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동검도, 지붕도 문도 없는 뒷간 남아있어
‘뒷간 생각’이란 속담이 있다. 이는 ‘깊이 생각하기에는 뒷간이 좋다’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뒷간을 ‘사색하기에 좋은 공간’으로 여겼다. 냄새 나고 어둠침침한 곳에서 생각은 무슨 생각? 하지만 강화 동검도에 가면 지붕도 문도 없는 뒷간이 있다. 물 드나드는 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사자발쑥 향과 개흙 냄새를 맡으며 신성한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뒷간은 나라마다 지방마다 역사에 따라, 형태가 제각각이다. 뒷간을 보면 당시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강화도에는 잡석을 네모로 두르고 한쪽을 틔워 놓은 뒷간이 아직 남아있다. 지붕도 문도 없다. 안에는 부춛돌 두 개가 있다. 똥을 누고 나서 한쪽에 쌓인 재를 삽으로 떠서 덮고, 두어 번 굴린 다음 옆에 밀어 넣는다. 이것을 똥재라고 한다. 전통방식 그대로 남아있는 이 뒷간은 겨울이라 사용하지 않아 스산해 보이지만, 여름이면 담쟁이넝쿨과 환삼덩굴로 온통 휘감겨 자연 그대로의 맛을 더해준다.
강화도 뒷간은 문이 없으니, 늘 열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입구가 휘돌아 있어 안이 직접 보이지는 않으나 불안해서 어찌 볼 일을 제대로 볼 것인가. 더욱이 생각에나 잠길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뒷간 자물쇠’라는 ‘뒷간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기침을 하라’는 말이 있으니. 안에 사람이 있다면 기침으로 대꾸를 하면 되었다. 강화도 뒷간에서는 하늘을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뒷간을 ‘해우소’라고도 일컬으니, 이는 ‘근심을 더는 방’이란 뜻이다. 서양에서는 ‘쉬는 방, 편안한 방(Rest Room)'이라 한다.
문도 지붕도 없는 뒷간은 사용하는 것같진 않았다. 뒷간 옆으로 간혹 사람이 지나기도 하고, 날이 추워서 그런 것도 같았다. 이 뒷간 바로 앞에는 지붕을 씌워 사용하는 뒷간이 있었다. 여기저기 펜션이 들어서는 강화 동검도. 아직 남아있는 뒷간을 보고 돌아서는데 걱정 하나가 발길을 누른다. 다음에 찾을 때도 여전히 볼 수 있을까. 혹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전통방식 그대로 남아있는 ‘뒷간’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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