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실패 경험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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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 실패 경험 잊었나
  • 박주희
  • 승인 2023.08.0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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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서울 여의도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을 지나 인천의 주요 섬까지 연결해 대형유람선을 띄우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8월 3일, 인천 서구 정서진에서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등 관계 기관 회의가 열렸다. 경인아라뱃길 선박 운항 활성화와 서해뱃길 복원을 위한 기반 시설 확충, 관계기관 협조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2021년 2월,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에서 환경부에 아라뱃길 기능전환방안 검토 권고문을 전달했고, 환경부는 현재 구체적인 기능전환을 위한 연구용역 중이다. 이 연구용역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음에도 경인아라뱃길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사회적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논란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환경부는 일부 토건 정치세력 주장이 아닌 시민의견을 바탕으로 확정한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천시와 서울시도 차분히 연구용역 결과를 살펴본 후, 향후 활용 방향과 구체적인 역할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인천시는 서해섬~아라뱃길~한강을 잇는 선박 운항이 활성화 되면 서해 섬 정주여건 및 접근성 개선, 수산물 운송루트 확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물류 기능은 실패했음이 확인되었다. 서해 섬 정주여건과 접근성 개선은 경인아라뱃길 활성화가 아닌, 인천항 접근성을 개선하는게 합리적이다.

경인아라뱃길 조성사업은 '2조 7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이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굴포천방수로 계획에서 시작해 물류기능까지 엎은 경인운하 계획으로 변모했다. 환경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의 거센 반대가 있었으나 정부는 강행했다. 그 결과는 철저한 실패. 물류기능을 위해 깊고, 넓게 팠건만, 물류기능은 계획대비 8.2%. 이마저도 경인아라뱃길 양쪽에 있는 김포터미널, 인천터미널을 이용하는 화물을 포함한 수치라 실제 뱃길을 이용한 수치는 0.08%에 불과하다. 사회적 논란을 무시한 채 정부는 막대한 예산까지 투입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았다. 현재 자전거 도로로, 시민들의 산책로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어쩌랴. 다시 덮을수도 없고, 기능을 잘 전환하는 수밖에…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의 '아라뱃길의 기능전환방안 검토 권고'에 따라 환경부는 2018년 9월,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론화위원회는 29차례 회의를 거쳐 2021년 2월, 환경부에 ‘ 주운기능 축소 및 수질 개선’에 대한 최종 권고문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문제점이 재발되지 않기 위한 제도개선, ▲주운기능은 야간에만 운행할 수 있도록 축소, ▲화물수송 실적 모니터링을 통해 주운 폐지 검토, ▲현재 4-5등급 수준의 아라천 수질을 장기적으로 2등급 수준으로 개선, ▲현행 항만 중심의 시설을 시민여가 및 친수문화 중심으로 전환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환경부는 연구용역 진행 중이다.

서울은, 정확히 말하면 오세훈 시장은 경인아라뱃길을 활용한 관광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여기에 인천시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대형유람선 운항은 한강람사르습지 등 하천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에서 권고한 수질개선 방향과도 배치된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서해갑문을 개방해 물의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 친수공간으로 기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유람선을 띄우는 논의보다 수질개선이 우선이다.

또한 인천시가 주장하는, 유람선을 통한 섬 관광 활성화 근거는 무엇인가. 경인아라뱃길도 애당초 뱃길을 만들면 물류기능이 활성화될 것이라 주장했으나 실패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섬 관광활성화를 위해선 인천항과 대중교통과의 연계성 등 접근성을 개선하는게 합리적일 것이다. 친수구역조성이라는 명목으로 주변지역 개발사업이 고개를 들까 이 또한 우려스럽다. 경인아라뱃길 주변지역은 무분별한 도시 확장을 제한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유지시켜주는 공간인 그린벨트이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수십년간 소모적인 갈등을 불러일으켜왔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기능재정립 방향이 일단락 되었으나 이 논의 과정은 무시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존중하며, 환경부의 용역결과를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환경부는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명심하며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용역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당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밀어부친 사업, 결국 실패한 사업, 그러나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사업이 경인아라뱃길 사업이다. 상처만 남긴 이 사례가 반복 되어서는 안된다. 경인아라뱃길 실패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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