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찬바람 부는 도시정비사업... 그러나 “엄연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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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찬바람 부는 도시정비사업... 그러나 “엄연한 사업”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2.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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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조합 상대로 직권해제 행사할 생각 없다, 알아서 해야”

인천시 추정분담금 정보시스템 홈페이지. 관내 도시정비구역 현황과 사업 진행 단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송도와 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에 조성된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점진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언론들의 조명도 받았다.

현재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신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아파트 가격은 분명 침체기 당시와 비교하면 꽤 숨통이 트인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훈풍 속에서 유독 찬서리를 맞고 있는 주택경기 부문이 있다. 바로 재개발, 재건축 등이 포함되는 ‘도시정비사업’이다.
 
당장 최근 2주 간만 해도 인천지역의 도시정비사업과 관련해 수주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쳤다. 크리스마스 직전이었던 지난 22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천 재개발에 해당되는 부평4구역과 옥련대진빌라주변구역, 재건축에 해당하는 송도 영남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이 모두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평4구역과 송도 영남아파트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관련 업계를 경악케했다. 기자와 친분이 있는 한 도시정비 관련 전문 기자 역시 “불경기라곤 하지만 건설사가 한 곳도 없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옥련대진빌라 주변구역 시공사 입찰은 선원건설이 응찰을 했지만 단독 응찰은 시공사 선정 조건이 될 수 없어 최종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과 관련해서는 인천지역의 분양시장 경기가 좋은 편이 아닌 데다, 경기 침체로 조합들이 지치다 보니 사업 추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건설사들도 자연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건설사 선정 유찰 시 향후 해당구역 정비사업 ‘직접 타격’ 불가피
 
물론, 해당 정비구역의 경우 유찰 이후에도 수의계약 형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한다면 사업을 놓고 잡음이 높아질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경쟁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조건이 조합 측에 불리해질 게 자명한데, 그 불리함이 좀 높다 싶을 경우 조합원 중 반대하는 수가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사업은 강행보다는 엎어지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엎어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 그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된 비용은 ‘매몰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1/n로 쪼개져 조합원들 개개인이 부담하게 돼 있는데, 이 부담을 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 등과 법적 소송까지 감수해야 한다.
 
실제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춘의1-1구역(재개발)이 이같은 폐해를 잘 보여줬던 사례에 속한다. 조합 단계에서 도시정비법 16조의 2(조합원들 중 과반이 반대 의사를 표시할 경우 조합 해산 신청을 낼 수 있고, 이 신청이 합법적으로 접수되면 지자체로서는 의무적으로 조합을 해산시켜야 함)에 따라 사업이 좌초되자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무려 325억 원에 이르는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던 것이다.
 
당시 이 청구액을 한 세대 당 부담액수로 추정해본 결과 4000만 원을 넘는 큰 액수여서 공중파 뉴스에도 크게 보도된 바가 있었다. 이 때문에 부천시가 중재하기도 했으나 해결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 이러한 곳들 중 일부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내년 2월부터 과반수 동의만으로 해체 절차를 밟게 되는 도시정비법 16조의 2 적용이 끝나게 되면 이후에는 해체 절차 역시 지자체장의 직권해제 또는 총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은 추진위나 조합 등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다소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이보다 더 결정적인 건 매몰비용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건설사가 일부라도 비용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면, 해당 건설사에게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지자체의 지원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현재 국회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개정안을 상정한 국회 김경협 의원(부천 원미갑, 더불어민주당) 측은 “국토교통부와 새누리당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거라 봤는데, 여야간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다 보니 이 개정안도 올해 통과되지 못했지만 쟁점 법안 합의가 되면 자동적으로 통과될 개정안”이라 전했다.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곳들 중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청천2구역과 같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는 사실 흔한 케이스가 아니다. (사진 출처 = RTN 보도화면 캡처)
 
인천, 2012년 이후 100개소 가까이 정비구역 줄어
 
실제 인천지역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조합 해산 이후 절차를 진행 중인 몇 곳을 포함) 총 118개소다. 송영길 전임 시장 시절이었던 지난 2012년 2월에 수립한 2020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당초 212개소였던 도시정비사업은 167개소로 줄었고, 2013년 148개소로 다시금 대폭 감소하면서 간헐적으로 수가 감소해 현재 118개소로 2012년 이전에 비교하면 무려 100개소에 가까운 도시정비구역이 해제된 셈.
 
현재 인천시는 이들 해제된 도시정비구역에 대한 매몰비용 지원액으로 14억 원 가량의 추산치를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만 해도 추진위에 해당하는 구역해제의 매몰 비용을 44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실제 지난해 가을 경 관련 부서에 확인한 결과 관내 전체 해산된 추진위의 매몰 비용을 170억 원 정도 추산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1/10 이상이 줄어든 액수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가 170억 원 가량의 높은 추산치를 잡아놓고 있었던 이유는 추진위 단계에서 해산됐을 경우 해당 추진위에 대한 매몰비용을 최대치로 잡아놓은 것을 전제한 상황이었는데, 해산된 추진위가 매몰비용을 보전받기 위해서는 해당 구청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막상 신청도 적었고 검증한 결과 매몰비용을 지원해 줘야 하는 대상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14억 원 정도만 잡아도 충분히 보전 비용으로서는 충분하겠다 판단이 됐는데 증감의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사실 시 관계자의 전언이 아니더라도 보전 비용을 반드시 집행해 줘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 현행 시 조례에는 추진위 단계에서 사용한 액수들 중 합리적으로 쓰였음이 검증된 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내용이 ‘의무집행’에 해당되지는 않기 때문에 시로서는 안 줘도 문제는 안 된다. 영단어로 표기하면 ‘must’가 아닌 ‘can’인 셈. 내년부터는 바뀔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직권해제 정비구역은 매몰비용 '일부 보전' 가능성 있어
 
인천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도시정비업계는 지난 9월 1일자로 개정된 관련법 중 지자체장의 직권으로 해제된 곳의 경우에는 조합이든 추진위든 상관없이 매몰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는 내용에 크게 주목했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알려진 이 개정안은 법령 자체에서 구체적인 비율을 말하지 않고 시가 정하는 조례에 따라 보전토록 돼 있는데, 시에 따르면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증된 비용의 최대 70%선까지 지원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도시정비법의 16조의 2가 (현재까지의 정황으로는) 내년 2월부터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진위는 시장이 직권해제할 수 있고, 조합은 직권해제 혹은 총회를 통한 해산이 가능하다. 물론, 사업주체로 정식 법인화가 되어 있는 조합에 대해 지자체장이 직권해제를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법인을 상대로 괜한 행사를 했다가 법적 소송에 휘말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천시 역시 조합 설립 단계까지 진행된 구역에 대해서는 직권해제를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놓은 상태다. 시 관계자는 “물론 법적으론 추진위나 조합 모두 시장이 직권해제는 할 수 있지만, 내부서는 어렵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면서 “추진위와 달리 조합은 사업시행자로서 법인이 있고 조합 내 정관도 있는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하면 시장이 직권해제로 이 법인을 깬다는 게 엄청난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조합 단계로 진입한 후엔 모든 걸 자신들이 총회를 통해 해산하든 풀어내든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매몰비용, 인천시는 “추진위까지만 보전” 계획
“이익도 손실도 모두 사업주체 책임” 도시정비 전문가들 비슷한 입장

 
도시정비사 전문가들 대체로 매몰비용의 공공기관 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엄연한 사업자들이고, 사업으로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사업자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도시정비사업은 공공성의 사업이 아니라, 특정 구역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는 사업임을 전제하는 것이고, 매몰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한다는 건 결국 건설사업에 시민들이 낸 세금을 지원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이들 전문가들의 입장과 비슷한 논리를 취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조합 단계로 가는 것을 동의해 조합이 설립된 것은 조합원들 스스로의 의지로 재산을 출자해서 본인들 스스로가 하는 사업인 만큼, 이익이 나도 손해가 나도 다 자기들이 책임지는 게 옳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도시정비법 16조의 2가 향후 적용이 안 되는 것도 사실상 옳은 것”이라며 “과반 동의서만 받았다고 그걸 조합 해산에 동의한다는 내용은 그간 관련 업계에서도 논란이 꽤 됐던 것으로 향후 조합은 직권해제나 총회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우리 시는 조합을 상대로 직권해제를 할 생각이 없는 만큼 해산을 하려면 자신들이 스스로 총회를 열어 해산 절차를 밟는 게 사실 가장 적절한 것”이라 말했다.
 
인천시 “추진위 만큼은 합리적 지출 검증된 경우 일부 보전해줄 터” 
 
다만 시는 추진위 단계에 있어서만큼은 검증된 비용의 일부분에 한정해 보전해 주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보였다. 확실한 사업 주체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추진위 단계에서 만큼은 공공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조합 단계에서의 보전은 전혀 필요가 없고 보전해 줘도 안 되지만, 추진위 단계는 주민들이 사업시행자인 조합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 되고, 사업 책임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돈을 들여야 하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시 입장에서는 ‘추진위 단계니까 예산 부담이 적으므로 해줄 수 있다’의 측면이 아니라, ‘사업 책임 주체가 없으니 공공의 측면에서 보조를 해 줘도 괜찮다’는 입장에서 일부 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추진위 단계는 개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매몰비용이 발생한 해당 추진위에서 합리적인 지출 비용에 대한 정확한 증빙자료가 있다고 한다면 그 정도 수준의 공공영역 보전은 시에서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하고 “또 2014년 12월 조례가 개정된 이후 해제된 곳에 대해서만 보전해도 되기 때문에 사실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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