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기억 - 한 반으로 고교 3년을 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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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기억 - 한 반으로 고교 3년을 맡고
  • 김관성
  • 승인 2018.01.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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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김관성 / 대인고 교사



기억 하나.

10년도 넘은 그 언젠가 1달에 한번 체험활동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소풍도 아닌 것이 단순한 외출도 아닌 것이 한창 학교에 매여 있어야 하는 햇볕이 따뜻한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외부 활동을 한다는 것에 묘한 설렘이 있었다. 그놈의 역마살이 꿈틀대는 듯 한 기운을 느끼며 학생들과 함께 국회, 인천지방법원, 청와대, 차이나타운, 광화문, 대학로 등을 다닌 덕분에 책으로만 읽고 가르치던 현장을 눈으로 볼 때의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그 뒤에 그 정책은 사라졌다. 그러나 수업을 할 때마다 눈으로 보았던 현장의 모습이 생생해서 학생들에게 실감나게 설명해줄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장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교직 경력 10년 차에. 나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기억 둘.

고3 담임 2년차에 들었던 생각. 2학년 때 함께 3학년으로 올라 온 애들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담임교사가 입시 지도 경험이 없어서 난감했다. 더군다나 수시 체제로 들어서면서 이미 3학년 담임을 여러 번 했던 선생님들도 수시는 처음이라 난색을 표하던 때였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3학년 담임을 경험한 입장에서 새로운 반 아이들을 맡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오면서는 아이들의 학생부 비교과 활동의 관리가 중요한데, 해마다 담임이 바뀌어서 어느 학년에서는 비교과 내용이 풍부하다가도 어느 학년에서는 갑자기 빈약해지고. 체계가 갖추어져서 학생들이 매뉴얼대로 학생부를 구성해서 올라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아쉬움을 느끼면서 3학년 담임 생활을 했었다.


기억 셋.

인천의 고등학교 일반사회 교과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교 상황을 알게 되고, 다른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수업, 학급경영 노하우를 서로 이야기해주면서 해야 할 일도 생각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나 행사와 같은 구체적인 활동을 경험하게 되었다. 여러 선생님들과 만나고 교류하면서 더 많은 생각들이 들게 되었다.

그러던 중 교육청에서 전체적으로 추진하는 일반고 역량 강화 계획에 일반사회 교과를 대표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진로 집중 과정을 인천에서도 시행하자는 것이 핵심 과제였고, 교육청에서 입안한 큰 틀에 각 교과에서 세부 의견을 더해 나갔다. 진행되면서 든 생각은 기억 하나와 둘을 아우르는 교육 과정이 되겠구나.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도 시도해볼만한 계획이라는 판단을 했다. 어느 학교도 해본 적이 없는 교육 과정이라 물어볼 데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교무부장 선생님과 협의하여 다른 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운영해나갔다. 외부 공문도 적잖게 도움이 되었다. 십 수 년 전에 했었던 체험 활동의 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


기억 넷.

2014년부터 2016년은 난감한 해의 연속이었다. 새로이 ‘법정언론’이라는 진로집중반을 담임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 체험학습과 특강, 외부 강사 섭외와 같은 행정 관련 일들을 담임 업무 및 학년 업무와 함께 병행하다보니 깊이 고민하면서 진행할 수 없었다. 1년 동안 대강의 윤곽으로만 잡아놓았던 계획들을 그저 몸으로 부딪치며 진행했다. 이미 진행한 일정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하며 드는 생각, 아이들이 얘기해주는 단편적인 말들, 다른 선생님들이 얘기해주거나 질문하는 것들을 조각조각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학기마다 실제 자료를 정리하면서 그 담아둔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갔다. 일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아이들과 마음의 조율을 세심하게 하지 못했다. 눈에는 보이나 미처 말로 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쌓여갔다. 이해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지나치게 모범(?)적인 아이들이기 이제 모범이 아니라 우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난 3년에 대한 기억.

한 반의 학생들과 함께 고등학교 3년을 지내는 것은 어떨까. 설렘임과 기대와 부담이 교차하는 속에서 시작했던 2014년~2016년이었다. 학생들은 졸업해서 각자의 삶을 찾아 학교를 떠났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은 안도의 한숨을 나게 하는 것이었다. 3년의 시간을 통해 ‘교육’에 대한 생각에 균열이 생겼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그를 통해 아이들이 점차 변화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교육에서는 교사로서의 책무가 강조되었고, 아이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우선되었다. ‘어떤’ 아이들이고,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해서는 듣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3년 동안에 기대해왔던 모습들로 교육 ‘시키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3년을 돌아보는 2017년이 되어서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교육 ‘시키지’ 말고 아이들이 자기 모습을 찾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3년의 시간이면 아이들을 변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교육 신화(myth)’는 그렇게 미스터리(mystery)가 되었다. 그리고 그 미스터리 덕분에 아이들과의 만남은 흥미진진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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