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 앞 미얀마 '족발 수프' - 대반전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
상태바
부평역 앞 미얀마 '족발 수프' - 대반전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
  • 유영필
  • 승인 2024.09.25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20) 미얀마인들의 식당 '마하놰'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18회부터 인천의 외국 전문요리점을 찾아 연재합니다.

 

’부평역 앞 미얀마 거리 '마하놰' 앞 모습

 

무더운 여름 어느 날, 필자는 친구들과 만남을 위해 길을 나섰다.

부평역 5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갔는데 예상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더위를 피하고자 롯데마트에 들러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친구에게서 자기도 일찍 도착해서 지하도에 있다고 연락이 온다.

둘이 먼저 만나 미얀마 거리를 구경하면서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애초에 가려고 했던 밍글라바 식당은 정기휴일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있었다.

우리 둘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일단 한국말이 통하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떤 곳은 들어갔더니 정말로 주인이 한국말을 모른다면서 우리를 안 받아주는 곳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이곳이 부평이 맞나 싶어 주변을 다시 쳐다보기도 했다.

찾아다니던 중 드디어 한 곳을 찾았다.

간판에 한글로 ‘마하놰’라고 쓰여있는 식당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불교 용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느덧 서울에서 오는 친구가 도착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실내에 들어서니 실내 장식은 여느 식당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였으나 천장에 붙어있는 꽃장식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고 동남아 특유의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했다.

오랜만의 동남아 향이 반갑기도 했다.

 

식당 안
메뉴판

 

우리 셋은 메뉴판을 보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한글은 전혀 없고 하물며 영어도 없어서 메뉴판에 있는 음식 사진과 그나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직원과 소통을 하며 주문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덕에 메뉴판에 있는 음식 사진을 열심히 보는 계기가 돼서 여러 가지 미얀마 음식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사진으로만 본 필자의 느낌은 태국 음식과는 비슷하면서 다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필자가 태국 음식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태국여행을 두 번 다녀봐서 태국에서 먹어본 음식과는 약간 다른 모습에서 느끼는 것일 뿐이다.

라오스나 방글라데시도 인접해있지만, 이곳은 필자가 안 다녀봐서 그곳의 음식을 접해보지 않아 뭐라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서로 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을 해본다.

 

뺀리자쏨똑? - 해산물 샐러드

 

사진을 보니 해산물이 보여서 주문하면서 이걸 미얀마에서는 뭐라 부르는지 물어보았으나 아무리 들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뺀리자쏨똑’이라고 한 거 같긴 한데 그냥 우리는 우리식대로 해산물 샐러드라고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웨치닥쎕뾱’(?)이라고 하는 족발 수프(탕)를 주문했다.

필자가 들은 웨치닥이란 말을 찾아보니까 우엑이 돼지, 치타우가 다리라고 한다. 아마도 둘을 합해서 웨치닥으로 들렸던 것 같았다. 돼지 다리 즉 족발을 의미하는 듯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우리는 미얀마 맥주 맛을 보고 싶어 주문했는데 이게 웬일? 미얀마 맥주가 아니라 태국 맥주가 나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직원한테 미얀마 맥주를 달라고 다시 부탁했더니 직원이 사정을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자기들이 미얀마 맥주를 들여와 팔게 되면 지금 집권하고 있는 쿠데타 세력한테 돈을 주는 거라 자기들은 판매를 안한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돼서 권해주는 태국 맥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태국 맥주

 

그런데 이곳에는 밑반찬 개념이 없는 듯했다. 맥주를 시켰더니 약간의 땅콩이 나온 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중국집에서도 양파와 단무지가 나오는데 여기는 아무것도 없어 직원한테 밑반찬은 없냐고 물어보았더니 자기네는 밑반찬이 없다고 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밑반찬 문화에 익숙한 필자는 실망감이 들었다.

그런데 필자가 여행 다녔던 동남아 지역에서는 밑반찬이 어느 정도 나왔던 기억이 나길래 여기만 이런 건가? 하고 의문이 들었는데 친구 중 한 명이 혹시 패키지로 다닌 거였으면 여행사에서 한국 사람 입맛에 맞게 준비한 음식일 거란 말에 이해가 갔다.

개인 접시에 덜어서 해산물 샐러드 맛을 보았더니 중국 식당에서 주문했던 해산물 냉채의 맛이 느껴졌다.

주꾸미, 새우, 소라 등의 해산물이 버섯, 양파, 오이 등의 채소와 함께 버무려져 나왔는데 익숙한 맛으로 인해 아무 거리낌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같이 나온 족발 수프(탕)는 국물 요리였는데 그릇에 국물과 적당히 자른 족발이 들어있었다.

이 음식의 첫인상은 한숨부터 나왔다. 일단 겁부터 났다. 족발이 국물 속에 있는 모습 자체가 낯 설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국물 맛이 혹시 느끼함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최소한 필자는 친구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먹어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한 친구가 자기는 몽골에서 엄청난(?) 양고기 요리(귀한 손님일수록 느끼한 기름이 나오는 요리)를 먹어봐서 어지간해서는 면역이 돼서 괜찮다고 하면서 수저로 국물을 떠서 먹어보더니 와우! 맛있는데? 하면서 우리에게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런데도 필자는 혹시 놀리려고 일부러 저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언뜻 수저가 다가가질 못했다.

아마도 과거에는 아니 지금도 산모가 출산 후 젖이 안 나오면 돼지 족을 푹 고아서 그 물을 먹게 했던 모습이 나의 머릿속에 그려져서 머뭇거리게 되는 듯했다.

잠시 후 필자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한 수저 떠서 그 맛을 보게 되었다.

 

족발 수프(탕)
족발 수프 고기(동파육이 생각났다)
족발 수프 고기(동파육이 생각났다)

 

그런데 대반전이었다.

약간의 새콤한 맛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국물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몇 번의 국물 맛을 본 후 고기 맛을 봤는데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필자가 알던 족발의 맛이 전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듯했다.

마치 동파육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다.

 

공심채 요리
공심채 요리

 

우리는 직원을 불러서 현지인들이 주로 먹는 새우요리를 추천받은 후 공심채를 같이 주문했다.

공심채는 줄기의 가운데가 비어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했다. 그리고 공심채는 동남아의 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김치는 아니었지만 모든 요리와 어울리는 채소 요리라는 점에서 김치의 느낌을 받았다.

 

현지인이 즐겨 먹는 새우요리
현지인이 즐겨 먹는 새우요리
미얀마 북동부지역 샐러드
미얀마 북동부지역 샐러드

 

같이 나온 새우요리는 대하장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간장이 아닌 생선 액젓의 향을 느끼게 해주는 맛이었다. 약간의 고리고리한 맛과 생선의 비릿함이 새우의 살을 철들게 해주는 듯했다. 달달한 새우의 살을 알 듯 모를 듯한 향과 어우러진 묘한 맛을 만들어냈다.

젓갈에 익숙해진 필자의 입맛은 처음 맛보는 새우요리를 부담 없이 먹게 해주는 듯했다.

 

깔끔한 맛의 볶음밥
개운한 맛의 쌀국수

 

잠시 후 우리는 동남아의 대표 음식인 볶음밥과 쌀국수를 주문했다.

아울러 같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직원분께 부탁드렸더니 미얀마 동북부 쪽 샐러드를 추천해주셨다.

나온 샐러드를 보니 땅콩이 주재료인 듯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던 샐러드의 맛은 아니었다.

아까도 언급한 액젓의 맛을 살짝 느끼게 되는 맛이었으나, 고소함을 함께 느끼게 되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맛이었다.

볶음밥은 중국집에서 먹는 맛하고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기름진 맛이 아닌 짭조름한 맛이 가미된 깔끔한 맛의 볶음밥이었다. 제대로 끼니로 먹어도 될 듯 싶었다.

쌀국수는 필자가 아는 베트남, 태국과는 조금은 다른 맛이었다.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달리 조금은 깔끔한 맛이어서 찾아보았더니 미얀마는 민물고기(메기 등)로 육수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태국과는 달리 향신료를 사용 안 하는 듯해서 그런지 쌀국수의 느낌과 육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외모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맛은 어떤 쌀국수와 견줘 밀리지 않는 맛이었다.

쌀국수에 들어있는 튀김가루(?)와 어묵은 국수의 먹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서비스로 주신 쉐잉웨이
서비스로 주신 쉐잉웨이

 

잠시 후 직원이 주문하지도 않은 음료수 석 잔을 가지고 왔다.

우리는 주문을 안 했다고 하니까 사장님께서 서비스라고 하셨다고 했다.

요구르트에 식빵 조각과 젤리가 섞여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맛은 필자가 생각한 그 맛이었다.

미얀마 전통 디저트 음료인 ‘쉐잉웨이’라는 음료였는데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그동안 음식의 잔상을 싹 없애 주는 느낌이었다.

 

디저트 음료의 광고
디저트 음료의 광고

 

정신없이 식사하던 중 문득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여러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는 사람

들 중에 한국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온통 미얀마 사람뿐이었다.

알고 보니 부평에 있는 공장에 많은 미얀마 젊은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일하러 왔다고 한다.

그 젊은이들이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고 몸도 추스르려고 이곳 미얀마 거리에 다들 모여 식사도 하고 대화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필자는 왠지 모를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머나먼 타국에서 애쓴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약간은 무거웠다.

그래도 필자는 미얀마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들 돈 많이 벌어서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에 가서 우리나라에서의 좋은 추억을 공유하길 희망해 본다.

무더운 여름에 미얀마 거리에서의 추억과 식당에서의 맛은 필자를 잠시나마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과거에 갔었던 동남아 여행지로 안내해 주었다.

특히 필자의 가족이 함께 갔었던 캄보디아가 떠올랐다. 앙코르 와트에 있던 조각상에서 보았던 캄보디아의 순박한 미소를 이곳에서 직원과 사장님 그리고 미얀마 젊은이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각박한 세상살이를 하다가 무언가 새로운 느낌의 돌파구를 찾고 싶다고 느껴진다면 이곳 부평 미얀마 거리에서 삶의 맛과 원동력을 찾아보길 권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