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배다리, 초등학교 앞 대지 26평 건평 15평 2층 단독주택.
전세값 + 대출로 구입, 영혼까지 끌어모아 리모델링, 티끌 모아 인테리어.
2017년 12월1일, 우여곡절 끝에 입주.
인천의 한 라디오 방송 PD였던 40대 봉봉씨(가명을 고수하는)가 구도심 주택구입기 ‘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 부제 ‘아파트 층간소음 탈출기’(북스토리)를 출간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주택은 값이 안오를텐데...’ 라는 이 시대의 불문율을 물리치고 ‘용기 혹은 만용’으로 이뤄낸 거사, 주택구입-리모델링 다큐멘터리다.
작가는 사는 집의 기준을 ‘지금의 행복’(단독주택)을 선택했다. 2년마다 계속되는 전세 계약 때문에 떠돌아야 하는 날을 끝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기도 했다. '아파트를 저당 잡힌 일종의 행운'을 포기하고, '아파트 게임 궤도'에서 한 발 물러나서 ‘삶의 질 자체’인 집을 선택한 것이다.
책은 손바닥 만한 작은 크기에 에필로그까지 207쪽인데, 구도심 ‘협소 주택’에 대한 긴요한 정보들(「단독주택살이 봉봉’팁」이 각 단락마다 잘 정리돼있다)과 처음 책을 내는 작가의 재치있는 글 솜씨로 단 숨에 독파할 수 있다.
책은 크게 2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나의 단독주택 구입기, 2장은 집을 사니 동네가 왔다. 각각 13개, 15개 단락으로 나뉘어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글의 무대이자 집 주변인 배다리를 중심으로 작가의 산책길에 해당하는 싸리재(개항로), 긴담모퉁이길, 신포동에 이르고 나아가 단독주택을 꿈꾸며 2년 계약 종료 때마다 아내와 함께 산책 다녔던 수봉산 아래 주택가, 자유공원 주변 동네 골목길 집들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계약서까지 쓸 뻔한 이 지역 2채의 집을 거쳐 지금의 배다리에 자리잡은 것이다.
그는 연수동 22평 구형 아파트 전세를 살다 ‘갭투자’하는 주인(나중에 알게됐다)의 요구로 2년 이상을 살지 못하고 배다리로 이사왔다. 이전 연수동 13평 신혼 아파트를 포함해 3번 살던 집 주인 모두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어느날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 찾고 있는게 이런 집 아니냐며 보여준 초등학교 앞 이층 벽돌집. 작가는 이곳을 보자 마자 ‘그래, 이 집이 우리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인테리어 사무실과 건축사 사무실 중 어디에 맡길까 고민하다 ‘협소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를 찾기로 했다. 책과 인터넷을 뒤져 서울 신사동의 업체를 찾았다.
최대 6천만 원을 잡은 리모델링 비용. 그러나 결국 알미늄 창호를 교체하고 거실을 넓혀야(방벽을 허물어야) 원하는 그림이 나오기에 최종 1억 원을 들어야 했다. ‘건축주’는 퇴직금을 당겼다. 단독주택 구입의 소중한 보너스, 옥상과 지하실에 투자할 여력은 없었다.
작가는 내용의 절반을 동네 이야기에 할애한다. 그 만큼 단독주택에는 '동네'라는 무형의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집을 산다는 것은 ‘동네’(관계망)를 산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협조 잘되는 영화 촬영지로 소비되고 말 것이 아니라, 동네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현재 갖고 있는 공간의 의미를 드러내고 가꾸는 일에 더 힘을 들여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충분히 그럴 만 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공간은 시간이 축적된 장소다"(「구도심은 재생될 수 있을까?」에서)
작가는 배다리 '동네' 일대에서 이웃한 ‘난닝구’ 할머니의 옥상 텃밭, 그 할머니네 1층에서 분식집하는 ‘이모’(초등학생들의)의 입담, 대문 CCTV에 비친 고양이들, 공을 자꾸 집안으로 쳐들이는 학교 야구부, 40년 골목길 채소 아저씨, 고추 말리는 할머니들, 영화 찍는 헌책방길,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는 싸리재 뉴트로(개항로 프로젝트) 등등의 스토리를 멋스럽게 펼쳐보인다.
1장 마지막 단락 「백만번의 집들이」에서 작가 봉봉은 말한다. “수많은 집들이를 하며 내가 느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은 집이 투자의 대상이기 전에 정말 중요한 삶의 공간임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세상이 그렇게 가만히 두질 않아서, 불안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