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는 부산 해변... 중고차의 해양도시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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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걷는 부산 해변... 중고차의 해양도시 인천
  • 장정구
  • 승인 2025.01.07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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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 해안을 걷다]
(13) 해수욕장과 유원지 그리고 국제도시, 송도
중고차 주차장으로 변한 옛 인천송도유원지
중고차 주차장으로 변한 옛 인천송도유원지

 

‘SINCE 1913’
부산역에서 남쪽으로 부산대교와 영도대교를 지나면서부터 부산남항이다. 해안으로 그 유명한 자갈치시장이다. 복잡하고 좁은 길이지만 활기가 넘치고 반듯하다. 빼곡한 건물들 사이로 가깝게 산이 보인다.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살펴보니 울룩불룩 산이 많다. 수정산, 구봉산, 구덕산, 천마산... 채 600m가 안되지만 부산항을 내려다본다. 가깝고 그 존재가 분명하다. 고가도로로 또 터널로 오르락내리락 이리저리 복잡하고 굴곡 심한 길을 찾아다니니 청룡열차를 탄 기분이다.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리라 위안한다.

남부민방파제 위에 올라서니 남항대교, 봉래산, 흰 등대와 빨간 등대 그리고 남항에 정박한 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파제를 지나면서부터 월파벽이 높다. 흰색과 빨간색 등대 사이를 오가는 배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남항대교 아래를 지나야 한다. 해상케이블카 송도베이스테이션을 돌아나가면 송도해수욕장이다. 1913년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 공설 해수욕장이다.

 

봉래산과 송도반도로 둘러싸인 부산 송도해수욕장은 아늑하다.
봉래산과 송도반도로 둘러싸인 부산 송도해수욕장은 아늑하다.

 

“발이 시리지만 상쾌해요”
2024년 12월 중순, 부산송도해수욕장은 제법 쌀쌀하다. 삼삼오오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맨발이 많다. 맨발 걷기 열풍이 부산에도 불었음이다. 몇몇은 간이의자에 앉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은 육지로 옴폭하게 들어온 아늑한 해변이다. 왼쪽으로 조금 멀리 봉래산이 보이고 가깝게는 거북섬이다.

오른쪽에서는 송도반도가 바다로 향한다. 수평선의 배들은 머리를 육지를 향해 두고 있다. 공중으로 이어진 케이블카 캐빈들은 길거리에 내걸린 전등들 같다. 물에는 물 밖으로 뛰어오른 돌고래 세 마리, 거북섬으로 향하는 커다란 인공 고래의 꼬리와 머리가 보인다. 거북섬에는 파도를 막기 위한 테라트포트 방파제가 가두리로 이어진다. 거북섬의 구름산책로와 전망대를 나와 맨발로 걷는 해변은 고운 모래다. 보드럽고 아늑하다. 

 

‘거북섬이 원래 송도였다’
부산국가지질공원 지질트레일은 송도해수욕장에서 시작된다. 지질공원 홈페이지에는 ‘거북섬은 소나무가 자생해서 송도(松島)라 불렸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송도(松島)에 수정(水亭)이란 휴게소를 설치하면서 거북모양의 바위만 남았다는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잎을 사진 찍고 나무 사이로 나아가니 동상이 보인다. 다가가니 낯이 익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 어린시절 TV에서 자주 봤던 가수 현인이다. 부산 영도 출신으로 2005년부터 매년 8월이면 송도해수욕장에서는 현인가요제가 열린단다.

1913년 일본인들이 설립한 송도유원주식회사는 송도해수욕장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송도100주년기념공원이 조성되었다. 2113년 개봉을 목표로 타임캡슐을 묻었고 모형 출렁다리와 구형 케이블카 캐빈을 설치했다. 케이블카 캐빈은 왜 놓았을까 찾아보니 송도해수욕장에는 1964년부터 케이블카가 있었다. 송도해수욕장의 명물이었는데 시설 노후화 등 안전사고 위험으로 1988년 운행이 중단되었던 것을 몇 년 전 확장설치해서 운행하고 있다. 

 

송도해수욕장 100년주년기념공원에는 모형 출렁다리와 구형 케이블카 캐빈이 있다
송도해수욕장 100년주년기념공원에는 모형 출렁다리와 구형 케이블카 캐빈이 있다

 

해수욕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나아가면 부산국가지질공원 송도반도 지질사이트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약 8천만년 전 부산지역에 쌓인 퇴적암층(다대포층)과 그 후 지각변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가를 따라 다대포층 퇴적암,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화쇄류암,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현무암, 이들을 뚫고 들어온 유문암, 공룡골격과 공룡알 둥지화석까지. 다양하고 특이한 지질경관을 볼 수 있다.

화쇄류암은 격렬한 화산폭발로 발생한 가스와 연기, 화산재, 암석이 빠르게 흘러 쌓인 암석이다. 특히 송도반도에서는 붉은색 퇴적층이 장관인데 이곳은 옛날 분지였던 곳으로 깊은 호수가 있었고 화산활동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며 불의 신(VULCAN)이 사는 호수라 명명했다는데 자연과학을 공부한 필자도 안내판만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사업성이 없다’
아암도 옆 아암대로로 쉴 새 없이 대형차량이 지난다. 안쪽 능허대로는 조금 한적한 데 송도삼거리에는 늘 차가 많다. 능허대공원에서 라마다호텔 방향으로 송도삼거리를 지나면서 우회전하려면 대여섯대는 기다려야 한다. 우회전하자마자 자동차들이 빼곡하다. 주차장이다. 자동차들 본넷과 유리가 쌓인 먼지로 뽀얗다. 곧 배를 탈 중고차들이다. 지나는 사람의 절반이 외국인이다. 과거 송도유원지로 불리던 곳이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유원지이자 해수욕장이었던 곳이 중고차 주차장이 되었다. 2024년말 인천시는 송도테마파크사업을 철회했다. 사업자에게 테마파크 예정지에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게 해주고 기존 도시개발부지는 기부채납받아 인천시가 직접 워터프런트 공공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옛 송도유원지이자 현 중고차 주차장은 문화복합 호수공원이 된다. 

 

송도유원지에 주차된 차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Soldout~' 송도유원지에 주차된 차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송도라는 이름이 일본군 송도함(松島艦, 마츠시마함)에서 왔다는 것을 아시나요?”

몇 년 전 한 공개토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토론자가 송도주민들은 ‘송도’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아무데나 ‘송도’라는 이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 예로 송도에는 여러 다리가 있지만 송도대교는 없다 그 이유는 크기와 의미가 송도라는 이름을 쓰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발언이었다. 이 말을 들은 한 참석자가 손들고 송도 이름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송도는 부산에도 있고 인천에도 있다.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 가깝고 높은 산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부산의 송도해수욕장은 아늑하다. 인천의 송도유원지에서는 뽀얀 먼지 주차장 옆 수로에 생활하수가 그대로 흐른다. 봉제산과 문학산, 연경산, 청량산의 정상에 올라도 수평선의 배를 보기는 어렵다. 송도국제도시 고층아파트에 살아야만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천, 해양도시라 말하지만 바다를 등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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