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구 청라1동 ‘마음상점(가칭)'
부평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가니 1시간쯤 걸렸다. 청라 한 가운데 들어가니 답답하고 힘들었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 안에 약간의 실핏줄 같은 수변로와 초록색 나무들이 숨통을 틔워줬다.
허정문 대표가 알려준 블로그에 들어가니 ‘한국스마트치료협회’, ‘ Wisdom Lab’이라는 첫 화면에 화들짝 놀랐다. 소개하려는 생활문화공간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었고, ‘4세대 심리-상담-교육-치료 분야를 스마트하게 주도하는 대한민국 대표협회’, ‘스마트치료 및 교육기술의 현장적용에 앞장서며 대한민국 심리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갑니다.’라는 소개글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아, 나의 의도가 잘못 전달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 재단장 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 활동을 한다고 하니 다시 찬찬히 블로그를 훑어보았다. ‘서구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기질 특강’ 이건 또 뭔가? 신간 도서 ‘놀이의 화원’, ‘아이의 마음을 읽는 4차원 놀이법’? 심리치료? 심리검사? 스마트치료? 상담사 양성교육? 이런 카테고리는 심리상담-치료센터 뭐 그런 거 같은데? 이런 게 생활문화예술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 거지? 사회적 기업이네? 주로 아이들 대상, 부모교육 관련된 심리상담. 인터뷰이를 잘못 소개받았나? 하며 내심 곤란했다.
당연히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법한 ‘생활문화공간’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일을 어쩌나 싶었지만 소개해준 이도, 인터뷰이도 그런 일을 하는 공간이라고 하니... 일단 부딪혀보기로 하고 청라행 버스를 탔다. 한 시간 여 버스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굽이굽이 돌고나서 도착한 청라1동 지젤M 수변로 지하1층에 자리잡은 ‘마음상점’은 아직 ‘한국스마트치료협회’라는 간판이었다.
스마트치료가 뭐죠?
스마트’Smart’치료는 IT 즉, 4차산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심리치료 및 상담 기술을 말한다. 2019년 WisdomLap으로 문을 열고 온라인으로 치료와 상담을 진행하다가 스마트치료 역량을 기존의 상담사 등 관련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협회 모델로 바꾸고, 책을 쓰고, 자격과정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만들며 ‘한국스마트치료협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미국에서는 우울증과 관련해 IT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 서비스는 느리게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때문에 급격히 확산되어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자기 상담에 비대면 온라인을 적용하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서비스를 자기 상담에 녹여낼 수 있는 기획 역량이 떨어져 이를 지원하고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서울에는 독립서점을 기반으로 하는 ‘마음약국’이라는 이름으로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도 운영되고 있다. 정신질환 약을 파는데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게 심리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팩키지 상품을 파는 시도하고 있다.
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다양한 보고서(검사지)가 있는데 심각한 (심리적인)문제에 활용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마음상점(가칭)은 독립서점을 기반으로 출판사를 겸업하며 책도 구비하고 있고, 누구든 들러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한 검사를 통해 자기 마음을 알 수 있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Start Up’ 기업들 생기면서 마음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심리’를 ‘마음’으로 치환한 ‘마음산업’이 형성되고 있는데 심리사업이 어디에 내놓고 팔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들이 개발한 상품을 매입해 보여주고, 시연하고,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마음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교육프로그램, 개인세션, 간단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흔히 들어왔던 미술치료, 음악치료, 독서치료 등도 마음 산업의 일부로 보고, 병원이 독점중인 심리상담센터-마음에 관한 정보들을 일반인들이 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고, 식사하러 왔다가 또는 영화 한 편 보고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 '문화'라는 컨텐츠를 통해 마음산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음상점'이 생활문화공간?
이 공간은 교육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할 예정인데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충전소 같은 지역사업을 이웃 가게인 지구별수호대(제로웨이스트 활동)와 함께 힐링체험클래스 등 심리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허정문 대표는 청년기획자로도 활동하는데, 자기 기질을 검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쓰거나 내 아이를 위해 내가 만드는 워크북 만들기 등의 문화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진입벽이 느껴지는 심리치료라는 접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재료로 하여 눈에 보이는 다양한것들을 만들어내고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마음챙김’은 ‘어떻게 내면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발짝 떨어져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 어제와 조금 다른 선택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메타인지-생각에 대한 생각, 마음에 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트레이닝 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상점은 이러한 마음챙김에 관련한 교육을 하고,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실습도 해보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이 지점에 오니 필자는 좀 혼란스러웠다. 심리 관련 사업 역시 넓은 의미의 문화이긴 하지만 만나고자 했던 생활문화공간 이미지와 닿지 않았다. 심리치료나 상담 또는 검사가 ‘문화’로 인식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융합이며 통합을 말하는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 물었다. 심리영역이 문화, 문화공간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심리가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리가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뉘어서 떨어져서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라고 봐요. 음악을 듣듯이 책을 읽듯이, 그림을 보듯이 내 마음을 바라보는 독특한 방법을 배우는 것도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산에 가는 것이 무슨 문화냐 했지만 ‘산림’과 엮어서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기도 해요. 점차 융합이 되는 거죠. 심리상담, 심리교육을 문화로 볼 수 없는 애매함이 있지만 이 공간(마음상점)에 와서 내 마음을 자기만의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것 – 어떤 공간에 가서 공예품을 하나 만들어가는 것을 문화라고 넓게 본다면 마음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를 가지고 눈에 보이는 무엇을 만들어가는 작은 공방 같은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면 충분히 문화로, 문화공간으로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예술이 작가가 자기 안의 내용을 어떤 도구, 수단, 방법을 통해 외부로 표출하는 과정과 결과라고 본다면 마음을 재료로 무엇인가 생산하는 것도 문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득당함) 그러면서 생활문화공간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여러번 다시 곱씹어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언급한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장, 친환경 문화, 이타성, 평등. 비건문화, 페미니즘... 등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다루는 공간이라면 문화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예술을 기반으로 한 생활문화공간’이라는 내적인 인식이 ‘심리’를 문화영역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허정문 대표는 대구에서 살다가 공부를 위해 수원으로 갔고, 사업을 하기 위해 인천에 왔다. 처음 있었던 곳은 강화, 김포와 가까운 검단지식산업센타였고, 그곳을 오가는 차안에서 인천 서구가 참 길다는 생각을 했다. 긴 길을 오가면서 다양한 섹션이 있다는 생각, 아라뱃길과 연결된 강도 있는 참 멋있는 자원이라는 생각을 그 외관에서 느꼈고, 안으로는 더 좋은 인프라,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약간의 질투심이 섞인 신도시 사람들의 성향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신도시적인 느낌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가는 곳 마다 애정을 가지게 보게 되고, 가는 곳의 특징과 어울려 지내려는 경향이 있다 보니 내가 있는 이 곳이 예쁘고 다정해서 와보고 싶은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질투심, 열등감을 채워줄 수 있는 서비스로 이 도시의 시그니처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청년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작품전시도 하고 굿즈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지역의 다양한 재능을 발굴하는 등의 활동도 하며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그리고 도시재생이라는 트랜드 속에서 그 도시를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와 맞물려 서구 등 인천의 구도심을 ‘인천만의 시그니처한 도시재생문화’로 ‘쓰레기 없는 - 제로 웨이스트 - 기반 마을’이나 ‘마음을 치유하는 마을’을 만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도시재생이 무조건적인 아파트 재개발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공공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도시재생을 특별한 문화로 기획해보려는 아이디어가 건강하게 느껴졌다.
또 심리서비스-마음산업을 들어보니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마음 둘 곳이 생긴 것이라 응원하고 싶다. 4차산업의 기반은 기업과 기술들이 깔아주고 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연결되어 다양한 지역과 사람들에게 서비스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어졌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라는 것에 대한 미묘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알았을 때 폭죽처럼 터져 나오는 기쁨, 환희감이 있다. 아직 마음서비스를 이용해보지 못한 분들에게 그 기쁨들을 전달하고 싶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만 찾아오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열린공간이다.
누구든지 이 공간에서 그런 경험을 만나시길 기원한다. 블로그, 홈페이지 활용가능. 유튜브도 고민하고 있다. 재단 문화사업을 통해 참여할 예정이니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로 다른 지역 분들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듯하다.
사족
MBTI 기질검사가 코로나 시국에 엄청나게 퍼지고 있어요. 왜 이런 현상이 있는 걸까요?
-프로이드는 '발견하면 그것이 곧 치유다'라는 말을 했을 만큼 '자각의 기쁨'이 있다.
인간은 어떤 틀, 어떤 무리에 포함되는 것에 편안함과 믿음을 갖는 특성이 있어 16가지 유형에 그루핑 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유형별 규정, 특징이나 명제 등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규정한 검사보다 사람들은 더 풍부한 것을 가지고 있다.
또 불분명한 것, 설명되지 않는 것을 설명받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 존재한다. 그런 것에 의존하는 태도나 동기는 ‘점’을 보는 것과 유사하다.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심리학에서 검사개발 및 시행에 대한 윤리 준수는 매우 첨예한 사항이다. 너무 권위주의적인 것도 문제지만 너무 가볍게 다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정말 자신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비용을 들여 정식 승인을 받은 기관의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