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vs ‘종이팩’의 차이점

우유팩과 두유, 주스팩의 분리배출 마크를 확인해보면 ‘종이’가 아니라 ‘종이팩’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천연펄프가 주원료인 종이팩은 재활용해 고급화장지나 미용 티슈 등을 만들 수 있다. 천연펄프는 100%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종이팩을 재활용하면 연간 650억 원의 외화 대체효과,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종이팩을 일반 종이와 함께 배출하면 코팅과 알루미늄을 제거하는 가공을 할 수 없어서 전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일반 가정의 재활용 시설에서는 종이팩을 별도로 수거하는 곳이 거의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종이팩을 모아가면 휴지나 종량제 봉투로 바꿔주고, 한살림 · 아이쿱 등의 생협에서는 조합원에게 포인트를 돌려주는 방법으로 종이팩을 수거한다. 광주에서는 ‘카페라떼 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민 조직이 특정 지역의 카페들에서 발생하는 우유팩(살균팩)을 모아 주민센터에서 화장지로 교환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IOT 기술을 적용한 무인 종이팩 배출함인 ‘오늘의 분리수거’는 종이팩을 바코드로 찍어 따로 배출하고 포인트를 적립해 기부를 하거나 우유, 커피, 피자 등의 쿠폰을 구입할 수 있다.

 

 

재활용 가능하지만 일회용 쓰레기 취급되는 멸균팩 - 타 재질 혼합돼 있다는 이유 

종이팩은 살균팩(우유팩)과 멸균팩(두유, 주스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살균팩은 일부 재활용 할 수 있지만, 멸균팩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 재활용조차 어렵게 되었다. 올해 환경부가 발표한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얇은 알루미늄이 접합되어 있는 멸균팩은 포장재에 타 재질이 혼합된 것으로 간주해 개정안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소비자기후행동’,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에서는 "포장재별 분리배출 현황을 세심히 살피지 않고 단순히 알루미늄이 혼재됐다는 이유로 질 좋은 자원을 일회용 쓰레기로 만들어 자원순환 정책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멸균 종이팩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포장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소재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쓰레기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고품질 쓰레기 종이팩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려면

종이팩은 별도로 모아 수거하기만 하면 높은 품질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종이팩이 재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쓰레기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쓰레기를 수거하는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 곳곳에서 종이팩을 수거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인천시 내에도 주민자치센터에 따라 종이팩 수거 여부가 다르고 한 번에 약 30개의 종이팩을 가져가야지만 다른 용품과 교환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살균팩만 수거하고 멸균팩을 수거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일반 시민들은 종이팩을 종이와 따로 배출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종이팩을 따로 배출하고 싶어도 어떻게 배출할지 몰라 일반 종이 분리수거함에 한꺼번에 버리기도 한다.

재활용 수거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서 재활용이 어렵다고 일반 쓰레기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를 구축하면 된다. 각 지자체는 일반 가정에서 종이팩을 쉽게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분리수거장에 종이팩 수거함을 따로 마련하거나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곳에 종이팩 배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올바르게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종이와 종이팩, 살균팩과 멸균팩을 따로 배출할 것을 교육하고 종이팩 수거 거점을 홍보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재활용이 잘 되도록 선별장에서 살균팩과 멸균팩을 선별하는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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