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책 4인의 선구자
- 송정로 / 인천in 대표
1945년 해방 후 격동기에 신문이나 잡지, 문예지에 비해 단행본 서적의 출간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해방 후 정국의 혼란, 이어진 한국전쟁의 참화와 복구, 1960~70년대 강고한 중앙집권 체제 하의 공업화 정책에 따라 1980년대까지 민도, 관도 지역책의 출판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인천이라는 지역공동체의 개념, 역할, 정체성에 대한 의식의 부족도 그 이유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 고일 『인천석금』
해방 이후 발간된 첫 인천책은 1955년 발간된 『인천석금』(仁川昔今)이라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고일(1903~1975, 본명 고희선)이 1954년 자신이 주필로 있던 <주간 인천>에 1년간 연재한 기사를 묶어 펴냈다.
개항 초기부터 1950년대 초까지 자신이 기억하는 인천의 사회상과 풍물, 인천사람들의 삶을 51편의 이야기로 생생히 그려낸 단행본이다. 근현대 인천 향토 이야기 책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고일은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생후 4개월만에 인천으로 이주에 인천사람으로 살았다. ‘나도 인천사람 당신도 인천사람이니 대관절 인천이란 곳과 인천사람이란 것은 어떠한 것인가’를 첫 문장으로 올려논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진, 지역 정체성에 관한 최초의 질문’(이희환, 『인천학 관련 서지 및 주요문헌 목차·해제Ⅰ』 14쪽)으로 남아있다.
- 최성연 『개항과 양관역정』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서양인들이 개항장에 거주하기 시작하고 서양식 건축물(洋館)들이 잇달아 건립됐다. 1959년, 시조시인이자 향토사학자인 최성연(1914~2000)은 인천 개항장에 들어선 서양 건축물들에 대해 상세히 정리한 『개항과 양관역정(洋館歷程)』을 펴냈다.
인천시 기관지 <인천공보> 주간으로 재직하며 1953년 7월부터 2달에 걸쳐 9회 연재한 것을 이후 보충하여 출간했다. 인천 개항에 따른 정세와 사건의 뒷이야기까지 자료의 근거를 제시하며 집필했는데, 사라진 양관들까지 건축대장을 비롯해 치밀한 고증과 증언 등 각종 실증 자료들과 함께 엮었다.
『개항과 양관역정』 한국 근대건축 연구 및 한국 근대문화 형성 과정 연구에 주요 도서로 자리 잡았다. 최성연 사후 부인이 기증한 출판 원자료와 사진 등으로 화도진도서관이 2009년 『최성연 선생 기증 사진집- 1960년대 인천풍경』(김윤식 이원규 조우성)을 출간했다.
- 유희강의 『향토인천의 안내-고적·명승·천연기념물』
1959년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검여 유희강(1911~1976)은 2대 인천시립박물관장 재임(1954~1961) 중 『향토인천의 안내-고적·명승·천연기념물』을 펴냈다.
초대 이경성 시립박물관장이 쓴 논문 <문학산방면 고적전승조사보고서>(1949), <인천의 고적>(1953) 등 연구 성과 및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출간한 78면의 작은 책자로 인천의 고적(古蹟), 명승(名勝), 천연기념물 등을 수록했다.
근대 이전 것도 포함하여 당시까지의 자료를 빠짐없이 수록해 인천의 문화유산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단행본으로 평가받는다. ‘인천 약사’, ‘왕가 유적’, ‘성첩 및 관방’, ‘선사 시대 유적’, ‘사찰’, ‘금석’, ‘능묘’, ‘인천의 전설’ 등이 주요 목차다.
- 이종화의 『문학산』
의사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이종화(1911~1974)는 1965년 흑백·컬러 사진집 『문학산』을 출간했다.
문학산은 1960년대 미군부대가 들어오면서 원형이 훼손되고 있었는데, 『문학산』은 소실·훼손되기 전 1950~1960년대 문학산의 다양한 모습을 10여년간 촬영한 것을 모아 38면의 소책자로 펴냈다. 문학산 일대 파노라마 사진과 봉화대, 성문, 성벽, 비류왕릉으로 불리던 고총, 안관당지, 인천 부사청, 고인돌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종화는 서울 세브란스 의전(醫專)을 졸업한 후 인천에 정착해 도립병원에 근무하고 이후 송학동에 공립의원을 개업했다. 1968년에는 『인천사진문화사』를 출간하여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까지 인천지역 사진사(史)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한편, 2006년 ‘인천책 30㎝서가운동본부’가 이종화의 『문학산』을 복간했으며, 2023년에는 인천시립박물관이 『문학산』에 쓰인 사진자료를 중심으로 자료집 『이종화와 문학산 – 슬라이드 필름에 담은 풍경』으로 출간했다.
이 자료집에서 문학산 사진과 함께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종화의 생애 전반을 정리했다. 1962년 9월 시립박물관에서 개최한 제4회 슬라이드 작품 영사회《문학산(文鶴山)》을 녹음한 릴 테이프도 복원해 수록했다.
인천과 관련된 주옥같은 책 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