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추위가 계속되더니 모처럼 날씨가 풀렸는데, 미세먼지가 어김없이 극성이다. 이제까지 격어보지 못한 기막힌 겨울이다. 작년에 비슷한 징후가 나타나 기분이 언짢았는데 올겨울은 노골적이다. 내년 이후는 어떨까? 이런 끔찍한 겨울이 해마다 심화된다면 사람을 비롯한 생태계의 삼라만상은 온존하기 어려울 텐데, 이런 이변의 원인은 사람의 탐욕이 제공하건만 대응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승용차 자제를 유도하려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행사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을 텐데, 미세먼지 감축이 미미하다고 비판하는 정치인들은 엉뚱한 대책을 내세운다. 승용차 짝홀수 운용? 지금도 주차할 곳 찾지 못하는 아파트는 몸살을 앓게 생겼군. 전기자동차? 전기는 어떻게 만드는데? 야적된 석탄이 날려 빨래도 널지 못하는 영흥도와 당진 주민들은 지금도 진저리치는데? 수소자동차?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이산화탄소도 배출되지 않는다고? 정말 그럴까?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어쩔 수 없다? 사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우리보다 중국이 극심할 텐데, 우리가 탓한다고 중국이 움찔하겠는가? 중국은 우리 정부가 자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진정성에 주목할지 모른다. 자국의 문제를 등한시하면서 이미 골치 아픈 내 나라의 문제를 탓하는 한국의 태도에 못마땅해 할지 모른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그렇다 치고, 내 나라 대책을 고작 승용차에서 머무를 것인가? 미세먼지보다 더 무섭다는 초미세먼지의 대책은 무엇인가? 마스크는 전혀 아닌데.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디젤 자동차에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는 정책은 아직도 시행되지 않는다. 이동하는 승용차의 수를 줄이거나 승용차의 연료를 바꿔도 개선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나아질 성싶지 않다. 미세먼지 뿐 아니라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인 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지 않은가. 핵발전소를 더 세우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은 ‘핵동맹’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우리와 우리 아이들은 먼지보다 훨씬 강력한 독극물인 방사능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극적 대응이라도 전기차와 수소차는 터무니없다. 대부분 내연기관을 부착한 승용차 사이에 한두 대 움직일 정도에 그친다면 대책일 수 없는 노릇이니 전부 바꿔볼까? 그를 위한 사회적 준비가 아직 미미한데, 힘겹게 노력해 그 준비를 다 마친다 해도 미세먼지가 해결될 것인가? 유럽처럼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를 언제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호언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지금처럼 천만 대가 넘게 굴러다니는 승용차를 위한 배터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을까? 배터리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희귀금속 자원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겐가?
수소차는 배기가스가 수증기에 그칠까? 그 차에 들어갈 온갖 기계장치는 윤활유를 필요할 텐데, 그 마찰 때문에 발생하는 미세물질의 양은 미미하므로 무시할까? 수소는 어떻게 공급하나? 우주에 많은 그 소수를 압축해 가져오지 않을 테니 물을 가수분해해야 할까? 그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는 얼마나 되나? 정확하게 판단할 능력은 없지만 수소차를 움직이게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훨씬 많을 건 분명하다. 천연가스를 가수분해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지만 수천만대 수소차에 넣을 만큼 공급하긴 어렵다. 물을 가수분해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화력이나 핵에서 얻는다? 온실가스와 더불어 미세먼지와 방사능이 도처에 넘치겠지.
수소는 가장 작은 물질이다. 산소와 닿으면 폭발한다. 안전성을 확보할 탱크를 물론 제작해 보급하겠지만, 그런 탱크가 우리나라에 천만 개 돌아다니는 세상을 그려보자. 낡은 수소차의 탱크는 미리미리 교환하므로 안전할까? 수소차끼리 도시에서 충돌하는 사고는 상상하지 말까? 누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전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언론은 수소차의 장점을 늘어놓으면서 가격이 높아 아직 그림의 떡이라고 평한다. 차라리 그림의 떡이라 다행이다. 세금으로 보조금을 충분히 주어 수소차가 늘어나면 더욱 큰일일 테니.
승용차를 타지 않아도 편리하게 이동할 대안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버스나 지하철의 확충만이 아니다. 대중교통 뿐 아니라 자전거나 보행으로 충분한 도시의 구조를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멀리 벗어나지 않아도 기본적인 삶이 충족되는 도시라면 굳이 승용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FEC 경제권”이라는 말이 있다. 식량(Food), 에너지(Energy), 그리고 돌봄(Care)은 지역에서 자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도시라면 가끔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라면 충분하다.
몽상인가? 미세먼지보다 끔찍한 대안이 제시되는 시대에 순진한 ‘허튼소리’인가? 이 끔찍한 환경에 생명을 맡겨야 하는 기막힌 세상에서, 내년 겨울이 벌써 걱정이다. 나이는 더 들어가고 아기들은 태어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