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문화 잔재, 용어 고쳐야
취재: 이장열 기자
70-80년대 경찰청과 국정원(옛 안기부)이 국내 공항에 기관 팻말도 없이 위치와 층수에 상관없이 경찰청은 103호, 국정원으로 205호로 통칭해서 불러워졌다. 국민들에게는 공포스러움을 일으키는 데로 인식됐다.
그 까닭은, 이런 숫자를 붙여서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권력기관들이 주로 사용해 왔고, 무수한 사람들이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장소이기에 그렇다.
작년 12월 30일 세상을 떠난 김근태(전 보건복지부 장관) 민주당 상임고문도 1985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515호’에서 전기고문을 당했다. 1987년 1월 박종철 서울대생이 모진 물고문을 받고 죽은 데도 같은 대공분실 ‘509호’였던 점이 그 대표적인 예인 셈이다.
이처럼 103호, 205호, 515호, 509호는 국민들에게는 고문과 폭압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다. 이런 명칭을 권력기관이 자신의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서 사용해 온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이른바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에는 공식 기관 명칭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현재도 검찰에서는 예를 들어 “104호 , 304호”등 검사실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아직 검찰문화에는 옛 부도덕한 국가권력이 남긴 군사문화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군사보안을 요구하는 극히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민간 영역에서까지 군사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이름 붙이기는 아니다.
기관 부서의 명칭 드러내기는 국민들에게 위임 받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그것에 미치지 못했을 때 책임을 진다는 것을 상징화하는 공개적 행위인데 비해, 이른바 103, 205호 명칭 부여는 국민들 위에 있는 자신들이 권력기관임을 자임하는 것에 방식에 다름 아니다.
현재 여전히 공항청사에 입주한 권력기관을 103호나 205호로 지칭하는 군사문화의 잔재가 확인됐다.
전국 공항청사마다 다양한 정부기관들이 사무실을 임대해 입주하고 있다. 위치와 층수에 관계없이 경찰은 103호, 국정원은 205호로 지칭해 사용해 왔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문병호의원(민주당, 부평갑)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받은 ‘공항별 국가기관 임대 현황’자료에는 전국 공항마다 출입국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는 법무부와 검찰청, 국방부와 병무청, 경찰청, 외교통상부, 문화재청, 국정원, 기무사 등 다양한 국가기관들이 사무실을 임차하고 있다.
과거에 경찰을 103호, 국정원을 205호로 지칭해 사용해 왔는데, 확인 결과 103호와 205호를 경찰이 국정원이 임차하지 않고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물론 국가정보원도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대구공항, 광주공항, 울산공항, 포항공항, 군산공항, 무안공항에 사무실을 임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현재 103호나 205호는 경찰청과 국정원이 사용하는 명칭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문병호의원은 “기관 이름 그대로 부르지 않고 숫자로 부르는 관행은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경찰청이 김포공항 103호, 국정원이 205호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위세를 불려온 데서 유래한 군사문화의 잔재인데, 민주화가 된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군사독재 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문병호의원은 “군사독재 시절의 작은 잔재라도 민주시대에 맞게 고쳐나가야 될 것”이라며, “현재 공항 103호에는 경찰도 없고, 205호에는 국정원이 없다. 그러니 국민들께서는 혹시나 이런 얘기를 듣더라도 헷갈리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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