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관공서들, "무더위와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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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관공서들, "무더위와 전쟁중"
  • 이혜정
  • 승인 2010.08.1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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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온도 28도 이상 유지 …짜증을 넘어 업무능률 저하



취재 : 이혜정 기자

'지금 인천의 각 관공서는 더위와 전쟁중'.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시청과 구청 등 인천지역 관공서마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있다. 정부가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고강도의 실내온도 절감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획일적이고 현실과 맞지 않아 관공서 직원들과 기관을 찾는 민원인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에너지 절감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일괄적인 '온도 대책'은 현실에 맞지 않아 짜증을 넘어 업무능률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내온도 28도 유지. 관공서마다 이를 맞추기 위해 찜통더위와 싸우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2시쯤 찾은 A 구청. 청사관리자들이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지침 적정온도인 28도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점검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에어컨을 가동해 적정온도가 내려가면 '절전'을 하라고 통보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하루 2번씩 점검을 한다. 

한 청사관리사는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단속을 다니다 보면 직장동료와 민원인들의 핀잔소리가 들리지만, '에너지 절감'을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절감도 좋지만 실내가 너무 덥다 보니 업무능률도 떨어지고, 직원들 간 사소한 일에도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다"며 '직장동료와 민원인들이 덥다는 항의가 빗발치는데도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답답한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사무실마다 있는 복사기, 컴퓨터, 프린터 등 사무기기들이 열을 분출한다. 에어컨을 가동하더라도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오전 10시~12시, 오후 1시~5시까지 창가에 설치된 팬코일 유니트 에어콘만을 가동한다.
 
하지만 건물 꼭대기층이나 햇볕이 잘 드는 곳은 그야말로 찜통더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고 직원들은 호소한다. 건물 위치에 따라 실내온도가 3~4도 차이를 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은 더위를 식히는 방법을 마련하느라 고심을 한다.

사무실 안에서는 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양말을 벗은 채 슬리퍼를 신는 등 최대한 옷차림을 간소화한다. 이마저 견디기 힘들면 선풍기를 아주 강하게 틀어놓는다. 하지만 선풍기도 이 더위에는 시원치 않다고 한다. 

구청 민원실을 찾은 시민 서모(28)씨는 "에너지 절감도 좋지만 민원인들의 편의도 생각해 줘야하는 거 아니냐"며 "시행취지는 공감하지만 그날 그날 날씨에 따라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무총리 지시로 개정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합리화 지침'을 전국 관공서로 내려보냈다.

지침 내용은 ▲관공서 적정 실내온도 28도 유지(기존 26도에서 강화) ▲업무 외 시간 전원 차단 및 옥외광고물 심야소등 ▲시간대별 승강기 제한 운행 등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에너지 10% 절감을 하지 못하면 해당 기관에 대한 지방교부세 삭감을 강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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