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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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이유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22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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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기 추모식 준비하는 지창영 인천시민추모위원회 집행위원장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꼭 6년 되는 날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치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친노’ ‘비노’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노무현의 정신은 무엇이고 오늘날 한국정치에서 어떤 점이 계승되어야 하는지 노무현 대통령 인천시민추모위원회 지창영 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먼저 인천에서 열리는 추모식 소식부터 전해주세요. 어떤 단체들이 함께 추모식을 준비했습니까?

인천시민추모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시민 개개인과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개인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150여 명 되고요, 1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 단체로는 국민TV인천협의회, 국민TV부평모임, 네모회, 민족문제연구소인천지부, 민주평화초심연대, 인천국민의명령, 인천노사모, 인천문풍지대, 인천바보주막협동조합,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인천시민광장, 행동하는시민모임, 행동하는양심,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정의당 인천시당 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부천에 조성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길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지창영 집행위원장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약칭해서 ‘노사모’가 전국적으로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인천노사모’도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죠?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주요 동력이었죠. 2002년의 열기에 비하면 활동이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정신을 계승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사모의 활동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노사모 역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두 가지 방향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부하신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실천하기 위하여 안으로는 내적인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고, 밖으로는 봉사와 사회활동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매월 정기 모임을 통하여 강좌를 베풀고 함께 배우는 기회를 갖습니다. 토론과 글쓰기로 내적인 역량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함께 방문하여 그 분의 뜻을 되새기고 그 뜻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기도 합니다.

조직된 힘은 사회적인 활동과 관련이 있지요. 생태하천 가꾸기, 불우한 이웃에 대한 지원 등의 봉사활동도 있고요, 선거가 있을 때는 투표 독려 운동도 합니다. 사회적인 이슈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요즘은 인천의 뜻 있는 시민들과 더불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으로 진상규명 촉구 서명, 현수막 걸기, 리본 달기와 배포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5월 9일 청량산에서 진행한 추모사진전 


- 네, 여러 가지 추모 행사와 함께 내일 추모식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특별히 어떤 의미를 담아 준비하셨습니까?

금년 추모식의 주제는 ‘시민의 힘’으로 정했습니다. 노무현재단에서 정한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죠. 3주기까지는 좀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슬픔과 애도의 분위기가 강했죠. 그러나 3년 탈상을 지나면서 추모 행사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슬픔에서 벗어나 노무현정신을 실현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이죠.

6주기 추모 행사의 주제를 ‘시민의 힘’으로 한 데는 시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어느 때보다도 시민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죠. 민주주의를 지키고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들이 누구에게나 있지요. 이러한 염원이 모아져 힘으로 분출될 때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은 시민의 힘이었습니다. 희망돼지라고 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저금통에 모은 돈을 후원금으로 보냈죠. 검은 돈이 아니고 깨끗한 마음이 모아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국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시민의 힘, 그 힘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 김해 봉하마을을 비롯해서 전국 각 도시에서도 추모식이 개최되는 건가요?

예, 봉하마을에서는 23일 오후 2시에 추모식이 열리고요, 전국 각 시도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립니다. 미국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시민의 힘이라는 주제로 추모 행사가 열립니다. 추모식 말고도 추모 행사는 5월 내내 계속된다고 봐야죠. 각 지역별로 사진전시회라든가 걷기행사, 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도 평화사진전, 평화한마당을 이미 실시했습니다. 청량산 입구와 월미도 문화광장에서 사진전과 부대행사를 가졌고요, 부평공원에서는 평화한마당을 펼쳐서 사진을 전시하여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고요, 통일팔찌 만들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체험의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시민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인천노사모에서 서거6주기 추모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5월 2일 진행한 청소년 봉하버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내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도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정치인의 이런 참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예의를 갖추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진정성이죠.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행동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겠죠.

문재인 대표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고 한때 대통령을 보좌했던 분이기 때문에 참배는 지극히 당연하지요. 그러나 김무성 대표가 참배하는 것은 그 의미에 있어서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참배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 김무성 대표는 지난 2월 묘역을 참배하면서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서 온몸을 바치셨던 서민 대통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참 멋있는 인생이셨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써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김 대표의 이런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방명록의 글귀 자체에는 공감합니다. 정치적 행보가 다른 분이 멋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노무현의 삶은 가치가 있었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되죠. 그런데..., 그 뒤에 생략된 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그렇게 못 하는데...’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서 온몸을 바치셨던 서민 대통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참 멋있는 인생이셨습니다.” ‘나는 그렇게 못 하는데...’ 못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지역주의와 권위주의가 망국적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김무성 대표의 글이 정치적 쇼에 그치지 않으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하겠죠.

- 새누리당이나 검찰이 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오. 꼬리 조금 자르거나 깃털 한두 개 뽑고 말겠다는 태도가 엿보입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확연히 보입니다. 성완종 게이트가 노무현 정권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죠. 검찰이며 언론이며 연일 떠들썩할 것입니다. 탄핵을 넘어 정권이 붕괴될 것입니다.

지금은 아주 조용하잖아요. 정치인 한두 명 검찰에 불려다니는 것 말고는 아주 조용해요. 제대로 된 수사의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 정권에서는 어떤 큰 일이 터져도 대충 꼬리 조금 자르고 넘어가고 말 것입니다.

- 새정치 문재인 대표는 재보궐선거 패배 후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비노 세력으로부터 ‘친노’의 수장이라고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데요. 이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갈등을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계시다면 어떻게 보셨을까요?

좀 심하게 말하면 새누리당의 종북논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는 안 된다 나가라, 하는 말은 곧 너희는 종북이니까 북으로 가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까놓고 말해서 이기주의가 밑바탕에 있는 것이죠. 그것을 친노라는 프레임을 이용하여 상대를 밀어내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속셈이죠. 친노는 새누리당과 이른바 보수 쪽에서 만들어낸 프레임인데 그것을 이용하여 내분을 일으킨다면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국민이 보기에 그럴진대,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계시다면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친노니까 나가라, 그렇다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노무현과 거리가 멀다는 얘긴데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계시다면 과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친노를 핑계로 계속 공격하다가는 오히려 자신들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록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 분의 정신은 많은 국민들 가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특히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많은 애를 쓰셨는데, 최근 광주 민심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가 여전히 정치적 힘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정치란 결국 나라를 윤택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주의도 그렇고 계파도 그렇고 자기들의 이익을 앞세우면 어지럽고 시끄러워집니다.

노무현은 불리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하여 승리하기 힘든 지역에도 출마하고, 정치적으로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의에 대해서는 손을 번쩍 들고 “이의 있습니다.” 라고 외쳤던 분입니다. 원칙과 상식을 따랐던 분이고, 국가와 국민을 늘 중심에 두었던 분입니다. 그런 정신을 계승한다면 지역주의고 계파고 초월할 수 있다고 봅니다.
 

 
5월 16일 부평공원에서 진행한 평화한마당 행사


- 10.4선언을 이끌었던 노무현 대통령 이후 남북관계가 최악일 뿐만 아니라 미중 사이에 끼어 우리 외교와 국방, 대북관계도 많이 어려워졌는데요. 현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어떤 정책을 펼쳤을까요?

노무현의 외교는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요약할 수 있지요. 그 기조를 유지했더라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존재감 없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반도는 비록 작지만 지리적 조건을 활용하면 주변 강국들의 힘을 적절히 이용하여 우리 입지를 강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씨름이나 유도 경기를 보면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여 이기는 기술이 있잖아요. 이 기술이 외교의 역량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외교부 직원들을 가장 바쁘고 고달팠다고 합니다. 하지만 외교력은 강했지요.

남북관계 개선은 외교, 국방, 경제, 안보 문제를 한꺼번에 향상시킬 수 있는 황금의 열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 간에 합의한 10.4선언만 잘 이행했어도 남북한은 손을 잡고 외교 무대에서 상생하면서 활약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이 싸드 배치하라고 압박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의 외교적 노력이 지속됐더라면 지금쯤 주변 강국들이 오히려 우리 눈치를 보면서 우리와 관계를 강화하려고 서로 경쟁할 것입니다.

- 이번 6주기 추모식을 계기도 노사모나 그밖에 진보진영에서 어떤 대안을 고민하고 계신 것은 혹 없는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깊게 느껴집니다. 깨어 있는 시민은 많다고 봅니다. 문제는 과연 조직된 힘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 점에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부정선거 논란에서 시작하여 NLL 포기 논란, 국정원의 간첩 조작, 정윤회로 상징되는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 그리고 최근에는 성완종 게이트에서 드러나는 검은 돈 유착 이런 것들이 어느 하나만으로도 나라가 뒤집어질 사건인데 지금 이 나라는 너무 조용해요. 거리에서 서명을 받으면서 반응을 보면 대부분 정의를 지향하는 마음은 있는데, 결집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미약해요.

정치권, 특히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 참사만 해도 그래요. 1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유가족들이 한데서 겨울을 나게 하는 이 나라의 꼴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울분에 차 있는데 야당마저도 내 일처럼 나서 주지를 않고 있단 말입니다.

이제는 시민의 힘을 보여 줘야 할 때입니다. 시민이 나서서 정치권이 국민의 아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고 견인해야 합니다. 노사모도 그렇지만 진보 단체들이 함께 시민의 힘을 모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절실할 때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나라, 그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표현을 하셨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꿈꾸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전거를 즐겨 타신 것으로 잘 알려져 있잖아요. 자전거 타는 대통령, 이것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소통입니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지도자는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불행하게 합니다. 자전거 타는 대통령은 국민과 아무런 격이 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지도자입니다. 대통령이 방탄차량 안에만 머물지 않고 국민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가운데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실현되는 나라가 그 분의 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둘째, 자전거는 두 바퀴로 가지요. 원칙과 상식이라는 두 개의 바퀴입니다. 바퀴가 찌그러지거나 휘어져 있으면 자전거가 굴러갈 수 없듯이, 반칙과 비상식이 버젓이 통용되는 나라에서는 국민이 안전할 수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두 바퀴가 온전해야 자전거가 잘 나가는 것처럼 원칙과 상식이라는 두 바퀴가 온전할 때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 즉,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지요.

셋째, 자전거는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 줘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가만히 있으면 좌나 우로 넘어지게 되죠.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가만히 있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부단히 노력해야 하죠.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하신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그래서 필요한 것입니다.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죠. 그런 사람들이 힘을 모아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달려가기를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도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 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부디 내일 추모식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셔서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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