 있다. 2003년 설립 이후 6년여가 지난 현재, 과연 인천도시개발공사는 당초 설립 목적에 맞는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현재 총 사업비 44조9천477억 원 규모의 43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형별로 구분을 하면 택지 단지 개발 5개, 주택 건설 6개, 임대주택 건설 2개, 도시재생 5개, 관광 개발 4개, 자치단체 정책 사업 8개, PF사업 13개 등이다.

 자치단체 정책 사업은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받아서 하는 것이고, PF사업(Project Financing, 공모형 사업)은 현물이나 자본 등을 출자해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민간 자본 등을 유치해 해당 목적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사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의 경제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도화구역 개발', '송도글로벌캠퍼스 조성' 사업 등 8개 자치단체 정책 사업과 13개 PF사업의 상당 부분이 '시장 공약 사항을 이행하는 것', '당초 설립 목적에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사업들 가운데 당초 설립 목적과 연관성이 없는 사업이 많다"며 "글로벌 캠퍼스 조성 사업이나 151층 인천타워 건설 사업 등 상당수 사업들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설립목적과 연관성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21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하는 사업내용이 인천경제청과 중복되고 과잉투자로 인해 인천시의 재정파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 공약 사항을 이행하는 기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개발을 추진 중인 도화동 옛 인천대 일대

지난 9월 열린 '인천광역시 재정건전성 정책제안 토론회' 자리에서 제기된 내용에 따르면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시행하는 사업 가운데 인천시장의 공약 이행에 해당하는 사업은 영종 전시복합단지개발, 도화지구 도시개발, 숭의운동장 도시재생, 논현 웰카운티 건설,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 건설, 인천대 송도신캠퍼스 조성 등이다.

 모두 단지개발, 관광개발, 주택건설, 도시재생 등의 사업에 포함돼 있지만 상당 부분이 '지방공기업법'에 명시된 경영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석용 경제학 박사는 "인천도시개발공사의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며 "스스로 하지 못하고 인천시의 주문에 따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공기업이 법에 따른 기업의 경제성과 공공복리의 증대를 위해 운영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업을 선택할 때 명확한 경제성 분석을 해야 하는데, 과연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사업에 대해 분석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의 모습은 인천시가 하고 싶은 사업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으니 공기업을 통해 하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지방공기업법 제3조에는 '지방공기업은 항상 기업의 경제성과 공공복리를 증대하도록 운영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공기업을 설치·설립 또는 경영하면서 민간경제를 위축시키거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질서를 저해하거나 환경을 훼손시키지 아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석용 박사의 지적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법에 명시된 경제성과 공공복리 증대라는 운영 원칙을 지키고 있지 못하며, 인천시는 공경제의 영역을 벗어나 사경제의 주체 역할을 하는 셈으로 해석된다.

 빚 내서 빚을 갚는 형국 

이미 발행한 공사채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채 발행을 늘려야 할 형편의 인천도시개발공사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이 빚을 내 하고 있는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빚을 내 빚을 갚는 형국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토론회에서 제시된 내용에 따르면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공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 7월 기준 자본금 대비 232%인 3조2천621억 원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인천도시개발공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추가로 2조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이 이어져야 할 판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올해 영종하늘도시 개발 사업 관련 수익금 등으로 6천억 원 정도의 공사채를 상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송도글로벌 캠퍼스 사업을 떠맡으며 약 3천400억 원이 공사비로 지출돼 상환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야심차게 덤벼든 첫 PF사업인 도화구역 도시개발 사업의 경우 840억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됐고, 숭의운동장 사업 역시 보상비와 단지 조성비 등이 없어 시에서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2014년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립 사업 등도 벽에 다다른 상황이다.

 PF사업의 상당 부분에서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 공사채 발행 추진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 이유다. 결국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꼴이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도에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공사채 규모는 5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고, 이에 대한 이자를 감안한다면 최대 7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예상 수익 400억 원과 2011년까지의 수익으로 우선 이자를 상환하고, 이후 분양 사업 등으로 발생되는 수익으로 원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철저한 경영 분석이 필요하다. 

 이르면 2011년부터 주택 등 각종 분양사업으로 수익이 발생돼야 하는데, 과연 지금의 전반적인 부동산 침체가 2년 후에 활성화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한 분석은 어둡다.

 지난 재정건전성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대한주택공사 도시주택연구소 연구원의 연구 결과, 송도나 청라, 영종 등 외곽 지역을 동시 개발하면서 구도심 지역의 인구가 빠르게 줄어 수요에 비해 주택이 초과 공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 수요가 줄고 있는 구도심 지역은 앞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택공급이 이뤄지더라도 수요가 없어 장기간 저수요 지역으로 남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도화구역개발, 검단신도시 개발 등의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구도심 지역의 개발 이익이 예상 이하일 경우 위의 분석대로라면 결국 빚더미만 커지는 꼴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경영성 확보와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경제성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석용 박사는 "지방공기업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경제성 증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의 비전문성 문제를 해결과 현재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기초로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버릴 것은 버려야 살 수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PF사업으로 추진 중인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거친 뒤 과감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살릴 것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랫동안 인천시 재정문제를 연구, 의견을 제시해 온 박준복 사회복지보건연대 정책위원장은 "자본금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하려다 보니 공사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사업성이 악화하다 보니 또다시 부채를 늘려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태가 지금의 인천시도시개발공사의 모습"이라며 "지금이라도 사업 분석을 통해 버릴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석용 박사 역시 "경제성 분석을 통해 이익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조직 역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 없이 문을 닫으면 진행되던 사업에 연결된 모든 관계기관과 지역 주민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두바이의 국영 기업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쉽게 말해 돈을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빚을 줄여 달라는 의미의 '나 몰라라 식' 버팀이다.

 지역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를 바라보는 많은 눈들은 두바이월드의 현 모습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를 본다. 지금의 자금사정이라면 두바이월드 꼴이 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철저한 사업 분석을 통해 몸집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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