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녹전2리에 가면 태백방면으로 가는 여정에 단풍이 아름다워 '단풍산'이라고 불리는 산이 있다. 그 산 앞자락에 있는 큰 고개는 예전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아 '솔고개'로 불렸다고 한다.
솔고개로 찾아간 날은 녹전2리 마을 주민들이 한창 소나무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 발밑에 붉은 철쭉과 여린 분홍의 꽃잔디를 두르고, 짙은 솔향기를 풍기는 소나무 자태를 보며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단풍산의 올록볼록한 하늘금과 소나무 웅장함에 압도되다가도 반대편에서 보면 부채를 펼친 것처럼 단아하고 멋진 모양새가 일품이다.
이 솔고개 소나무는 수령 280년으로, 둘레가 3.3m에 수고가 14m라고 한다. 이 나무는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와 속리산 정2품소나무와 함께 국내 3대 명품소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이 나무는 단종이 영월에서 시해된 후 태백산으로 가던 도중 그 영혼을 달래기 위해 배웅을 했다는 전설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금방이라도 단풍산 어디에서 신선을 태운 신비로운 학이 날아들 것만 같다. 이 소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영력이 있으며, 특히 득남에 대한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소나무는 암소나무로 남편이 되는 수소나무가 있다고 한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서둘러 수소나무를 만나러 간다. 본디 솔고개는 양지와 음지 솔고개로 나뉘는데, 음지 솔고개는 도로를 사이에 둔 목우산 밑에 있다. 바로 이 음지 솔고개에 이 소나무의 남편인 수소나무가 있다.
음지고개 수소나무는 350살로 훤칠한 키와(20m) 미끈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잔가지를 치지 않고 하늘을 향하여 곧장 위로 위로 끌어 올린 기상과 남성미 물씬 풍기는 자태가 왜 수소나무라 하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두 그루 소나무 앞에서는 한 생명의 태어남을 알리는 금줄에서 시작하여 소나무집에서 소나무장작으로 군불을 때고, 밥을 짓고, 배고프면 송기와 송홧가루로 허기를 채우며 살다가 죽어 소나무관에 누워 소나무가 있는 산에 묻혔다는 우리 조상님의 삶의 모습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마을의 한 풍경이고, 구전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것처럼 소나무는 이렇게나 우리 생활속에 요긴한 쓰임새로, 신앙 속 숭배의 대상으로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구나! 사람처럼 결혼도 하고 후사도 보며,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는 친밀감이 들어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멀리서 서로 지켜 보아주는 이 소나무 부부의 과묵한 사랑처럼 그런 사랑이 내게도 있기를 소망 한다. 아울러 이 마을의 이 특별한 소나무 사랑도 아름다운 역사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