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제물포역 앞에 서서 / 박상희
기차가 도착하자 제물포 북부역에는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온다. 가방을 멘 어린 학생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서너 무리와 중장년 아저씨 아줌마들이 드문드문 내려오고 있었다. 지금 코로나로 학교 수업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때이기는 하지만 제물포역의 이런 모습이 참, 낯선 풍경이다. 80년대를 전후해서 제물포에서 학교를 다닌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횡단보도가 넘쳐나게 있었던 수백 명의 교복 입은 학생들의 줄어들지 않는 등교 행렬이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선인재단 내에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십여 개의 학교가 있었고 인화여고와 담장을 맞댄 동인천고등학교까지 포함하여 그 수많은 직원과 학생들이 제물포역을 이용하였으니, 늘 북적대는 사람들과 학생들로 빽빽했고 지상에만 사람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제물포 지하상가에도 학생들과 상인들로 인파는 넘쳐났다. 이후 인천대가 송도로 이전하고 선인재단 내 학교와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제물포역 주변 도화동은 조용한 구도심이 되었다. 학생들이 줄어든 선인재단(현재는 인천시교육청 관할)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사자상이 유난히 쓸쓸히 보였다.
그런데 최근 둘러본 도화동은 인천지방 합동청사를 비롯해 새로 들어선 행정 타운의 세련된 모습과 하루가 다르게 짓고 있는 공동주택들의 고층 외관이 신도시처럼 깔끔하고 여유로워 신흥 중산층의 주거지로 손색이 없게 되었다. 복합문화 공간의 특색있는 상업공간을 표방하는 앨리웨이와 인천시 최초의 대중문화 예술 공교육 기관인 인천 대중문화예술고(가칭. 21년 하이텍고에서 전환)를 비롯하여 인천대 부지는 교육과 문화의 새 둥지로 개발하려는 계획 하에 있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다양한 교육 인프라 속에서 키울 수 있게 된 제물포역 주변은 이제 인천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지역으로서 도화지구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했다. 교육과 행정 그리고 교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가 펼쳐져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 구도심의 장점을 아우르며 교육의 도시로 확연히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2020년 10월 17일 글, 그림 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