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조례 개정해 금연구역 지정 서둘러야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필요
인천의 일부 대안학교 학생들이 간접흡연 피해에 노출돼 있어 인천시 및 군·구가 조례 개정을 통해 학교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오전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이봄학교는 바깥 창문을 닫은 채 수업을 했다.
바로 앞 왕복 6차선 도로의 차량 소음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담배 연기가 수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대안학교는 6층 건물의 4·5층을 쓴다. 건물 1층에는 식당 두 곳, 2층 레스토랑, 3층 사무실, 6층에는 스크린골프장이 영업한다. 또 건물 뒤쪽 이면도로에는 주차장이 있다.
학생들은 건물 1층 입구와 층별 화장실, 건물 뒤쪽 주차장에서 담배연기가 자주 올라와 불편함을 겪는다고 말한다.
고연우 양(18)은 "학교 현관과 창문을 열면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며 "환기를 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계속 신경 쓰이고 수업에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또 "매주 수요일 학교 주변을 청소하는데 담배꽁초가 가장 많이 나온다"며 "학교 주변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담배 냄새와 꽁초가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남동구 장수동에 있는 열음학교도 같은 상황이다.
학교 바로 옆에 식당이 붙어 있는데, 점심 시간만 되면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식당과 학교 앞에서 담배를 피워 학생들이 간접흡연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열음학교는 남동구보건소에 이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보건소도 민원을 받아들여 식당과 맞닿은 학교 담장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붙였다.
그런데 관계기관 논의 과정에서 인천시교육청이 열음학교는 교육환경보호구역(옛 학교정화구역)으로 정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의견을 냈다.
결국 보건소는 금연구역 표지판을 떼고 이곳에 학생들이 있으니 흡연을 삼가달라는 경고문을 다시 붙였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교육감의 설립인가를 받은 땅에 지어진 대안학교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법에서 말하는 대안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는 각종학교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대안학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봄학교, 열음학교 모두 후자에 해당한다.
남동구보건소 관계자는 "다각도로 제도를 살펴봤지만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법이 없어 경고문으로 대신했다"며 "법으로는 방법이 없지만, 조례를 개정한다면 앞으로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를 비롯해 인천의 10개 군·구는 모두 간접흡연 피해 방지 조례가 있다. 이 조례를 개정해 대안학교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넣으면 된다.
일단 인천시의회와 남동구의회는 호의적이다.
장성숙 인천시의원(민주, 비례)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게 지방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며 "제도적 빈틈이 있다면 조례로 틈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호 남동구의원(국힘, 구월1·4~남촌도림동)도 "인천 청소년들의 건강권을 위해 조례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인천의 지방의회들이 대안학교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조례를 개정한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연구역은 해당 구역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조치로, 대안학교 학생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일반 학교처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정해 주변 50m 안에서의 흡연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한 법 개정도 검토되고 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던 박찬대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대안학교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일반 학교처럼 보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