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습지에서 월동하는 작은 오리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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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습지에서 월동하는 작은 오리 무리
  • 김대환
  • 승인 2017.12.10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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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쇠오리 & 미국쇠오리

생물의 이름에 ‘쇠’자가 들어가면 작다는 뜻이다. 그래서 쇠오리가 오리들 중에 가장 작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측정된 쇠오리의 크기(L)는 35.5~37.5cm 정도로 발구지의 크기가 38cm 정도이고 가창오리가 40~44cm 정도로 알려져 있는걸 생각하면 가장 작은 오리가 쇠오리가 맞다.

하지만 야외에서 이 새들을 관찰해 보면 크기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또한, 오리의 경우 ‘쇠’자가 들어간 쇠오리가 가장 작은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생물 이름에 ‘쇠’자가 들어간 경우는 매우 많고 반드시 ‘쇠’자가 들어간 생물이 그 종류에서 가장 작다고 하기에는 예외적인 상황이 많기 때문에 그냥 대체로 작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쇠오리 수컷>


[분포]

번식은 유라시아대륙 북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유럽 남부,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에서 동아시아까지 내려와 월동을 한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습지나 하천에서 주로 월동하는 매우 흔한 겨울철새이다. 이르면 9월 초순부터 도래하여 4월 하순까지 관찰되기도 한다. 가을이나 이른 겨울에 관찰되는 쇠오리는 우리나라에서 월동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중국 쪽으로 남하하여 월동하기도 한다.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로 남하할 때 발구지와 함께 도래하는 경우가 많다.

 

<쇠오리의 분포도>



[행동]

오리는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낮에는 하천, 호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 활동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농경지로 이동하여 먹이 활동을 한다. 다른 오리들과 혼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쇠오리들끼리 무리를 이루어 활동한다.


[동정]

번식기의 쇠오리는 구별이 어렵지 않다. 암수가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수컷은 정수리와 뺨이 고동색이고 눈 뒷부분은 진한 청록색을 띤다. 또한 꼬리의 옆 부분은 밝은 노란색을 띠고 있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회갈색 바탕에 흑회색 무늬를 가지고 있다. 눈 뒤로 검은색의 눈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러나 비번식기에는 수컷이 변환깃을 하고 있어 구별이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래 초기에 수컷이 변환깃 상태로 찾아오기 때문에 9월에서 10월에 관찰되는 쇠오리는 모두 암컷처럼 보인다.

 



 
쇠오리 수컷 변환깃의 경우 ①, ②, ③, ④의 특징은 암컷이 가지는 특징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구별이 어렵다. 그러나 ⑤의 부리는 부리 기부가 깨끗한 엷은 주황색을 띠고 있어 지저분하고 검은 반점이 있는 암컷의 번식깃 부리와 구별이 된다. 또한 수컷의 경우 허리 부분에 번식깃에서 나타나는 가는 물결무늬(⑥) 역시 수컷의 특징이지만 사진의 경우처럼 날개를 들어줘야 보이기 때문에 관찰이 쉽지 않다.

 

 

암컷 번식깃은 부리 기부가 탁한 오렌지색에 검은 반점이 나타난다. 암컷 번식깃 역시 생각보다 관찰이 어렵다. 쇠오리 암컷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동안에는 비번식깃 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암컷 번식깃을 관찰하려면 일찍 월동하려고 내려오는 9~10월이나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올라가는 3~4월경에 관찰이 가능하다. 가장 확실한 시기는 9~10월경이다.

 


 
암컷 비번식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형태이다. 보통 11월에서 1월에 보이는 쇠오리 암컷은 대부분 비번식기에 해당한다. 번식기와 다른 차이는 부리에 있다. 번식기의 부리는 탁한 오렌지색에 작은 검은 반점이 나타나지만, 비번식기의 부리는 검은색이다.

 
  부리 허리 머리
번식깃 수컷 검은색 가는 물결 무늬 화려한 고동색 청록색 무늬
변환깃 수컷 기부가 밝은 오렌지색 가는 물결 무늬 갈색 바탕에 검은색 잔무늬
번식깃 암컷 기부가 탁한 오렌지색
검은 반점
굵은 비늘 무늬 갈색 바탕에 검은색 잔무늬
비번식깃 암컷 검은색 굵은 비늘 무늬 갈색 바탕에 검은색 잔무늬


결국 세밀한 동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부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래의 사진처럼 부리에 갯벌 흙이 묻으면 무슨 색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다. 가장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은 갯벌이 많은 서해안에서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새를 본다는 것이 주변 상황에 얼마나 영향을 많이 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종 단위로 쇠오리냐 아니냐만 구별한다면 부리에 진흙이 묻었다 하더라도 어려울 일을 아니다. 하지만 새를 이렇게 간단하게 관찰하면 재미가 없다. 우리가 취미 생활에서 좀 더 재미를 느끼려면 점점 더 세부적이고 디테일해지는 경향이 있다. 결국 탐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면 되는 것이다. 탐조란 새를 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수컷이 번식깃으로 바뀌는 과정 보여주고 있다. 머리는 대부분 번식깃으로 변한 상황이고, 꼬리 옆은 밝은 노란색 부분은 아직 바뀌지 않았고, 옆구리의 가는 물결 무늬가 바뀌는 중이다.

 

 

[활동]

쇠오리뿐만 아니라 오리들은 무엇이든 잘 먹는다. 야행성인 쇠오리는 낮에 주로 쉬는 경우가 많지만 먹이가 있으면 무엇이든 부지런히 먹이를 먹는다. 사진의 쇠오리는 바람에 유기물이 한쪽으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물 위에 떠있는 다양한 유기물들을 섭취하는 쇠오리의 모습이다. 이 장면은 혹부리오리가 먹이를 먹는 모습과 비슷하다.

 

 

아래의 사진은 쇠오리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진이다. 흰뺨검둥오리와 비교해서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미국쇠오리(아메리카쇠오리, Anas carolinensis, Green-winged Teal)는 북미대륙 북부에서 번식하고, 미국, 멕시코 등에서 월동을 하는 오리다. 하지만 때때로 쇠오리(Anas crecca, Eurasian Teal) 무리에 섞여서 우리나라에 도래하기도 하지만 관찰 빈도는 매우 낮다. 과거 쇠오리의 아종으로 분류되었으나 최근에는 서로 다른 독립된 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수컷의 특징은 가슴 옆에 흰색의 세로줄이 있다. 쇠오리는 옆구리 위쪽에 흰색의 가로줄이 보인다. 암컷은 쇠오리와 구별이 매우 어렵다.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인하사대부고 생물교사
형태로 찾아보는 우리새도감(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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