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맞춰 베낭 메고 갱 채취 나서는 아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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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 맞춰 베낭 메고 갱 채취 나서는 아낙들
  • 류재형
  • 승인 2017.10.1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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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갑도의 전통음식 갱국

문갑도 김춘복님

 

 

김춘복님,

6녀1남의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다른 고향사람들은 용유도로 갔는데 목수이신 아버지를 따라 1.4후퇴 때 5살 나이로 문갑도에 정착하였다. 그리고 인천에 유학(?)가서 공부하고 문갑도 청년을 만나 문갑도에 다시 들어와 살게 되었다.

지금은 아들 3형제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자신있게 문갑도에 산다.

갱을 채취하러 나가는 71세의 아낙은 바닷가 갯바위를 훨훨 나른다.


 

문갑도 동쪽 한월리 해변에서 갱을 채취하는 장면


산란하기 위해 한꺼번에 모여 있는 갱의 군락

 

 

갱은 고동과에 속하고 인천 서해 앞바다에서 나는 계절의 특산물이자 반찬거리로 심심치 않게 상에 오른다. 따뜻한 날이 시작되는 4-5월이 되면 바닷가 갯바위에 모여들기 시작하고 6월부터 7월 초가 되면 제일 많이 살이 오르는 피크 철이 된다.

7-8월이 되면 물이 드나드는 커다란 갯바위의 비탈진 음지에 한꺼번에 모여 산란하게 되고 이후 몸에 살이 빠지면 각자 흐트러져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가 가을이 되어서야 살이 통통해져 다시 갯바위로 올라붙는다. 그러다 겨울이 다가오면 깊은 바다로 들어가 월동을 한다.

 

 

바구니 4개 정도면 배낭이 가득하다

갱은 주로 깊은 바닷가 갯바위의 거꾸로 경사진 그늘에 많이 붙어 군락을 이룬다

   

배낭 안에는 플라스틱통을 잘라 넣어 물이 새지 않게 한다



문갑도의 아낙들은 해마다 봄부터 여름까지, 그리고 가을에 바구니를 가지고 등산 배낭을 메고 조금 사리 때를 맞추어 물이 빠지는 시간에 물을 따라 멀리 나가면서 바위에 붙어있는 갱을 채취한다. 물 때를 맞추느라 채취하는 시간은 2-3시간 정도이다.

대나무 바구니에 갱을 채취하고 가득차면 등산 배낭에 넣는다. 바닷물이 새어나오지 않게 배낭에 딱 맞는 플라스틱 통을 반 잘라 배낭 안에 넣고 거기에 갱을 담는다. 바구니로 4개 정도 수확하면 배낭이 꽉 찬다.

인천의 해산물 상회에서 주문을 하기도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서로 합심해 한번에 100k씩 보내기도 한단다. k당 3천원씩 받는데 채취량에 비해 무겁고 힘들지만 부지런하기만 하면 부수입도 짭짤하다.

 

유난히 문갑도 주변으로 갱이 많다. 마을을 중심으로 뱃터 서쪽과 동쪽의 한월리해변, 쑥골, 등 주위의 바닷가에서 주로 채취한다.

하지만 수확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굴껍질도 삭아서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마을 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통발들의 염산처리, 선박사고로 인한 바다에 기름 오염, 유화제를 바다에 살포하여 생기는 후유증 등이라고 마을 분들은 생각한다.

 

문갑도에서는 여름이 다가오면 뜨거운 날씨에 허해진 기를 보충하기 위해 갱을 채취해 갱국을 만들어 먹는다. 여름 보양식으로 특히 남자들에게 좋단다.

이북사람들이나 대이작도 등지에서는 삶아서 갱국을 요리하지만 문갑도에서만 전통방식대로 생으로 갱국을 만든다.

 

 

잡아온 갱은 바로 손질을 시작한다

망치로 두드려 외피를 깨고 손으로 살을 꺼낸다

5번 이상 샘물에 씻는다

 

 

갱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다.

작은 갱을 일일이 망치로 깨고 살을 꺼내어, 5번 정도 물에 행구어 찌꺼기를 없앤 후, 삶지 않은 날된장을 넣고 으깬다. 갱에서 곱이 나와 된장과 잘 섞이고 이 과정에서 갈은 마늘을 약간 넣고 잘 으깨지면 커다란 양푼에 넣고 오이와 통깨를 넣어 요리를 완성한다.

 

 

된장과 함께 잘 으깨면 갱에서 곱이 나와 걸쭉해진다


큰 양푼에 넣고 썰은 오이와 통깨를 넣고 잘 저어준다

갱의 단단한 육질은 살아있고 바다 향이 짙게 난다

 

 

알싸한 천연의 갱에서 우러나는 바다의 내음과 문갑도의 샘물이 어우러진 갱국은 현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천연의 맛이다.

갱을 채취하자마자 요리를 하고 자체의 맛에서 향이 나며 뒷맛이 개운하다.

갱과 된장이 만나 탈이 나지 않고 속을 편하게 하는 음식 궁합이 있다고 하며 그냥 국처럼 먹기도 하고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갱국은 문갑도에서 100년 전부터 먹었던 음식이며 여름철에 늘 먹는 음식이자 보양식으로서 자리 잡았고 고향의 맛으로서 어릴 때를 회상하며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고 문갑도만의 전통음식인 것이다.

 


   

문갑도에서의 갱국은 100년 전부터 간식이나 여름철 보양식으로 늘 먹어온 전통음식이다

   

갱국은 그냥 국처럼 먹기도 하고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갱을 가지고 여러 형태의 요리를 한다. 갱의 살은 적지만 내부 살 끝의 꼬랑지(?)만 떼어내고 갱젓을 담가 먹기도 하는데 손이 많이 가지만 맛이 일품이고 소라젓 보다 더 맛있단다.

갱을 까서 된장찌개에 넣어 먹기도 하고, 야채를 섞어 무침으로 먹기도 한다.

문갑도에서는 많이 채취하는 철에 넉넉히 채취하고 손질을 거쳐 냉동실에 넣고 시나브로 꺼내 음식을 만든다.

 

마을에서는 부지런하기만 하면 4계절에 채취할 수 있는 음식재료 종류가 많다.

4-5월에는 갱과 생선, 엄나무순, 산나물, 등이고 여름에는 심어서 먹는 채소, 감자, 고구마, 콩 등으로 음식을 만들고, 가을에는 생선과 게, 갱, 과일 등으로 음식을 조리한다. 가을에 갱 채취가 끝나면 겨울에 굴 채취에 들어간다.

섬에서의 부지런함, 이것은 삶에서 우러나오는 섬에서의 에너지이다.

사색적 예술가인 폴 세잔이 말한다. ‘언젠가 사물의 향기도 볼 수 있노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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