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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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천막이다"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4.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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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 영화 '천막'의 이란희 감독

이 달 28일부터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막을 올린다.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인 동시에 대중들도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국내외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이처럼 국내외 작품과 감독은 물론 전국의 영화팬들이 모이는 자리에 인천의 이란희 감독도 자신의 영화, '천막'과 함께 서게 됐다. 
 

영화 '천막'의 이란희 감독
 

"농성 3169일 째 날, 해고노동자들에게 소송비용청구서가 배달된다" 
 

영화 '천막' 중 한 장면, 이미지 제공 = 이란희 감독

이 영화는 천막으로 퇴근해, 천막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실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한 것은 물론 그들이 지내던 천막을 배경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영화 '천막'은 다큐멘터리스러운 극영화이다. 

이란희 감독은 "영화 속 상황들이 실제 그들에게도 있었을 테지만, 그 모든 일이 하루에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라며, 영화 '천막'은 그들의 일상속에서 있었던 일을 "천막으로 퇴근한 이후, 다음 날 천막을 나서기까지의 시간"에 한정지어 만든 영화라고 한다.  


"웃다가 울다가" 매력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천막' 중 한 장면, 이미지 제공 = 이란희 감독

이란희 감독이 처음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인천노동문화제 행사에서 였다. 당시 콜밴(콜트콜택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 밴드)의 공연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이내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그 무대를 계기로 이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이감독은 2015년 2월 해고노동자들이 지내고 있는 천막을 다시 찾았다. 장편 영화의 시나리오를 위한 취재를 위해 찾은 천막에서 "당사자들과 더욱 밀착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녀는 그들에게 함께 영화를 찍자고 제안했다. 당사자들 역시 그녀의 제안을 받아 들이고 함께 촬영하고 연기를 하며 짧은 세 편의 단편영화가 만들어 졌다. 

앞 선 세 편에 이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인천영상위원회의 제작 지원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이번 '천막'이다. 그녀는 영화를 완성과는 과정동안 "왜?" 라는 질문을 거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왜 그들은 이토록 오랜 시간 투쟁을 하고 거리 위 생활을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충분히 힘들 사람들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무례한 질문이 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내내 조심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대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사심 가득했던 작업" 

이번 작업은 이감독에게도 첫 시도였다. 이 전에 몇 편의 작품을 진행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영화에 당사자를 출연시킨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작업을 통해 "당사자들을 보다 심도있게 관찰 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첫 시도인 만큼 아직은 복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과 일 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감독은 "연대라고 말하긴 좀 부끄럽다"고 말했다. 본인은 "그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찰하기 위해 갔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들과 연대하고 관계를 만들며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기 떄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그저 이 영화가 더 자주 상영되서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천막' 중 한 장면, 이미지 제공 = 이란희 감독
 

인천은 천막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이 감독은 "인천은 천막과도 같은 듯 하다"고 말했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리위에서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처럼, 인천에 사는 많은 사람들 역시 인천을 '잠시 살다 떠날 곳' 혹은 '잠시 스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의 영화 '천막'은 "단순히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로만 읽힐 것이 아니라, 인천에 살고있는 우리들의 모습으로 이해 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부평 거리 한 복판에 위치한 천막으로 배달 된 청구서는 단순 '종이 한 장'이 아닌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영화 '천막'은 4월 30일 (토), 5월 2일 (월), 5월 5일 (목)에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2 섹션으로 상영된다.
이란희 감독과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만든 앞 선 세 작품 중 하나인 영화 '주말 퇴근'은 4월 22일 오후 2시, KBS 열린채널을 통해 시청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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