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에다가 고리도 달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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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에다가 고리도 달았더라"
  • 김인자
  • 승인 2017.02.24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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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랑터 찾은 댄스봉사단
?
"배꼽 내놓고 춤추는 거 첨 봤네.
배꼽에다가 고리도 달았더라."
"고리를 달았다고?"
"응,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배꼽에다가 고리를 달았더라.
내가 눈이 침침해서 잘 못 봤는데 고리는 옷삔으로 매달았나? 으트게 배꼽에다가 고리를 매달았으까? 지금 생각해도 고거 참 신기하네."
"이뿌든가 엄니? 고리 매단 배꼽이?"
"몰러. 이쁜가는 모르것고 신기하드만. 내 생전에 배꼽을 내놓고 춤추는 걸 첨 봤다."
"몇 명이나 왔든가 엄니?"
"다섯인가? 여섯인가?가 왔는데 옷을 춥게 입었드라. 우는 죄다 벗었고 브라자 하나만 했드라. 한겨울인데 감기 무서운데 걱정이 되두만."
"브라자만 입었다고?진짜로다?"
"진짜지. 그럼. 내가 공갈을 치간? 입은걸 입었다고 하지, 안입었는데 입었다고 하까?"
"우에는 브라자를 입고 아래는 그럼 뭘 입었든가 엄니?"
"아래는 팬티를 입고 치마같은 거를 길게 종아리까지 내려 입었드라. 하늘 하늘한 것이 다리 종갈이가 죄다 비취드만.
위에는 브라자만 허고 감기 걸리믄 우짤라고. 그래도 밑에는 치마같은 거 비치는 거라도 입어서 우보다 아래가 들 춥갔다 생각했다, 내가."
"비쳐?"
"응, 비치드라. 팬티가 벼."
"위에는 머 입었어? 부라자했어?"
"응,부라자만 했어."
"이뻤겄네. 자신들 있으니까 죄다 내놨을거 아녀?"
"이뿌지도 않고 그냥 그래. 쪽지고 한복 입은 여자도 오고.
내 보기에는 브라자만 찬 여자들보다 쪽진 여자들이 곱상허니 이뿌드만."
?
심계옥엄니가 다니시는 치매센터인 사랑터에 댄스봉사단이 오셨나보다.
심계옥엄니는 배꼽 내놓고 춤추는 걸 처음 봤다며 한 시간째 계속 뭣을 입고 엉디를 으트게 흔든다며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세세하게 설명을 하신다.
내 생전에 배꼽를 내놓고 춤추는 거 처음 봤다면서.
?
"할머니, 누가 왔다고?"
큰딸이 할머니에게 누가 왔냐고 묻자 심계옥엄니 신나서 또 설명하신다.
"봉사단이래."
"근데 그렇게 배꼽을 내놓고 해! ?"
"그러게?위에는 브라자를 입었더라.
그리고?밑에는."
심계옥엄니 다시 또 시작되셨다.
?
"이거 볼래? 내가 만든거다."
배꼽춤 얘기를 신나게 하시던 심계옥엄니 이번엔 방안에서 종이시계를 들고 나오신다.
"내가 이거 만들고 나와서 화장실가서 손씻고 나오는데 핑 돌드라."
"뭐라고? 엄니? 어디 안 좋으셔?"
깜짝 놀라 엄니 안색을 살피니 여느때와 달리 핏기가 없어보이신다.
"그런건지 어떤건지 이거 만드는게 만만치않아. 바짝 신경을 쓰고 맹글어서 그런가? 이거 다 만들고 손닦으러 화장실 가는데 팽 돌더라고. 우리 센터에 구십 넷 먹은
화장실 자꾸만 가는 할무니가 있는데 그 할무니꺼는 선생님이 다 만들어줘."
"엄니도 선생님 보고 좀 해달라고 하지 왜?"
"에그, 내것은 내가 해야지. 선생님들이 그 많은걸 으트게 다 해줘? 근데 이거 몣 시래? 요즘 벨거 다 허래.
그래도 요즘 한문선생님이 안 와서 다행이야."
"왜 엄니 한문선생님이 오는 거 싫어?"
"손꼬락도 아픈데 자꾸만 글씨를 쓰래잖어. 왜케 손꾸락이 아프지?.
아까 배꼽내놓고 춤추는 여자들 헌테 박수를 너무 많이 쳤나? 손등도 아프고 손꾸락도 아프네."
"엄니 손 대봐. 적당히 치지. 뭘 그렇게 열심히 쳤어?"
"다들 쳐다만 보구 있길래 나라도 열심히 박수쳐줬지. 배꼽 내놓고 춤추는거 부끄러울까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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