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예술가들, 지역의 ‘옅은 예술 인프라’가 가장 고민
상태바
인천 청년예술가들, 지역의 ‘옅은 예술 인프라’가 가장 고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3.13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틀에 재단하는 움직임만큼 ‘말라있는 생태계’와 직면한 젊은 작가들



ⓒ배영수

 

인천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관’에서의 정책적인 문제와 함께 지역 문화의 말라있는 인프라를 두고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H동에서는 ‘젊은 예술가가 본 인천의 문화예술 생태계’라는 제목으로 청년예술가들이 모여 자유 형식의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자체는 문화인천네트워크 소속의 몇몇 작가들이 준비했지만 특별한 주최를 두지 않고 누구나 참여하는 ‘오픈 마이크’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역 예술의 자생력을 도모해 보자는 의도의 이날 토론회는 특별한 제식이 없었음에도 인천시의회와 인천연구원 등 공공기관과 시민과대안연구소, 스페이스 빔 등 시민·문화단체 단체들도 다수 참여했다. 인천 청년예술가들의 복지 등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의 관심이 높아져 있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에서도 나타났다.
 
선진국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순환’의 구조인 것에 비교해 인천을 비롯한 국내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공적 재원을 갖고 있는 지원 기관 - 이를 위탁받은 대표단체 - 예술가 순으로 주로 이루어진 수직적 구조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들이 엿보였다.
 
‘관’으로부터 문화예술의 자원들이 올바르게 배분돼 있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예술현장의 목소리가 인천시 등의 정책방향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지원 프레임이 이미 구성돼 있는 상태에서 예술가들의 오롯한 창작이 가능한지, 지원을 넘은 유통의 생태계 구성 등에 대한 고민들이 자유롭게 토로됐다. 특히 ‘관’이 제시한 지원의 프레임 내에서 이를 맞춰가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예술가들의 고민은 비교적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청년 예술가들 사이에서 나왔던 이야기들 중 몇몇을 정리해 보면, 지원기관 공모를 확인한 후엔 뒤늦게 예술가로서의 자신이 그에 맞춰서 어느새 지원서를 쓰고 있고, 관이 예술을 수단과 도구로 이용하는 사례를 모두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과정에서 관이 “너희의 사회적 역할은 뭐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
 
또 1년 정도 공간을 마련해 전시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여러 시도들을 하고 주민들과도 호흡하는 등 활동을 해왔는데, 결과와 경험은 재밌었지만 준비한 사람들만 좋아하는 일종의 ‘공허감’이 다가왔다는 등 인프라의 활성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고민도 있었다.
 
더불어 로컬 문화영역 대부분이 공공재원의 지원까지의 단계는 이루어지지만 그 이후 유통 등 생태계의 구축으로도 이어지지 못하는 부분으로 인한 고민과, 지원을 받은 예술가들에게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과주의’를 예술가들에게 강제하는 등의 현장 경험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자유 형식으로 이루어진 토론회는 주제는 무거웠지만, 밝은 분위기를 내며 진행됐다. ⓒ배영수


 
특히 이들 예술가들이 인천문화재단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예술가들이 지원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다 보면, 지원 기관주체들에게 마치 숙제검사 혹은 견적을 받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그럼 너는 잘났느냐”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참았다는 이야기엔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러자 인천시 산하 인천문화재단 등도 성과의 측면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상태에서 일선 예술가들에게 성과주의가 강제되는 분위기가 현실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는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연을 주로 하는 청년예술가들의 경우 인천 관내에서 관 혹은 유관 기관 주도의 무료공연이 소위 ‘티켓팅’을 하는 문화 인프라 구축에 오히려 방해요소로 작용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최근 관내에서 사진전을 한 차례 진행했다는 한 청년은 “길게 보면 콘텐츠를 향유하는 주체는 이를 유료지불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최대한 저렴한 5천 원의 티켓 비용을 책정했는데 그 자체도 솔직히 장벽이 되기는 했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러한 관 주도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과는 별도로 청년 예술가들이 고민하는 생계 문제와 연관해 겪는 ‘예술가로서의 고민’도 많이 엿보였다.
 
음악단체를 이끌고 있다는 한 예술가는 “어느 순간 내가 ‘예술’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고 ‘일’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더라”는 솔직한 심경을 꺼내놓기도 했다. 또 “기득권의 선배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개념을 떠나 이 판에서 뭐든 잘 알고 있는데 우린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니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공간 운영과 개인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는 한 청년은 “건강한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예술계 내에서의 의견 교류와 함께 이른바 ‘바깥’과의 교류도 분명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서 “예술사업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업가들과도 연계하는 방식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충분히 교류 가능한 루트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청년은 “인천엔 의외로 예술활동을 하기에 좋은 공간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것이 많이 알려질 필요도 있다고 본다”며 “인천에 대한 인식만 바꾸면 기회는 있다고 본다. 공무원들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같은 청년의 입장인 동시에 시의원이기도 한 유세움 인천시의원도 참석했다. 유 의원은 “사실 문화정책을 입안하고 챙기는 활동을 의회 내에서 외롭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기득권의 끈’이 아닌 ‘새로운 동력’을 찾는 부분이나, 지원사업이 이들 예술가들의 생계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루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3년 조금 넘게 남은 시의원 임기의 나를, 청년예술가 여러분들께서 많이 이용해 주시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