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와 종복합체인 3개 나무의 유전체 변이 분석
"생물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유전체 분석 지속할 것"
인천 서구 종합환경연구단지 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해 분비나무(구상나무) 종복합체 유전체 분석으로 ‘지형의 복잡성과 신생대 기후변동이 동북아 식물종 다양성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증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5개국 10개 기관이 참여한 구상나무(한국 고유종), 분비나무, 사할린전나무, 베이치전나무(일본 고유종)의 유전체 변이 분석 공동연구를 진행한 결과 ‘비슷한 기후의 북미에 비해 동북아시아의 식물종이 다양한 이유가 지형의 복잡성과 신생대 기후변동 때문’이라는 가설을 증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러한 가설은 일리노이주립박물관의 홍 첸과 미주리대 생물학과 로버트 리클레프스가 2000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것으로 그동안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
공동연구 참여기관은 ▲한국의 국립생물자원관, 한국환경연구원 ▲일본의 국립과학박물관, 산림총합연구소, 홋카이도대 ▲중국의 중국과학원 ▲러시아의 중앙시베리아식물원, 물생태문제연구소, 사할린식물원 ▲미국의 스미소니언국립자연사박물관이다.
이들은 공동연구에서 동해를 둘러싼 한반도와 일본, 중국, 러시아의 지형을 따라 원형의 유전적 연결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생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는 동안 이들 나무의 분포 범위가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바다와 산맥 등 지형의 특성이 나무 사이의 접촉을 막았고 분화된 종이 기후변화에 따라 재접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잡종화가 지역별 식물의 다양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크리스마트 트리로 잘 알려진 구상나무는 제주도 한라산과 한반도 남부의 아고산대(지리산, 덕유산 등)에 사는 고유종인데 한반도 중부의 분비나무와 모습이 비슷한 것도 마지막 빙하기(약 2만년 전) 이후 한반도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종 분화 후 재접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잡종화 때문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국립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분비나무는 구과(솔방울)의 비늘 방향이 아래로 향하지 않는 점만 제외하고 구상나무와 매우 흡사해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또 구상나무 근연종(생물 분류에서 유연관계가 깊은 종)의 모계 혈통에서 북미계열 나무의 유전자가 발견돼 빙하기 동안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했던 베링 육교를 통해 유입된 북미계열 모계 유전자가 남아있고, 구상나무 일부 집단에도 영향을 미쳐 구상나무 근연종 다양성에 기여한 것이 입증됐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생물지리학회지(Journal of Biogeography)’에 게재될 예정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 식물종 다양성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종의 번성과 쇠퇴 등의 역사를 추정할 수 있는 유전체 분석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