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쓰레기 시민 모니터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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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 시민 모니터링 의미
  • 박병상
  • 승인 2024.07.25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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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1997년 인천환경운동연합은 ‘환경의 날’을 맞아 바다에서 수집한 쓰레기를 서울시민에게 보여주어야 했다. 인천 앞바다를 더럽히는 쓰레기의 상당한 종류와 양이 한강을 타고 서울과 경기도에서 쏟아지기 때문이었다. 이후 서울과 경기도에서 인천 앞바다의 쓰레기 수거 비용을 분담한다는데, 어느 정도일까? 오염 정도에 상응하는 비용을 분담하는지 인천시민은 알지 못한다. 서울시민은 물론이고 인천시민도 생활 쓰레기의 분리배출에 최선을 다하지만, 해양 쓰레기의 실상은 거의 모른다.

소래포구를 1997년 무렵 출발한 한 어선은 4시간을 달려 덕적도 인근 어장에 도착해, 설치한 20여 낭장망을 걷어올렸다. 낭장망에 걸려든 물고기를 뱃전에 쏟아냈는데, 이런! 쓰레기의 양이 훨씬 많았다. 인천의 크고 작은 섬으로 밀려드는 쓰레기가 그렇듯, 크고 작은 플라스틱병, 과자와 라면 봉투, 그리고 실체를 알 수 없는 비닐 조각이 상당했지만, 어선에서 버린 쓰레기가 압도했다. 폐그물과 부서진 스티로폼 부표였는데, 요즘은 달라졌으리라. 포구로 가져오면 보상하면서 쓰레기는 다소 줄었을 텐데, 어획량 증가로 이어졌을 거로 기대하지 못한다. 갯벌 매립과 지나친 바닷모래 채취로 해양생태계의 근간이 훼손되었으므로.

섬에 쌓이는 쓰레기는 주민이 수거하고, 그물에 걸린 쓰레기를 포구에서 처리하더라도 해양 쓰레기는 끝도 없다. 분리수거가 철저한 우리나라의 생활 쓰레기는 줄었더라도 중국과 북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우리 강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도 무시할 수 없다. 홍수로 넘실거리는 강물에 떠다니는 온갖 플라스틱은 4대강 사업 이후 폭이 좁아진 강변에 쌓이거나 바다로 나간다. 농촌에서 사용하는 비닐이 적지 않지만, 도시에서 슬그머니 버린 플라스틱도 여전하다.

최근 인하대학교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와 협약 맺은 인천의 환경단체가 해양 쓰레기 현황을 모니터링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시민이 앞장서서 해양 쓰레기의 종류와 분량을 계절과 지역별로 조사하면, 그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 연구소에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나아가 쓰레기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정책을 정부와 지자체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강뿐 아니다. 북한, 특별히 중국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연구해 국제적으로 협력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무엇보다 모니터링을 시민이 주도하는 데 의미가 크다. 쓰레기 발생의 제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까닭이다.

무심히 버리는 비닐봉지는 바다에서 산화돼 수백만 개의 초미세 조각으로 분리된다고 한다. 그런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플랑크톤에서 어류로 전파돼 결국 사람의 몸에 들어온다. 몸에 들어온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세포막을 통과하면서 장애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데, 사람만이 아니다. 온난화로 혼란스러워진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게 틀림없다. 예산이 한정된 이번 모니터링으로 해양생태계 변화까지 연구하기 벅찰 게 틀림없지만, 이번 협약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면 해양생태계 보전 연구까지 시민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점점 아열대화되는 우리 바다는 쓰레기 감소만으로 회복되지 않겠지만 쓰레기가 줄어드는 만큼 생태계 회복탄력성은 개선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분리배출에 최선을 다하는 시민의 행동은 한계가 있다. 어선이나 양식장에서 폐기되는 쓰레기는 줄일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은 행동과 목소리에 힘이 생긴다. 정부에 어업 장비와 방법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생활협동조합이 그러하듯,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은 어패물이라면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유기수산물로 여기며 구입할 것이다.

쉽게 쓰고 가볍게 버리는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쓰레기 발생은 줄어들지 않는다. 해양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가 모두 그렇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노력은 시민이 앞장설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모니터링이 중요한 이유가 그렇다. 발생 원인을 스스로 찾아 쓰레기가 줄어들 대안을 스스로 모색하도록 시민사회를 이끌 수 있다. 이번 해양 쓰레기 시민 모니터링은 시민의 인식 수준을 높일 것이다. 그에 부응하는 정부와 인천시의 관심과 지원이 확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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