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후 고3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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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 고3이란....
  • 최용호
  • 승인 2017.12.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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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화 - 최용호 인천교육연구소/ 부천 원미고등학교 교사


 
2017년 11월 23일. 비록 예전 같지는 않지만 수험의 상징과 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수능 시험 이후 졸업까지 대략 수업 일수가 30일 정도 남는다. 이 시간에 고3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수능 이후 교육과정 운영으로 체험학습, 소규모 체육대회, 진로 관련 특강, 선거 교육, 노동 관련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생각보다 대학 진학 이후 또는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해방감에 학교를 등교하지 않거나 등교하더라도 엎드려 자거나, 떠들고, 교실을 빠져나가는 등 제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다. 사실 20년 전 나의 고3 시절 수능 이후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고3 교실의 모습을 학생 탓으로만 돌릴 수 없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요 근래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2학기 이후 고3 교실의 모습은 과거보다 더욱 황폐해졌다. 예전 수시 비중이 작고, 수능 시험을 통해 정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경우, 2학기에도 최선을 다하고 수능 이후에는 성적을 분석하고 대학 진학을 위한 상담을 하는 등 지금보다는 학교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 80% 정도가 수시로 대학을 진학하기 때문에 고3의 2학기 성적은 학생들에게 의미가 없다.(수시의 고3의 1학기 성적까지 반영된다.) 2학기 대부분은 원서 접수,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등으로 수업은 이미 포기했고, 10월 달부터 수시 합격 발표가 있기에 교실 분위기는 엉망이다.

고3 1학기까지 열심히 등교 잘하던 학생들도 2학기부터는 무단결석 및 무단 지각 등이 잦고, 수시에 합격이라도 하면 등교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이게 대체 누구를 위한 입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고3을 지도하면서 다양한 입시 제도의 변화를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고3 교실, 더 나아가 고등학교 교실 붕괴를 야기할 정도의 입시 정책은 없을 것이다. 교육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서 3학년 2학기에 고3 교실을 방문하시면 기겁을 하실 정도인데,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인지...전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많은 교사들이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현재의 입시 정책을 바꾸지 못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오늘도 출근 후 텅 빈 교실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얘들아! 제발 등교 좀 하자”라고....3학년 1학기까지만 학생들과 좋은 관계인 것 같은 현실이 너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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