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린거 같아 둘러 봤어, 숭허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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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풀린거 같아 둘러 봤어, 숭허지 않어?"
  • 김인자
  • 승인 2017.02.21 0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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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할머니 친구가 떠준 숄
?
"인물딱지가 쪼끔만 이쁘믄 더 좋을턴디..."
"왜요 할무니? 지금도 인물이 아주 좋으세요."
"좋긴 머시 좋아? 검버섯이 여기저기 숭숭 피어서 숭허기만 헌디.
근디 울 이쁜 선상님은 논네들만 보믄 다 이뿌다고 하니 내가 그 말을 당최 믿을수 가 있간? 저 웃층에 사는 뚱뚱보 할망구 보구두 이쁘다고 하고 저 아래층 사는 땅꼬마 할마씨한테도 이쁘다고 하고 책 읽어주는 작가슨상님 눈에는 안 이쁜사람이 누구야?"
"하하 제가 그랬어요,
할무니? 저 눈 완전 높은데여~"
"높기는 무신. 늙으이들은 죄다 이뿌다, 좋다 그런다믄서."
"제가여? 아닌데여... 저
아무한테나 이뿌다고 하는거 아닌데..."
"아니긴 머시 아녀? 노인정에 소문 다 났어. 책 읽어주는 작가 선생님이 이뿌다구하믄 홀라당 다 믿지말구 반만 뚝 잘라서 믿으라구."
"와 진짜루요 할머니? 그래도 뭐 왠통 거짓뿌렁이라고 생각 안하시고 반이라도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왠통 공갈은 아니지. 책 읽어주는 작가 선생님이 생판 읍는 소리를 헐 사람도 아니고 나도 반은 맞는 소리다 그리 생각허기로 했어! ."
"아녜요, 할무니. 할무니들이 진짜 이뿌셔서 이뿌다고 하는 것이지 당최 안 이쁘신데 제가 이뿌다고 허것어요오?"
"그랴?"
"그럼요~~~"
"그럼 이거 진짜 작가 슨상님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는가?"
"예, 할머니. 아주 예뻐요. 누가 떠주셨어요?"
"친구가 ?촌시러버서 장롱에 뒀는데 요즘 날이 좀 풀린거 같애서 꺼내서 둘러 봤어. 어뗘? 숭허지 않어?"
"아주 좋아여, 할머니. 이뿌세요."
?
울 할무니들 바깥나들이?댕겨오시기 좋은 봄이 오고 있네여.
한겨울 내내 집안에서만 계시느라 얼마나 갑갑스러우셨을까요?
?
"진짜로 이뻐? 거짓뿌렁 아니고?"
"네, 이뻐여. 할무니. 진짜 이뻐여."
"나는 벨론거 같은데 성당서도 다들 이뿌다고하네. 이제 날이 좀 풀린거 같아서 허고 나왔더니 다들 난리야 이뿌다고."
"할무니, 진짜 이뻐요. 이렇게 이쁜 숄을 누가 떠주셨어여?"
"친구가..."
"우와, 참 좋은 친구시네요.
허구 다니세요. 지금 하고 다니시기 딱 좋으세요."
"진짜 허구 다녀도 되까? 촌시럽지않어?
요즘 누가 이런 뜨게를 허구 다녀, 가볍고 세련 된거 많은데."
"그니까 귀한 것이죠. 조개뜨기잖아여.
할무니, 이뻐요.
할무니 그 숄이 을마나 이쁜지 제가 사진 한 장 찍어드리까여?"
다른 때 같으면 사진찍지 말라고 하시는데 오늘은 울 숄할무니가 기분이 좋으신지 가만히 계신다. 이뿌게 찍어달라고 주문까지 하신다.

"자, 할머니 김치~~~"
"조개껍데기 보구 김치라고 혀야지.
야를 찍는거잖여~"
"ㅎ 알겠어여, 할무니.
자 조개뜨기 숄아 김치~~~~~
울 함무니도 김치~"
?
"어디 봐봐 사진 잘 나왔나?"
"자, 요기여(사진 이뿌게 나와야 허는디 )"
"이뿌네. 인물딱지가 쪼끔 나으믄 더 좋을뿐 했는디."
"더 좋으믄 안디야, 함무니."
"왜 안디야?"
"너무 이뻐서 안되죠요. 울 할무니 이케 이쁜거 두르고 훤한 대낮에 돌아댕기시믄 클나요. 함무니~"
"왜?"
"보쌈 당하셔요오~~"
"ㅎㅎ 그렁가아?
근데 은제까지 그 눔의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허는가? 이뿐 얼굴 뵈지도 않고 나는 울 슨상님 웃는거 보믄 기분이 좋아지는디~
언능 감기 뚝 떼버려~~뭐 좋은거라고 그리 오래 달고 다니나 그래."
"네, 할무니. 그려서 저도 조개뜨기로 마스크 하나 떠달라고 함미 친구에게 부탁하까봐여~~^^"
"마스크를 떠달라고?"
"예, 할무니."
"그러믄 좋은데... 작년에 갔어. 멀리..." ?할무니 얼굴이 이내 어두워진다.
아, 네... 그르셨구나.
?
"함미, 진짜 이뽀요.
맨날 맨날 허구 다니셔요."
"그르까아~~"
"함무니, 조심히 댕겨오셔요."
"응, 그르께에."
?
조개뜨기숄 걸치시고 성당에 가시는 울 할무니. 이뿌게 걸으시다 말고 뒤돌아서서 손나팔로 나에게 외치신다.
"참 성당에 나와. 참한 총각있다니까아."
아 참말로 함무니 저 애 둘이나 딸린 애엄마라니까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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