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공공미술 작품을 위한 대안적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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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공미술 작품을 위한 대안적 방향
  • 김푸르나
  • 승인 2024.12.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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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공미술 다시 보기]
(9-끝) [인터뷰] 황문정 작가 - 김푸르나 / 시각예술가
〈인천 공공미술 다시보기〉 마지막 편은 인천문화재단 청년창작활성화 연구사업으로 2023년에 진행된 <인천 공공미술 방향성 연구>에 참여한 황문정 작가와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2편으로 구성된 이 글에서는 지역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공조형물(미술을 위한 퍼센트법),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등 인천 공공미술의 방향성과 과제에 대해 동시대 예술가의 의견을 기록합니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공공미술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11월 15일부터 12월 5일까지 인천 상상플랫폼 야외 1883개항광장에서 진행한 미디어아트 전시 ‘1883개항의 빛’(2023.11.24 촬영)ⓒ김푸르나

 

미술을 위한 퍼센트법으로 설치되는 공공미술 작품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김푸르나(김): 이번에는 지난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조금 다른 주제인데요, 미술을 위한 퍼센트법에 따라 건물 내외부에 설치되는 공공미술작품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작가님은 조소과 전공이시니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특히 아파트나 건물 앞에 눈에 띄는 공공미술작품들 있잖아요. 이런 조형물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텐데, 우리는 이런 작품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또 현재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신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황문정(황): 네, 저도 이런 문제에 대해 늘 고민이 많습니다. 사실 공공미술 조형물이 장소의 맥락과 상관없이 단순 장식으로 설치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건축주의 취향만 반영된 조형물이 공공장소에 설치되면, 이곳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매일 노출되는 특성상 이를 '시각적 부담'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공공미술인데 정작 시민들보다는 건축주의 입맛에만 맞춘 작품이 설치되니, 그 공간을 매일 지나야 하는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더 큰 문제는 공공미술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들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는 거예요. 특히 아파트 단지를 보면 거의 비슷한 작가들의 작품이 반복되거든요. 이 시스템은 오랜 시간 고착화되었고, 이제는 시대와 맞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누군가는 이 시스템으로 생계를 유지하겠지만, 공공미술이 특정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구조는 반드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술을 위한 퍼센트 법도 마찬가지예요. 이 법이 처음에는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공공미술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지만, 지금은 특정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형태가 되어버렸죠. 차라리 건축주가 건물의 1프로 비용을 공공재단에 기부하고, 재단이 투명한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하면 더 많은 작가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시민들도 다양한 형태의 공공미술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시간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노후된 공공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자세

김: 맞아요. 그리고 공공미술작품이 처음 설치될 때는 의도가 좋았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방치되는 경우들도 많잖아요. 예를 들어, 저희 집 아파트 단지 놀이터 근처에 설치된 작품이 몇 년 후엔 낙서투성이가 되거나 녹슬어서 결국 흉물로 남는 경우를 지켜봤어요. 이런 작품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철거, 복원, 재사용… 등 어떤 접근이 가장 현명할까요?

황: 그렇죠. 사실 모든 물질은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잖아요. 공공미술도 마찬가지예요. 영원히 유지되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아름답다고 봐요. 다만 처음에 작품을 만들 때는 장소성과 지속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신중하게 제작해야 해요.

하지만 장소의 특성이 변하거나 작품의 의미가 퇴색하면 철거하는 게 맞죠. 예를 들어, 고즈넉한 한옥 마을에 어울리는 나무 조형물이 재개발로 인해 주변이 아파트로 바뀌었다면, 그 작품은 이제 역할을 다했다고 봐요. 억지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명예롭게 철거하고, 새로운 공간에 맞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김: 철거된 후에는 작품이 존재했던 흔적을 남기는 정도면 좋을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작품에 사용했던 명패를 한 공간에 아카이브 형태로 남겨서 “이곳에 이런 작품이 있었다.” 라고 기록하는 방법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미디어아트페스타
11월 23일 인천 서구 거북시장 문화의 거리에서 진행한 ‘2024 미디어 아트페스타’(2023.11.23 촬영)ⓒ김푸르나

 

미디어파사드, 공간적 특성 잘 이해하고 장소에 맞게 설치해야

김: 그렇다면 또 다른 이슈로 넘어가보겠습니다. 공공미술의 새로운 대안적 방향으로 등장한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에 대한 내용인데요. 올해 인천에서도 미디어 파사드 기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열렸는데요,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를 직접 찾아가 보았어요. 하나는 11월 15일부터 12월 5일까지 인천 상상플랫폼 야외 1883개항광장에서 진행한 미디어아트 전시 ‘1883개항의 빛’ 이구요, 하나는 11월 23일 인천 서구 거북시장 문화의 거리에서 진행한 ‘2024 미디어 아트페스타’ 입니다. 이 두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특징과 차이에 대해서는 작가님의 의견 이후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이젠 트렌드로 자리 잡은 미디어 파사드 형태의 공공미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황: 미디어 파사드는 큰 면적을 활용하기에 참 좋은 매체예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미디어 파사드가 무분별하게 사용될 때예요. 마치 모든 공간을 평면적인 장식으로 만들어버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내용 없이 화려함에만 치중된 경우에는 광고판과 다를 바 없죠.

또한, 미디어파사드는 젊은층이나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만 효과적이에요. 소외계층이나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별로 와닿지 않는 매체이기도 하죠. 결국, 미디어 파사드는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장소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모든 곳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공간의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미디어아트페스타
2024 미디어 아트페스타 ⓒ김푸르나

 

공공미술 프로젝트, 세대와 장소에 맞게 다양하게 시도되어야

김: 네, 저도 동의합니다. 앞서 설명 드린 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사례로 예를 들어보면, 개인적으로 이 두 개의 미디어파사드는 무척 다른 성격을 보였어요. 상상플랫폼 야외 1883개항광장은 미디어파사드 자체에 힘을 주어 공간을 압도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안에 시민이나 관객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어요. 아마 참여행사의 부재나 거대한 미디어아트를 보려면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해서 먼 거리에서 관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그런가 싶기도 해요.

그러나 거북시장에서 진행한 미디어 아트페스타는 미디어라는 매체를 매개로 시장 공동체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미디어파사드 자체로 비교하자면 미디어 아트페스타가 장소의 특징과 맞지 않는 고흐의 페인팅 상영이나, 과도한 레이저조명 사용의 아쉬움도 있지만, 시장상인들과 어른, 아이들이 어우러져 댄스를 하는 모습, 지역 아티스트가 버스킹을 하는 모습 등 공간 안에 시민이 같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로 구성되어 더 기억에 남아요.

황: 저도 이런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은 다양하게 시도되어야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움직임을 활용한 예술 프로젝트가 적합할 수 있어요. 무용 워크숍이나 퍼포먼스를 공공장소에서 펼치면 건강에도 좋고 재미도 있죠. 중국의 광장 무용처럼 말이에요. 예술가가 이런 활동을 주도하면 더 의미가 있을 거예요. 요즘 요가나 헬스 같은 운동이 점점 비용이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만큼, 유휴 공간을 활용해 이런 활동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공공미술, 취약계층 포함한 모두에게 노출되어야

김: 네, 마지막 질문으로 작가님은 공공미술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미술이 사회, 경제,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시민들의 참여나 관심도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황: 공공미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미술관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드는 형태가 중요합니다. 공공미술은 그 지역에 정착하는 데 있어 미술관 전시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지만,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문화적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K-팝, 드라마, 영화 등으로 문화 강국이 되었으니, 미술 분야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공공미술이 단순히 ‘조각’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접근하면 좋겠어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공공 조형물은 물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공공미술은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두에게 노출되어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예술을 접하고 감상하는 경험이 중요해요. 요즘 어린 세대는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기회를 많이 누리지만, 윗세대나 취약계층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죠. 그래서 그들에게 더 접근하기 쉬운 공공미술이 필요합니다.

김: 결국 세대와 장소에 맞춘 다양한 공공미술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작가님의 의견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술가와 시민이 공공미술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누는 자리들이 많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883개항의 빛
1883 개항의 빛 ⓒ김푸르나

 

미디어아트페스타
2024 미디어 아트페스타 ⓒ김푸르나
미디어아트페스타
2024 미디어 아트페스타 ⓒ김푸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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