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역사를 거쳐 최고의 박물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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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역사를 거쳐 최고의 박물관으로
  • 이창희
  • 승인 2017.11.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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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은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한 규모이다.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하면 아시아 1위, 세계 10위에 해당하며 소장 유물 약 33만 점에 이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역사가 꽤나 기구하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연혁의 시작을 순종황제가 지은 제실박물관으로 상정해 놓았다.
 
사실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 컬렉션의 기초는 조선총독부 박물관과 이씨 왕가박물관(해방 후의 덕수궁미술관, 92년 궁중유물전시관으로 분리. 현재의 국립고궁박물관), 그리고 민속학의 대하 송석하가 지은 남산의 국립민족박물관 소장품을 합친 것이다.
 
그러나 총독부박물관과 이씨 왕가박물관이 모두 일제에 의하여 설립되었기 때문에 처음엔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인수 개편하여 1946년에 덕수궁 안의 석조전 건물에서 개관한 것으로 설명하였다.
 
최광식 관장의 취임 이후 이씨 왕가박물관이 1909년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해 박물관의 시작은 제실박물관으로 보고, 2009년을 한국박물관 100주년의 해로 선포하고 몽유도원도 등을 비롯한 유물이 전시되는 대규모 특별전과 행사를 열었다.
 
이후 경복궁 경내의 총독부박물관 자리에 그대로 있다가 한국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난가게 되었다. 한국전쟁 때는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이 유물을 다 가져가려고 박물관 직원들을 협박해서 유물들을 포장하게 했는데, 직원들은 일부러 유물 포장 작업을 지연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
 
자세한 일화는 박물관 초창기 직원이자 훗날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되는 최순우의 일대기를 그린 책 <혜곡 최순우> 참조하자. 결국 서울이 수복되면서 거의 대부분의 유물을 부산으로 옮겼는데 이때 미처 옮기지 못한 대형 중국 벽화나 양나라 미라는 훼손되었다고 전한다.
 
1953년 휴전 이후 서울로 오면서 경복궁 경내로 돌아왔으나 그해 10월에 경복궁 부지가 구황실 재산사무총국(현 문화재청)에 넘어가자 1954년 2월부터 남산의 구 국립민족박물관 건물에 머물렀으나, 그해 6월에 남산 건물이 연합참모본부로 쓰이자 그 해 11월에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하였고 이듬해 2월에 개관하였다.
 
덕수궁 시절인 1957년 12월부터 1959년 6월까지 미국 8개 도시에서 처음으로 국보급문화재 해외전시회를 가졌으며, 1961년 3월부터 1962년 5월까지 영국·프랑스·네덜란드·독일·오스트리아에서 중요문화재 해외순회전시를 하여 일제 식민사관에 매몰된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폭넓고 알기 쉽게 소개시키는 데 노력하였다.
 
1968년 7월 문교부 소속에서 문화공보부 소속으로 직제가 개편된 뒤 1972년에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을 신축해 이전하였다.



 

그러나 건물이 좁고 디자인이 유치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1986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중앙청)로 이전하고 그 해에 구 중앙청 후생관 건물(1979년 건립)을 사회교육관으로 개편하였다.
 
구총독부에 둥지를 튼 시절에도 사회교육관 신설 외에 1990년 '움직이는 박물관' 신설을 통해 전국 어린이들에게도 폭넓게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는데 노력했고, 1995년 당시 문민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소장품들이 임시로 근처 벙커에 들어가 있었다가 경복궁 경내의 구 사회교육관 건물(현 국립고궁박물관)을 개축하여 이전하였다.
 
이후 미군 용산기지 골프장을 돌려받아 조성된 용산가족공원 내에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서 2005년에 안착하여 비로소 세입자나 다름없는 신세를 벗어났다.
 
개관 기념으로 잠시 무료개방을 하다가 이듬해부터 입장료를 받았으나,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한시적으로 무료개방을 하더니 모든 국립박물관의 입장료를 없애서 현재는 일단 무료다.
 
현재 앞마당에 국립한글박물관이 2014년 10월 개관하였으며 차후 주변 부지도 기증 받아 국립민속박물관을 이전하고 전쟁기념관까지 연결하여 거대한 뮤지엄 파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지만 과연 언제쯤 완성될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중앙박물관이라는 역사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3년에 동아일보와 건축전문지 SPACE가 국내 건축가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로 나온 해방이후 최악의 건물들에 17위로 랭크된 흑역사가 있다.
 
호수를 끼고 계단을 올라가서 광장에 도착하면 광장계단위로 남산타워가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은근 멋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저지대에 위치해있는지라 대규모의 홍수가 닥쳤을 경우 문화재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하니 하루빨리 보완 시켰으면 한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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