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상태바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 김영숙
  • 승인 2013.01.01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도서관, 반납 독려로 인력 재원 '소모전'
 
6666.jpg
 
공공도서관에 책이 제때 반납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서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반납일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연체한 다음에도 문자메시지를 몇 번 더 보낸다. 곧 반납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거나, 자택으로 찾아가는 경우도 있어 인력과 재원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 벌금 등 직접적인 규제가 없다보니 도서관 입장에서 힘든 점도 적지 않다.
책을 빌려간 사람이 연체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알면서도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깜빡 잊는 경우도 있다. 일을 해서 시간이 나지 않거나, 이사, 군복무, 유학 등 인천을 떠나 있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휴대폰을 바꿔서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남동구 미추홀도서관의 경우 반납된 책이 제 날짜에 돌아오지 않으면 먼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그 후로 몇 차례 더 보내다가 60일이 지난 후까지도 반납되지 않으면 우편으로 독촉장을 보낸다. 그래도 반납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조를 짜 직접 수거에 나선다. 책이 제 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직원들의 수고와 그에 따른 비용이 든다.
문헌정보과 라경은씨는 “예전에는 장기연체하는 사람이 많았다. 살기가 빠듯해서 제때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게다가 벌금이 없으니까 완벽하게 규제할 수는 없었다. 책을 늦게 가져오면 늦게 가져오는 날짜 만큼 책을 못 빌리는 게 규제인데, 그렇다 보니 그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는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일을 할 시간과 노력을 딴 데 쓴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비록 우리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지하철 예술회관역에 ‘책마중’ 코너가 있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열람실 김진원씨는 “방학 때 책을 빌려간 대학생이 개강해서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고등학생이 개학해서 책을 반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오지 못하면 택배로 보내거나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새 책으로 사온다. 젊은 사람들의 공공의식이 높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SDC19935.JPG
 
도서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이용하는 주고객층이 다르고, 그에 따라 반납률이 다르게 나타난다. 서구도서관은 주변에 아파트나 빌라가 빼곡해 나이든 주민이 많이 찾는 편이다.
서구도서관은 연체 하루 후 3일 간격으로 두 번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그러고 나서 전화 독촉을 하는데, 이때는 대부분 걷힌다. 문제는 장기연체자들. 고의적으로 연체하는 건 아니지만 하루이틀 미루다 미안해서 더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벌금을 물지 않는 등 강력한 조처가 없어서 마냥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종합자료실 이은영씨는 “할 수 있는 만큼은 다한다. 예전엔 방문하기도 했지만, 맞벌이로 집이 비어 있는 경우도 많고 세상이 험악한 탓에 여직원 혼자서 집집이 방문하는 일도 쉽지 않다”며 “나이 드신 분은 제때 반납하는 편인데, 젊은 세대가 연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집전화 없는 집도 많고 휴대폰이 자주 바뀌어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3년이 지나도 책이 반납되지 않으면 자체 책목록에서 폐기한다. 출근해서 주업무가 ‘독촉’하는 일이다. 도서관 책은 나라 재산이니까 제때 반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동구 구월동 중앙도서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납자들 때문에 골치가 지끈거린다. 직접 방문해서 책을 찾는 노력에 비해 결과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책이 오지 않으면 반납 하루 전과 일주일에 한 번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 다음 전화로 독촉하고, 그래도 책이 돌아오지 않으면 주민센터에 주소를 의뢰해 우편을 발송한다. 그러다 3년이 지나면 도서대장에서 그 책을 제적한다.
열람봉사과장 강영숙씨는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말이 있지만 책은 국가재산이므로 꼭 반납해야 한다. 연체율이 최근 그나마 줄어드는 것은 정보화 사회에서 문자서비스 등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반납하지 않으면 이사를 갈 수 없게 하는데 그와 같은 강력한 규제가 있으면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777.jpg
 
열람실 조순현씨는 “제때 반납하는 사람은 언제나 제때 반납하고, 늘 장기연체하는 사람은 늘 그렇다. 책을 찾기까지 시간과 경비를 많이 들이는데 참으로 소모전이다.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안 걷히는 책은 어쩔 수 없다. 책은 국가재산이라는 생각을 하고 제때 반납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면서 "도서관은 밤 10시까지 하는 데다가, 그 시간도 못 맞추면 도서관마다 비치된 자동반납기에다 넣으면 된다. 조금만 신경 쓰면 지금보다 연체율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아동실 이연옥씨는 “초등학생인 경우에는 학교 도서관에 반납해, 학교에서 돌아오기도 한다. 아이한테 책을 많이 읽히기 위해 가족 구성원이 각각 빌려갈 경우 책 권수가 많이 연체될 때도 있다”고 전했다.
하루 일찍 책을 반납하러 왔다는 대학생 권영민씨는 “빌려간 책을 다 못 봤지만 연말연시라 괜히 바빠져 반납일을 놓칠 것 같아 미리 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이한솔 양은 “도서관에 자주 오는 편이라 책을 늦게 갖고 오지 않는다”며 꿈나무터로 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