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박' … 장바구니 물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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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압박' … 장바구니 물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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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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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어떻게 살라고"…국제곡물가 · 원자재가 '폭등세'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반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하반기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인상 대기중이고, 원자재 가격마저 오름세를 보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추가적인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유도하는 등 물가 잡기에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덩달아 일반 물가도 춤을 추고 있다.

◇ 대통령도 인식을 같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생필품 값이 오르고 서민물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가 나서 가격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장의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갖고 이렇게 말한 뒤 "여러 친(親) 서민 정책을 내놓았는데, 더 활성화하고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품들의 가격이 오를 때 정부는 서민들에게 근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러시아발(發) 곡물가격 인상 문제를 언급, "다른 곡물가격이 오를 때는 남아도는 쌀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의 인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의 체감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민들은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 지갑을 열기가 두렵다고 하소연한다.

◇ 국제 곡물가격 비상…원자재 가격도 상승

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곡물가격의 지표격인 밀이다. 세계 3위의 곡물수출국인 러시아가 가뭄에 따른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곡물 수출을 중단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 따르면 9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8.3% 급등한 부셸(약 27㎏)당 7.8달러를 기록했다. 6월 밀 평균가격인 4.5달러에 비하면 한 달 사이 68% 이상 오른 셈. 7월 한 달 동안에는 42.3%나 상승해 월간 상승률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밀 가격이 뛰면서 다른 농산물 값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5일 CBOT에서 옥수수는 7월 말에 비해 0.5달러 오른 4.1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두는 부셸당 10.29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가를 나타냈다. 원당가격도 2개월 만에 17% 올랐고, 코코아와 커피 가격도 올 들어 30% 정도 급등했다. 맥주원료로 많이 쓰이는 보리도 가격이 70%나 상승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전 세계 이상 기후 탓이다. 지구촌 곳곳이 가뭄과 홍수 등으로 곡물 생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상품펀드와 헤지 펀드 등으로 유입되는 등 투기 수요가 가세한 것도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발(發) 곡물품귀 현상이 2007, 2008년의 식량파동 수준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밀을 거의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 역시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 밀 가격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저리로 사료 구매자금을 지원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유와 주요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다. 이달 5일 현재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78.59달러로 지난주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4.92달러 올랐다. 또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아연과 동은 t당 1천999.0달러와 7천237.5달러로 한 달 만에 각각 13.6%, 12.2% 상승했고, 알루미늄과 니켈도 같은 기간 10.8%와 7.1%씩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로 지역의 경기 신뢰지수 회복, 칠레의 동 생산량 감소, 알루미늄 재고 감소 등이 원유와 비철금속의 가격 상승 원인"이라며 "곡물가격은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곡물 소비국의 수요 증가 전망이 겹쳐 상승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식품물가는 물론 공공요금도 '비상'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가늠하는 '식품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오르는 데 그쳤지만 대표적인 장바구니 물가인 신선식품 지수 상승률은 13.5%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신선채소의 상승률은 20.5%나 된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대구의 경우 6일 현재 배추는 1포기 4천750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89.2% 올랐다. 무(1개)와 마늘(깐마늘 1㎏)도 각각 93.3%와 74.1% 폭등했다.

국내 식품물가 상승률은 OECD 회원국에 비해서도 가파른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6월 대비 식품물가 상승률은 4.1%로 터키 5.6%, 아이슬란드 4.3%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OECD 회원국 평균 식품물가 상승률은 0.6%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는 가뜩이나 오른 식품 물가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곡물은 그 자체가 최종 소비재이거나 간단한 가공을 거치기 때문에 식품과 외식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공요금도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3.5% 인상했다. 도시가스요금은 다음달부터 4.9% 오를 전망이다.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 운임도 평균 4.3%, 5.3%씩 올랐다. 전기요금 중에는 심야용이 8.0%로 가장 많이 인상됐고, 교육·산업용·가로등은 각각 5.9%·5.8%·5.9%씩 올랐다. 주택용은 2.0% 인상됐다. 물가가 오르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지자체의 공공요금 추가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 또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의무수입 물량을 앞당겨 수입해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제 곡물가격이 식품가격을 통해 물가를 상승시키는 '애그플레이션'은 정부로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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