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기준에서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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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기준에서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
  • 최원영
  • 승인 2018.06.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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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배려가 주는 힘



 
풍경 #84. 배려가 주는 힘
 
옷감을 파는 가게에 어느 아가씨가 들어와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혹시 예물용 옷감 중에서 소리가 나는 비단 옷감이 있나요?”
주인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내 옷감을 하나 가져와서는 “이 옷감이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예물용으로는 최고급입니다. 아가씨가 원하시면 염색도 해드릴 수 있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염색은 필요 없습니다. 제게 색깔은 중요하지 않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 옷감에서 나는 소리가 잘 들리느냐는 거예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주인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가씨의 대답은 큰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 옷감으로 제 결혼예복을 만들 거예요. 그런데 제가 결혼할 남자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 사람 옆에 있는지는 이 옷감이 부딪치는 소리로만 알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라는 책에 소개된 이 사례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어야하는지를 헤아려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다툼과 갈등은 ‘나’의 기준에서 상대의 행위를 판단하고 결정내리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상대’의 기준에서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배려하는 행동’일 것이고 그때 감동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른 사례에서도 같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레이첼이 간호대학에 입학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날 교수님은 강의 대신에 간단한 쪽지시험을 봤습니다. 모범생인 레이첼은 쉽게 답안을 작성하다가 마지막 문항에서 막혀버렸습니다. 문제는 이것이었거든요.
‘우리 학교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아주머니 이름을 쓰시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그 아주머니를 보았지만 도무지 이름만큼은 도저히 몰랐습니다. 가슴 한 쪽에 이름표가 붙어 있었지만 눈여겨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던 레이첼은 답안지를 제출하면서 “이 문항도 점수에 반영됩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음 시간이 되어서야 이 문항을 출제한 이유를 듣고는 머리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간호사로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될 겁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매우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를 받을 충분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에게 먼저 미소를 보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여러분이 되어야 합니다.”

참 훌륭한 교수님인 듯 합니다. 자신의 제자들이 훗날 간호사가 되어 살아갈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렇게 지혜롭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큰 병원의 수석간호사가 되어 있는 레이첼은 아직까지도 그때 그 강의를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장실을 청소하던 그 아주머니 이름이 도로시였다는 것도 말입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책에 어느 빵가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여학생의 사연이 나옵니다. 어느 날 동네 아주머니가 오전 10시 경에 가게에 와서 샐러드 빵을 집어 들었더니, 그 여학생이 다가와 이렇게 말하더래요.
“아주머니, 오늘은 샐러드 빵을 아침 일찍 만들어서 지금은 맛이 좀 덜해요. 내일 맛있게 준비해둘 테니 내일 사시고, 오늘은 다른 걸 사세요.”
동네 아주머니는 그 말을 듣고 빵 전시대를 보니까 샐러드 빵만 수북이 쌓여 있더라는 거예요.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오늘은 6.13 지방선거의 사전투표가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투표를 하고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후보들마다 자신만이 최적의 대표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말은 누구나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가려워하고 아파하는 곳을 마치 앞을 보지 못하는 신랑을 위해 소리 나는 옷감을 고르는 배려심 많은 신부와도 같은 사람, 빵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손님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주고 싶어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과도 같은 사람이 우리의 대표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뽑힌 그들이 간호사가 된 레이첼처럼 ‘내’가 아닌 ‘주민’들을 위해 진실한 정치를 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함께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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