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사는 근무지이고 학생은 모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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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사는 근무지이고 학생은 모교인데…
  • 최광일
  • 승인 2017.05.0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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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일 / 인천가현초등학교 교사
 

등교하는 아이들은 생명력으로 넘친다. 아이들의 몸이 살아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생명력은 학교 정문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들고 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하굣길, 정문을 넘어서면서 생명력을 복원한다. 아이들의 생명력은 학교 정문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자문한다. “아이들이 살아 숨 쉬는 학교는 무엇일까?”,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배움이 있는 수업, 능동적인 학교생활, 민주적인 인간관계 등을 답으로 불러낸다. 답은 학생들의 주체적인 생활로 모아진다.


학생, 학부모, 교사를 교육 주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학교보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우선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있어야 학교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학교 설립의 주체이다. 그러나 교육 행위의 주체가 되려면 학교의 인정이 필요하다. 학교는 좁게는 행정상의 학교나 학교장일 수 있고, 넓게는 사회, 문화적인 권력 풍토일 수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있어야 학교를 설립하지만 학교로부터 주체로 인정받아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인정 투쟁이 발생하는 이유다.


올해 학교 업무로 학생회를 맡으면서 학생들이 활기차게 생활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찾고자 했다. 모든 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학생회를 중심으로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자 했다.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하고, 학생회 소식을 전하는 공간을 확보하고, 학생회가 학생생활협약을 스스로 제정 했다. 이런 활동은 대부분의 행복배움학교와 일반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 첫 시도이자 변화다.


변화가 학교로 들어오면 일상적인 업무로 떨어지고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 업무는 결재 과정이 필요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활동의 본질적인 의미에서 멀어진다. 무관심은 대답 없는 메아리로 활동의 이유를 스스로 의심한다. 그럼에도 의미는 일상적인 업무와 무관심의 검증을 거쳐야 드러남을 알기에…


생활 협약, 학생생활규정 개정, 소식지 등은 “나쁜 말보다 고운 말을 사용하기”, “지각하지 않고 시간 지켜 등교하기” 등 의무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시행착오 속에서 의무적인 내용에서 자기 권리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갖는다.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과 예산 확보, 학생 자치 활동을 위한 교육과정 시간 보장, 학생회의 위상 강화 및 학교 교육 과정과 행사의 참여를 통하여 학교 생활과 삶의 긍정 그리고 학생 인권을 당당하게 주장하기를 바란다. 선생님에게 학교는 근무지이지만 학생들에게 모교다. 현재 학생의 주체적인 활동과 의식 변화가 미래의 우리 학교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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