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전용상영관' 미림을 가다
"오아시스 공간들도 서로 도와야!"
오랜만에 ‘미림극장’을 찾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운영을 하고 있을까 걱정했는데 단관극장으로 공간이 넓어 공간방역을 하면서 운영도 지속되고 있었다. 어르신들도 마스크를 쓰고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독립영화를 많이 상영하네요?”라는 인사에 “시민들께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추억극장’만 생각하시지만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예술영화전용상영관’으로 지정된 지 5년차예요. 간판은 못바꿨지만 이름도 원래 극장 이름이었던 ‘인천미림극장’으로 바꿨어요.”라고 설명하는 사람은 조우리 과장.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3년차인 ‘추억극장 미림’ 의 조우리 과장은 작년에 동구지역 오아시스 공간들의 네트워커 역할을 했는데 이제야 얼굴을 보게 됐다. 2018년 담당자가 퇴임을 하면서 미림에 들어와 2019년부터 미림에서 33.3%를 맡고 있다고 한다.(미림 운영 및 관리 직원 3인)
2018년 <우리동네 음악정거장 ‘아름다운 음악의 숲, 미림’>
미림은 그동안 실버극장으로 역할을 하다보니 50-80대 어르신들이 주로 출입하셨다. 이 분들이 영화 외에도 다양한 문화욕구가 있는 걸 확인한 미림은 2016년 ‘문화예술인파견지원사업’을 통해 <모던걸, 모던보이들의 라디오쑈>와 <미림노래자라>, <노래교실> 등을 진행했다. 또 이로 마련된 문화환경을 바탕으로 2017년 상설전시실‘미림, 아름다운 영화의 숲’과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어르신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음악과 영화가 만나는’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어 ‘2018년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공모’에서는 노래교실 워크숍 <노래가락 차차차>, 기타모임 <음악이 있는 미림구락부>, 생활예술초청무대 <미림, 아름다운 음악의 숲>, 시와 소설로 펼치는 연극무대 <미림 낭독극장> 프로그램 등이 선정돼 활동했다.
이때 오아시스 사업을 위해 마련한 무대는 이후 사업에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9년 <아름다운 공연의 숲, 미림>
이렇게 조성된 2층 작은 무대를 활용해 전문음악예술인, 순수아마추어예술인 초청 공연 및 생활예술참여자들의 발표공연을 <아름다운 공연의 숲, 미림>이란 주제로 진행했다. 또 <미림기타교실>, 뮤지컬 영화 같은 영상 제작 프로그램 <개봉박두, 사운드 오브 뮤지―컬!>을 진행해 극장 무대에서 발표회를 가졌다.
2020년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숲, 미림>
지난 두 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공연사업이 진행되고 기타교실도 ‘미림기타교실’로 이름을 짓고 지속할 예정이다. ‘언제나 청춘, 빛나는 라디오!’는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을 목표로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문화미디어 활동과 요즘 대세-트로트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영상을 만드는 강좌를 진행할 예정인데 코로나19로 여러 상황이 악화되어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공간을 운영하고 있고, 어렵더라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 시민들이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를 몰라요~
“제일 어려운 일? 홍보요~ 몰라서 못 오시는 건지, 알고도 안 오시는 건지”
지난해 오아시스 사업의 동구지역 네트워커를 담당했던 그에게 오아시스 공간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것이 무엇이냐는 말에 돌아온 답변이다. 문화체험을 원하는 분들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프로그램 참여는 적어서 홍보가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는 것. 인천문화포털 아이큐 홈페이지(http://iq.ifac.or.kr)가 있지만 어른들이 많은 동구지역에서는 그리 유용하지 않다. 주민지원센터나 복지센터에서 홍보를 해주면 좋을 텐데 본인들 프로그램이 중심이라 전단지를 갖다 두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 많은 오아시스 공간들이 무엇을 하는지 오아시스 공간들끼리도 모른다. 각자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니 같이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천시에서 천개의 생활문화공간을 만든다면서 시작한 사업을 시민들이 너무 모른다. 또 선정된 공간들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 심지어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도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란 사실이다.
5년짜리 사업, 이제 3년차인데 너무 모른다. 인천시가 너무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 자료라는 것도 겨우 공간 이름과 사진 한 장, 간단한 3줄 짜리 공간 설명이 전부다. 많은 사업이 있었고 그 결과를 보고했을 텐데 그 내용도 공유되지 않았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생활문화를 영위하려면 시정부 차원의 홍보가 절실하다는 것, 최소한 각 지역마다 오아시스 사업을 하는 공간들이 있고 시민들과 함께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 홍보해준다면 사업을 하는 공간도 시도 시민도 좋은 결과가 될텐데 하는 생각을 그와의 대화에서 공유했다.
3년차, 인천시도 계속 도와주고,
오아시스 공간들도 서로 도와주면 좋겠어요!
사업의 성과와 한계, 시정부나 다른 오아시스 공간에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공간정비와 수리지원이 있어 작은 무대를 만들었는데 이 무대를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기타모임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분들을 지원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한다. 헌데 시간이 흐르니 무대에 대한 보수와 정비가 필요한데 자비를 투입할 여력은 없고, 사업비에서 추가적인 정비와 보수비용을 책정할 수 없어 많이 아쉽다는 의견을 더했다.
지역의 3년차 오아시스 공간들이 함께 사업을 만들 수 있는 지원사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멋진 아이디어도 공유했다. 3년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고, 그 내용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는 사업의 형태다. 생활문화공간에 대한 지원도 지속하고, 시민들에게도 지속적인 문화예술활동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지원비용이 거의 강사비와 재료비, 기자재 렌탈비로 나가니 예술가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대신 강사비 비중을 줄인다면 더욱 활성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아이디어, 지자체나 관공서에서 갖고 있는 다양한 시설물-의자나 테이블, 공연 장비 등-을 공유하는 등 행정들이 소통하며 지원하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나누었다.
한 도시의 수준은 문화예술의 수준으로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루 아침에 그렇게 만들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길게 보고 꾸준히 투자하고 공부하는 우공이산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