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1유수지로 이전 적극 검토 중... 환경단체 등 반발
남동1유수지에서 먹이를 찾는 저어새의 모습. 멸종위기종이다. ⓒ인천시
인천시가 승기하수처리장의 이전사업을 놓고 남동구의 반대에 직면한 가운데 남동구와 '빅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딜 내용에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발하고 있다.
16일 인천시와 남동구 등에 따르면 현재 시설 노후로 인한 처리 용량 한계 및 잦은 고장, 그리고 남동공단 폐수 유입으로 방류수질 기준치 미달과 악취로 인한 민원 등 여러 모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승기하수처리장을 남동1유수지로 이전하기 위해 남동구와 협의하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남동1유수지로의 이전 외에 현 부지의 지하화와 송도 11공구 이전 등 다른 방안들도 내부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바 있다. 때문에 최근 시가 남동구와 만나 이러한 협의 내용을 진행한 것은 시 내부에서 남동1유수지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진행된 협의에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장석현 남동구청장이 직접 만나 이전을 위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지난해 하반기서부터 전성수 행정부시장과 이용철 기획조정실장 등이 주도해 남동구 측과 협의를 이어나갔지만, 지난해까지는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가 남동구에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시했는데, 남촌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해당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고층 주상복합단지의 개발이익 환원금 전면 지급, 남동공단 주차장 공간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모두 남동구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만한 내용들이다. 남동구로서는 남촌동 일대 약 25만㎡를 산업단지 및 주민 편의 공간 등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는 그린벨트 해제를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는 전체 사업지 중 8만㎡ 규모의 그린벨트를 직접 해제하고, 나머지 공간에 해당하는 약 17만㎡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해제토록 하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시는 현재 한 건설사가 40층 이상 규모의 아파트와 업무동 등 총 5개 동의 주상복합단지 건설사업에서 나오는 개발이익금을 전액 남동구에 양보하겠다는 입장도 남동구 측에 전달했다. 현재 이 개발이익금은 인천시와 남동구가 7:3의 비율로 기부채납이 될 예정인데 남동구가 승기하수처리장의 이전을 찬성해 준다고 하면 이를 전면 남동구에 주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남동1유수지에 조성하게 될 하수처리장의 면적을 고려해 남동공단에 주차장을 확보해 주기로 했다.
이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에 남동구도 내부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 관계자는 “남동공단 주차난 해결과 산업단지 조성, 기부채납 규모 증가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동1유수지가 ‘노른자’ 땅이 된 기존 승기하수처리장 부지 매각을 통해 세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환경적인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곳이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서식지인 만큼, 오래전부터 환경단체들은 반발을 거듭해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17일 ‘인천저어새 네트워크’는 공식 성명을 내고 “최근 행정부시장 주도의 승기하수처리장 관련 대책회의에 이어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과 장석현 남동구청장과이 남동1유수지로의 이전을 위해 관련 협의를 했다는데, 이는 저어새 서식지를 파괴하겠다는 심상찮은 움직임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승기하수처리장의 시설 현대화가 시급한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해당 구(남동-연수) 주민들과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민-관 테이블을 만들어 현 부지에서의 지하화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상호 판단한 바 있으나 시는 이 협의 과정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 시장이 직접 나서 승기하수처리장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고 이러한 협의 내용이 확인되면 1인 시위와 규탄집회 및 국제 환경단체와의 연대 등 적극 대응할 할 것”이라 경고했다.
지난해 국회 박남춘(남동갑), 윤관석(남동을) 의원도 승기하수처리장의 남동1유수지 이전과 관련해 “지금 부지에서 120m 정도 이동한다고 악취로 인한 민원이 해소된다고 보는가”라며 “대규모 침수 재해와 저어새 서식지 훼손 등이 우려되는 남동유수지를 굳이 이전 대상으로 검토하겠다면 이는 인천시의 행정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인천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