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의 강자, 진흙 오리구이 - 7종 한약재의 깊은 향, 누룽지의 구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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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의 강자, 진흙 오리구이 - 7종 한약재의 깊은 향, 누룽지의 구수함
  • 유영필
  • 승인 2024.08.13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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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7) 심곡동 '토성오리'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토성오리 후문. 후문 앞 주차장이 넓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무덥고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이날은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는 날이었는데 모임 장소가 인천에서는 나름 보양식으로 알려진 '토성오리'였다. 서구 심곡동 국제성모병원 근처에 있는 이곳은 주차장도 넓고 실내 공간도 상당히 넓어 보였다.

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닭과 오리를 알레르기로 인해 먹지를 못하였으나 큰 수술로 체질이 변했는지 이제는 어느 정도는 먹는 게 가능해졌다. 그래도 약간의 걱정은 되었다.

대략 만수동 집에서 출발한 지 40분 후에 토성 오리에 도착했다. 

 

모임을 가진 실내 공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회의를 1시간 정도 가진 후에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는 인원수에 맞게 오리 누룽지 백숙과 한방 오리 백숙 2가지를 주문했다.

깍두기와 김치 등의 수수한 밑반찬이 나온 후 커다란 그릇에 걸쭉한 모양의 오리 누룽지 백숙과 맑은 국물의 한방 오리 백숙이 나왔다.

 

오리 누룽지 백숙
한방 오리 백숙

 

누룽지 백숙의 모습을 보니 중국 요리인 해물누룽지탕이 연상되었다.

어머니 생전에는 명절에는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온가족이 외식을 했었는데 주로 중화요리 집에 갔었다.

여러 가지 요리를 먹다가 거의 마지막에는 해물누룽지탕으로 그 동안의 느끼함을 없애고는 했었다.

잘 끓은 오리 누룽지 백숙을 커다란 국자로 휘이 저으니 완전히 익은 오리가 보였다.

잘 익은 오리고기를 누룽지와 함께 떠서 그릇에 옮겨 담은 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는데 엥? 이게 뭐야! 왜 이리 싱겁지? 라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친구 얼굴을 쳐다보니 앞에 있는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으라고 일러주었다.

친구의 조언대로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맛을 보니 역시! 라는 생각과 진한 국물의 맛을 보니 이게 왜 보양식이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았다.

 

 황기를 포함한 누룽지 백숙(좌)
, 대파 부추의 오리백숙(우)

 

일단 탕 속에 황기가 눈에 보였다. 땀을 많이 흘릴 때 먹는 약재로 알려진 황기 뿐만 아니라 나중에 사장님께 여쭤보니 월계수 잎, 엄나무, 뽕나무, 둥굴레, 당귀, 느릅나무 등을 넣어 육수를 만든다고 했다.

지금 열거한 한약재만 먹어도 기력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터인데 여기에 오리가 들어가니 능히 보양식이라 할만했다.

나쁘지 않은 한약재의 향과 오리고기의 부드러운 감칠맛, 누룽지의 구수함이 섞여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다.

몇 국자를 떠서 먹고 나니 포만감도 있었지만 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기분 탓이었겠지만 몸에 좋다는 한약재와 오리가 몸에 들어갔으니 기분뿐만 아니라 실제로 몸도 좋아졌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 집의 이름이 토성오리라서 필자는 토성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서 사장님께 물어보았다.

필자는 태양계 행성중 하나인 토성(土星)인 줄 알았는데, 흙으로 만든 성을 의미하는 토성 (土城)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토성일까 생각해봤더니 진흙 구이가 생각났다. 오리를 구울 때 쓰는 진흙으로 만든 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진흙 구이가 주메뉴였을 거라는 추측을 해보게 되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작명소에서 토성이라는 이름이 가게를 번창하게 해 준다고 했다.)

사장님 말로는 진흙 구이가 인천지역에서 20곳 넘게 있었는데 지금은 5곳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조리 시간이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관계로 대부분의 오리 집에서는 안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 토성 오리는 사장님의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진흙 구이를 유지해오고 계신다고 한다.

 

진흙 구이 준비과정
가성비 최고의 점심 특선 밥상
가성비 최고의 점심 특선 밥상

 

원래 10년 전에는 부천 하우고개에서 5년간 운영하셨다고 했다.

강산이 한번 반이 변한 세월 동안 오리 덕에 좋은 분들과 만남을 가져왔다면서 해맑게 웃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순수해지고 조금이나마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순수함에 과연 나는 살아오면서 저런 순수함을 얼마나 유지해 왔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의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생겼다.

60이 다 돼가는 나이에도 어떻게 저리도 해 맑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떤 생각으로 가게를 운영하시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조금은 쑥스러워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음식 장사를 하면서 세상사를 배운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배우려고 하는 겸손함이 놀라웠다.

세 사람이 걸으면 그중에는 반드시 스승이 될만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사장님은 많은 손님에게서 훌륭한 점을 배우려는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손님은 귀인으로 생각하지만, 직원들이 손님 이전의 귀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이 직원들에게도 전해져서 직원들이 손님들한테도 친절히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단순히 돈만 추구하는 곳이 아닌 사람이 있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가게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문에 놓여진 해맑은 사장님 얼굴(좌), 토성 오리의 진흙 구이
정문에 놓여진 해맑은 사장님 얼굴(좌), 토성 오리의 진흙 구이

 

잠시 후 옆 테이블에서 끓고 있는 한방 오리 백숙이 눈에 들어왔다.

누룽지 백숙과는 달리 마치 갈비탕을 연상시키는 맑은 국물이었다. 한방 육수와 오리 위에 얹어있는 대파와 부추를 보니 보약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음식이 약이 된다는 생각은 평소에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음식이 약의 느낌으로 눈앞에 다가오니 새로운 음식의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 국물의 맛은 뜨겁지만 시원한(?) 그리고 감칠맛이 감도는 맛이었다.

국물에 밥 말아 먹으면 기가 막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병원 근처에 있는 이곳을 보며 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분들을 위해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리고기를 먹은 후 서비스로 주신 도토리묵을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야채와 함께 양념이 섞여진 도토리묵이 오리의 기름기를 완전히 정리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친구가 소개해준 이 집의 점심 특선은 그 구성이 놀라웠다. 이런 식사가 이 가격에? 라는 의문이 안들 수가 없었다. 이 점심 특선은 사장님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상차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꼭 먹으러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토리묵(좌), 전복 능이 백숙(우)

 

직접 먹어보지는 못했으나 사장님께서 소개해준 전복능이백숙을 보니 이 음식은 만병통치 약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해산물을 좋아하는 필자는 국내산 전복이라는 말에 더더욱 침이 고였다.

조만간 다시 가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20년 전쯤 초등학교 모임을 부평에 있는 가나안덕에서 한 적 있었다.

그 당시 그곳에서 진흙 구이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필자는 오리를 잘 먹지 못해서 고생했던 기억밖에 없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토록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인 줄 알았더라면 맛이라도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금은 한적한 가게의 위치와 넓은 가게의 공간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더구나 사장님의 노하우가 스며든 음식과 일하시는 분들의 친절함 그리고 사장님의 순수한 얼굴을 보면 이곳에서의 식사는 나의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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