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 노무사, 민주노총 인천본부 노동법률상담소
“이스라엘은 인종학살 멈춰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해방을)! Stop Genocide(인종학살 멈춰라)! Hands off Lebanon(레바논에서 손떼라)”
이스라엘이 전쟁을 팔레스타인 너머로 확대하는 가운데, 전국에서 온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2,000여 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규탄하고 저항과 연대의 의지를 다졌다.
10월 6일 일요일 서울 종각역 주변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가자 학살 1년] 국제 행동의 날’에 참여했다. ‘팔연사’는 한국에 머물고 있는 팔레스타인·아랍인과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단체로 매주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기 위한 집회와 행진을 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 59번, 부산 21번, 인천 20번, 울산 17번, 수원 16번, 원주 10번, 대구 3번, 안산 2번, 의정부 1번, 춘천 1번 등 총 150번의 집회가 진행됐다.
지난 주말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멕시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독일,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과 확전 규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위한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4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거의 전체 인구에 달하는 200만명이 피란민이 됐으며, 전체 건물의 66%가 파괴됐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한 사망자 명부에 따르면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영아 사망자가 710명에 달한다.
10월 6일 서울 집회의 참석자들은 실로 글로벌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의 의지가 넘쳤다. 팔레스타인인들과 한국인들뿐 아니라 이집트·예멘·레바논 등에서 온 아랍인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네시아·중국·일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갓 걸음마를 뗀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한 이주민 가족들, 지역 마스지드(이슬람 사원)에서 단체로 참가한 무슬림들, 동료들과 함께 온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1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참가한 어느 방글라데시인 이주노동자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가서 동료들에게 오늘 집회 소식을 알렸더니, 특근이 없는 친구들이 모두 여기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진행 자체도 글로벌하고 활기가 넘쳤다. 집회 사회를 서안지구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가 보았다. 가자지구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 런던에서 온 레바논인 라니아 하페즈 씨, 고려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야의 집행부원 오수진 씨, 독일인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헨리케 씨, 평화통일 활동가 홍덕진 목사, 이집트인 정치 난민 무함마드 씨가 발언했다. 집회 대열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깃발과 레바논 깃발이 함께 휘날렸다. 가자 학살도 모자라 레바논 확전까지 도모하는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가 피부로 느껴졌다.
집회 장소 한켠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앞장서 온 이집트 난민들이 난민 인정 소송을 위한 탄원서 연명을 받았고, 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부스와, 팔레스타인 지명이 담긴 지도 일러스트를 액자에 담아 판매하는 부스도 호응이 뜨거웠다.
전날인 10월 5일 토요일 30만 시위를 벌인 영국의 연대체 전쟁저지연합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연대 메시지를 보내 왔다. “저희는 전 세계 반전 운동의 일부로서 계속 시위를 이어갈 것입니다. 한국의 행동도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연단에 오른 사회자와 연사들의 발언도 감동적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시온주의자들은 우리가 지치기를, 멈추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주 거리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행진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고, 이렇게 또다시 모였습니다.”(나리만 씨)
“마치 자갈이 쌓여 산이 되듯, 인종 학살을 규탄하는 우리의 말들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마르얌 씨)
“우리의 투쟁이 세계 곳곳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로 더 뻗쳐 나가고 더 커져야 합니다. 식민주의·제국주의·불의·착취에 맞선 이 투쟁을 더 널리 알립시다.”(하페즈 씨)
“시온주의에 패배를 안겨 줍시다. 지난 1년 동안 대학과 거리에서 그래 왔듯이 우리가 팔레스타인의 진실과 대의, 저항을 알려 나갑시다.”(오수진 씨)
“시온주의 프로파간다에 굴하지 맙시다. 정치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에도 굳건히 맞서 싸웁시다. 평화·자유·정의·인권·팔레스타인을 위해 싸웁시다.”(헨리케 씨)
“이스라엘을 정의의 군대인 양 묘사하고 무슬림을 악마화하는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합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런 입장에 반대합니다.”(홍덕진 목사)
“점령에 맞선 저항이 지속되는 한 점령자들은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자유와 존엄을 위해 굳건하게 목소리를 높여 갑시다.”(무함마드 씨)
집회 후에는 힘찬 기세로 행진을 시작해 이스라엘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 앞을 거쳐 종로와 인사동 거리를 누볐다. 행진 대열은 커다란 호응을 얻었고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마무리됐다.
마무리 발언에서 살라흐엘딘 한국외대 아랍어과 부교수는 “굉장합니다. 오늘은 매우 뜻깊은 날이에요. … 서울 바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왔어요.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하고자 하는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모인 것 같습니다.”라며 감동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10월 12일 토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또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며 집회와 행진을 마무리했다.(21차 인천 집회와 행진은 10월 13일 일요일 오후 6시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입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글로벌 운동의 일부로서 이스라엘의 점령과 인종학살이 종식되고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힘 닿는 데까지 연대하고 함께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