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있는 엔젤스 회원들
취재: 이병기 기자
"봉사가 몸으로는 힘들지 몰라도 직접 하고 나면 자신에게 얻어지는 것이 더 많습니다. '내가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남을 도울 수 있구나' 하는 기쁨과 고마움을 느끼죠. 장애인들을 돕다 보면 어느새 편견이 사라지고 단지 몸이 아파 보살펴야 할 사람으로 대하게 됩니다. 부딪혀 봐야 이 사람도 나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 김연순 지점장
한국마사회(KRA) 인천중앙지점(지점장 김연순) '엔젤스' 봉사회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5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어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직접 강원도에서 수확한 배추로 김장김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눠주거나 지역공부방 청소·간식만들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함께 나들이 가기 등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을 넘어 행동으로 함께하는 봉사 활동으로 이웃에게 진심을 전하고 있다.
인천지점이 미가엘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처음 '재가어르신 가족사랑 나들이 사업후원'으로 50만원을 지원한 이후 2005년부터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엔젤스는 5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미가엘복지관의 노인무료급식소에서 배식지원과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더불어 소외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페인트칠과 도배·장판 봉사, 공연동아리의 축하공연도 지역 주민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김장김치 만들기에 나선 엔젤스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 중에서도 엔젤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김장김치 만들기' 봉사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출발 전날 아르바이트 학생 10명과 함께 사무실에서 잠을 잤어요. 새벽 6시에 출발해 하루 종일 배추를 따고 밤 11시에 복지관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죠. 비록 몸은 힘들지만 재미도 있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마음을 담아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하죠."
이정임(45) 인천지점 차장은 "밤 11시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고 강조했다. 조금이라도 많이, 빨리 배추를 수확해 인천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끼니'를 때울 시간도 없었다는 얘기.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차가 막힐 수 있어 배고픔을 참고 일했다고 한다. 그의 웃는 얼굴에선 생색내기 위함이 아닌 봉사의 진심이 묻어난다.
엔젤스가 열정적으로 봉사를 하게 된 이유에는 미가엘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의 정성도 한 몫 했다.
"다른 복지관에서도 봉사활동을 해봤지만 다 같진 않더라구요. 미가엘 복지관 직원들이 무료급식 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이 보입니다. 또 강원도에서 배추를 가지고 온 밤 11시까지 아무도 가지 않고 배추를 내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대부분 여성분들임에도 남아 있더라구요."
인천지점은 직접 주민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후원도 지역사회에 나누고 있다.
2009년에는 인천지체장애인협회 중구지회, 성언의 집 복지관, 외국인 종합상담소, 대한노인회 중구지회 등 8개 단체에 4200만원을 전달했으며 어려운 형편의 아동, 청소년, 독거노인, 다문화 가정의 223명에게 3600만원을 후원했다.
올해 역시 새마을 인천 중구지회, 중구 중앙동 경로당 등 지역 시민사회 단체에 4100만원의 기부금과 230명의 소외계층에게 장학금과 난방비 등으로 44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인천지점이 운영하는 문화센터도 인근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수요일 10시부터 2시간 동안 무료로 진행되는 노래교실은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일 정도로 인기를 끈다. 노래교실은 다른 수업과는 달리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밍댄스, 고전무용, 방과후 영어교실 등 나머지 수업도 전액 무료로 진행된다. 꽃꽃이와 비누공예의 경우 재료비로 2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한국마사회의 전국 최초 여성 지점장인 김연순(51) 씨는 "봉사는 남을 도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기쁨을 찾는 방법이다"라며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생기고, 이웃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이 어떤지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인천지점
032-250-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