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팟알'의 5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상태바
'cafe 팟알'의 5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7.08.21 0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신포동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마실나가기]는 '가까운 우리 동네의 멋진이야기'입니다. 바로 마을 주변에서 숨은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찾아 그곳에 녹아있는 스토리를 담아드립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인천in>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문미정님입니다. 아이 둘 가진 엄마의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알게 된 마을 이야기를 일상의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엮어갑니다. 숨은 이야기가 있는 곳의 제보도 받습니다



<팟알의 생일을 축하하기위해 온식구 총 출동 ©송석영>


2017년 8월 18일 우리 집 이삿날이다. 포장이사라고는 하지만 아이 둘과 강아지 둘을 데리고 이사하기가 만만치 않은 날이었다.
오전 내 이삿짐을 싣고 새 집에 짐을 막 풀어내며 오전보다 더 정신없어진 오후, cafe 팟알이 다섯 돌을 맞아 찾아오는 손님들께 더치커피를 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피곤해 커피 한잔이 간절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오는 손님에게 이어폰 홀더(전기선 정리용)를 준다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워낙에 유명한 까페라 다른 손님들이 선물을 다 회수해 갈까봐 ‘우리 선물 남겨놔 주세요. 있다 저녁에 갈게요.’ 라는 메시지부터 남겼다.
 
“여보, 오늘 저녁은 짜장면 먹자. 이삿날은 짜장면 먹어야 하잖어? 그리고 오늘 팟알 생일이래. 축하해 주러 가야해. 선물도 준대.” 하며 이 핑계 저 핑계를 다 더해 중구청을 향해 갔다. 집에서 30분 거리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시간을 내지 않으면 이삿짐 정리 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중구청 근처에 차를 세우고 부랴부랴 팟알부터 들어가서는,
“선생님, 저희 생일 축하하러 왔어요. 일단은 배가 고프니 저희 짜장면 먼저 먹고 올게요.”
처음 인연이 찻집 주인과 소비자의 인연이 아니었기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난 그저 선생님이라고만 부른다. 그런 것도 아무 상관없다는 듯, 늘 우리 가족을 잘 맞아주는 여인, 백영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팟알과 그녀를 취재했던 지라 연재로 다루고 싶어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마침 생일축하가 좋은 소재거리가 되어주었다. 게다가 내 딸아이와 생일도 비슷하여 핑계가 참 좋았다.
 
근처 '곡가(曲家)'에서 짜장면을 후딱 먹고 얼른 팟알로 돌아왔다. 좋아 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시키고 아이들과 함께 또 한 사발 들이켰다. 이렇게 한 숨 돌린 후, 아이들은 잠시 남편에게 맡겨두고 나는 까페 주인장과 수다에 열중이다. 다행히 생각 외로 손님이 없어주어서 주인장을 한동안 귀찮게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까페 주인장에게 축하 선물로 커피원두를 선물했다. 이렇게 무례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감사해하는 주인장의 넒은 아량에 나 역시 감사할 뿐이다.



<커피선물을 받고 흐뭇해 하는 팟알 주인장 ©송석영>
 
“너무 축하드려요. 5년이면 저희 딸아이와 나이가 같아요. 게다가 날짜도 몇 일 차이 안나요. 5년 동안 어떠셨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재밌었어요. 내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장사를 처음 해보는데...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난 이거밖에 할 게 없었어요.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어요! 죽기 살기로... (잠깐 같이 웃으며) 남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생계거든요.
내가 오늘 일 안하면 전기세도 못 내는 게 이 일이거든요. 직장은 전쟁터고 자영업은 지옥이라는 말도 있다면서요?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하는 게 현실이에요.
하지만 그냥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나와 이웃이 함께 잘 살아 남는 그런 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일을 재밌어하고 의미를 찾고 그래야죠.“
 
“맞아요, 늘 생계형 자영업자라고 하셨잖아요. 그래도 남들과 좀 다르게 의미 있는 자영업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 까페 살리시려고 정말 고생 많으셨잖아요, 이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시민사회단체에 있었어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도 있었고 해반문화사랑회에도 있었어요. 나이가 50대에 들어서면서 다른 일을 꿈꿔 왔었고, 팟알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내가 잘 되기 위해서는 나만 잘 되서는 안 되며 함께 잘 되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도 갖고 서로가 어떤지 돌아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해요. 사회적 참여활동도 하면서 공동체도 살리고 하는 그런 일?”
 
“그래서, '동네 한 바퀴'도 열심히 하시고 SNS활동으로 동네 소식을 알리고 하시는 거구나, 취미생활도 하시잖아요? 이렇게 생일선물로 가죽 전선 홀더도 만들어 선사하시고, 사진엽서도 만드시고, 최근에는 피아노도 배우시죠?”
 
“그럼요. 버틸려면, 뭔가 다른 것에 몰두하고 정진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풀어내고 쌓인 감정들을 해소해야 오래도록 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왕이면 동네 안에서 이웃들과 함께 하면 더 좋겠죠? 그래서 SNS에 소식 겸 해서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삶과 직업, 생계 이런 게 모두 건강해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동네 돌아다니면서 사장님들과 친구 먹고, 배울 거 있으면 배우고 그러고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건 여기니까 가능해요. 신도시에서는 이렇게 못하죠. 이 동네니까 이게 가능해요. 똑같은 자영업일지 모르지만 여긴 사장이 직접 일하거든요, 신도시에서는 아르바이트가 일 다 하고 사장은 돈만 챙겨가죠? 이 동네는 아직도 사장이 직접 운영하고 만들고 그래요. 난 다 사장들만 만나고 다니잖아요. (웃음).”



<팟알의 대표메뉴 단팥죽 ©송석영>
 

그녀와의 인터뷰는 재밌고 의미 있었다. 그녀가 동네에 들어와서 동네가 좋아진 것인지, 동네가 좋아질 즈음에 그녀가 이사를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를 통해 많은 이야기가 주변에 알려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 동네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들이 백만 송이 꽃송이처럼 동네를 가득 채우기를 바라면서 11번째 마실나가기의 발걸음을 돌린다.


팟   알 (커피, 단팥죽 전문점)
전   화 : 032-777-8686
주   소 :인천 중구 신포로27번길 96-2(관동1가 17)
휴무일 : 월요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