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 불루길로 팻 푸드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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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 불루길로 팻 푸드 만들어요"
  • 어깨나눔
  • 승인 2017.06.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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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소셜벤처기업 (주)포올라이프 서정남 대표


우리나라 내수면어업이란 용어가 생소하다. 한 때는 강이나 호수에서 쏘가리, 메기, 가물치 등 민물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젠 어업이라는 말이 초라할 정도로 전업 어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만큼 어획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외래어종인 배스와 불루길이 생태계의 정점에 자리하면서 어부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자원조성용으로 들여 온 베스는 40년이 넘어 이젠 우리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면서 생태계교란 야생동물로 분류됐다.

그래서 외래어종 퇴치활동이 활발히 전개돼왔다. 수거한 양만해도 연간 1천여t에 달한다. 잡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거해 처리하는 돈도 만만찮다. 돈을 들여 땅에 묻더라도 환경피해도 걱정이다. 식용도 시도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어묵과 액체비료 등의 활용방안도 여의치 않았다. 외래종처리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

답답한 현실에서 대안을 갖고 사업에 매진하는 젊은 청년이 있다. ㈜포올라이프 서정남(26) 대표가 ‘밸리스’라는 브랜드로 팻푸드로 활용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스와 불루길에는 엄청난 영양소가 있어요. 타우린과 단백질 등의 영양소는 영양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고급 어종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아요. 고양이에 타우린은 필수 영양소인데요, 특히 배스에 풍부합니다. 연어나 명태보다 단백질이 더 많고요.”
 

서 대표가 팻푸드로 아이디어를 낸 배경이다. 고양이나 반려견의 먹이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고급스런 영양보충제로 쓴다. 버리기 위해 잡은 배스와 불루길을 넘겨받아 분말로 가공해 영양제로 만든다.

손질에서부터 6단계를 거쳐 영양제로 업사이클링한다. 반려동물 먹이를 줄 때 영양제를 보충하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사용해 본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재 구매율이 80~90%에 달한다.

서울에서 1년여 동안 사업을 하다가 최근 인천으로 둥지를 옮겼다. 인천에서 새로운 소비처를 찾을 생각이다.
 
“인천연안은 괭이갈매기의 최대 서식지입니다. 과거에는 갈매기하면 부산이었는데 인천이 더 많습니다. 월미도, 송도, 연안부두, 강화 석모도 등 관광객이 몰려드는 수변공간이나 여객선 운항할 때면 갈매기는 호사를 누립니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으로 배를 채우기 때문이죠. 그런데 새우깡이 기름에 튀긴 것이어서 영양이 부족하고 새끼들이 먹으면 설사하거나 죽기까지 합니다. 갈매기 학대죠. 그래서 영양이 풍부한 불루길을 재료로 갈매기 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2개월 안에 출시됩니다.”


 
서 대표가 인천에 입성한 이슈가 분명해졌다. 영양소가 가득한 팻푸드의 활용처를 다양화하고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 구하기 힘들어 쩔쩔매지만 서 대표는 3명의 청년들을 모아 창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답답해하던 외래어종의 처리문제를 해소하면서 묵묵히 성공을 향해 뛰고 있다.

2016년에 50여t을 가공해 팻푸드로 만들었다. 외래어종 퇴치로 잡은 물고기를 재활용하는 최대 기업이다. 판로가 확대되면서 처리하는 규모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시절부터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꿈꿔왔던 서 대표는 수익금의 15~20%는 반드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사업아이템이 좋아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이 사재를 들여 설립한 윤민 창의투자재단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크라우드펀딩도 2차례나 성공하는 등 주위의 반응이 좋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세상에 버려지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는 없는 겁니다.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잡은 외래어종을 적극 재활용하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득입니다.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팻시장에 고급 영양보충제를 공급하면서 자부심도 느낍니다. 굶주린 길고양이에 영양을 보충해주는 것도 포올라이프의 주요 업무입니다.”
 

청년 서정남 대표의 자신만만한 대화에서 사업의 성공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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