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 둘을 보냈어. 그래도 여태까지 살아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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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 둘을 보냈어. 그래도 여태까지 살아있잖아"
  • 김인자
  • 승인 2017.01.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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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쇄석실에서 만난 할머니
 
"엄마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더니 ..."
쇄석실에 들어간지 50분만에 아이가 입술이 새까맣게 타서 나왔다.
"엄마,배 아파."
"좀 누웠다 갈까?"
"아니, 집에 가서 누울래." 원무과에서 시술비를 계산하고 처방전을 받아 병원 앞에 있는 약국에 갔다.
" 엄마 아직도 배가 아파." 아이가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로 말한다.
약국에 사람이 엄청 많다. 병원에 사람이 그렇게 많으니 당연한거겠지.
처방전을 내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엄마, 나 너무 아파." 그러더니 아이가 엉엉 운다. 참을성 많은 아이가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눈물을 뚝뚝 흘릴까? 마음이 찢어지는거 같다.
"어제밤 보다 더 많이 아파?"
"응"
"시술하기 전 보다?"
"응,엄마 너무 아파."
그러더니 아이가 앞으로 폭 꼬꾸라진다. 병원으로 어떻게 뛰어 왔는지 생각이 안난다. 쇄석을 했던 비뇨기과로 뛰어가 얘기하니 간호사가 일단 응급실로 가란다. 진통제 처방을 내려 놓을테니 아이를 데리고 오란다. 아이가 움직이질 못한다 하니 환자가 많은 탓인가! ? 바로 대처가 안되어 기다릴 수가 없어 진료협력과로 뛰어갔다. 휠체어를 내주겠단다. 아이가 못 움직인다 하니 그제서야 베드를 불렀다.찬바람 쌩쌩부는 찬바람속에서 아이는 차가운 베드에 눕혀져 응급실로 다시 옮겨졌다. 시술한지 10분도 안된 병원 약국앞에서.



 
나는 웽웽거리는 빨간차 불빛이 무섭다.
심계옥엄니 때문에 거의 119 단골손님이었는데 이번엔 아이다. 작년 어느때 쯤이던가 이명 때문에 혼비백산 했던 때가 있었다.아이는 병원가는 내내 차안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토를 했다. 사람 마다 차이가 있다지만 우리 아이는 그냥 가볍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새벽에 119에 실려와 초음파찍고 ct를 찍어 요로결석을 확인하고 진통제를 투여하면서도 아! 이는 너무도 아파했다. 이명 때도 치료를 받았어도 자주 재발될 거라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요로결석은 애 낳는것보다 더 아프다고 했는데 아이는 진통제 1 진통제 2를 쓰고도 너무도 고통스러워했다. 진통제 2를 다 맞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최후로 마약진통제를 써야한다는 말에 큰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싹 나은건 아니나 아픔이 덜하다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응급과장님이 아침에 외래로 다시 와서 쇄석할지 결정하라신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신발을 못 챙겨와 지하매점에서 삼선슬리퍼를 샀다. 삼선슬리퍼 신겨 택시타고 아이를 집에 데려왔다.
집에 데려오지말걸 하는 후회속에 아이는 밤새 아파했고 병원 문이 열리자마자 비뇨기과 외래로 들어와 다시 초음파 찍고 한시간 반을 기다려 쇄석을 했다. 기다리는 오십 분 내내 탁탁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내 종아리치는 소리로 들렸다. 아이가 아픈게 엄마인 내 잘못이란 생각 때문에 침도 못삼킬 정도로 목젖이 따끔거리며 아팠다.
 
"이거 좀 마셔봐요. 에고 에미가 다 죽게 생겼네."
"할머니 한 분이 종이컵을 내미신다.
오줌받는컵 아니니 걱정말고" 할머니 농담에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 했다.
"아이가 아프믄 엄마맘은 찢어지지. 그래두 으트게 힘을 내야지. 에미잖어. 나는 애 둘을 보냈어. 그래도 질긴 목숨 여태까지 안 죽고 살아있잖아. 큰 병 아니믄 걱정말아요. 인명은 재천이야."
"할머니는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어요?"
"아들이 아파. 쟤는 수술을 해야된대.
초음파로 깨는 것도 많이 아프다고 하드만.
딸아이 나오믄 꼭 안아줘요. 나는 안아보지도 못하고 보냈어."
할무니가 하얗게 웃으신다. 머리가 하얗게 세셔서 그렇게 보이나 했는데 할무니 입술도 하얗게 다 버석하게 일었다. 속이 새까맣게 타면 저런 모습이 되는구나.
나는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에구 정이 이렇게 많으니 눈물이 많구만. 눈이 커서 그런가 그 큰 눈속에 눈물이 아주 꽉 들어 찼네.
울지마요, 엄마가 자꾸만 울면 아이는 우짜나그래."
 
"다시 들어오셔서 엉덩이 주사 맞으셨죠? 제어가 안되니 과장님이 마약진통제 처방 주셨어요.
진경제까지 넣었으니 조금있으면 나아질거예요."
다시 들어온 응급실.
"엄마,어지러워. 천장이 빙빙 돌아."
마약진통제라더니 약이 쎄서 그런가 아이는 계속 "어지러워, 엄마" 하더니 약이 다 들어가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통증이 완화되면 잠이 온다더니 아이는 잔다! . 8시간쯤 효과가 지속된다니 그때까진 괜찮으려나. 아이가 자는 틈새에 비뇨기과 과장님과의 면남시간.원인제거를 하지않았으니 약효 떨어지면 또 아플거라고 하신다. 참아지는 아픔이 아니니 아이가 아파하면 바로 응급실로 데려오라신다. 새벽에 더 아파할 수 있다며 .아까 병원서 만난 할머니 마음은 어떠실까. 그 경황에도 나를 챙기셨던 할머니 나 또한 아이 때문에 경황이 없어 그냥 헤어졌는데 아이가 좀 괜찮아지면 입원실로 찾아뵈야겠다. 어느 병실에 입원해 있는지는 모르나 아픈 내 아이 시간 속에 할머니도 아들도 함께 있었으니 쉬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를 꼭 찾아뵈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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